환상적인 메탈 컬러와 체스를 연상시키는 루이비통 다미에 패턴으로 디자인된 2022년 봄 버질 아블로 컬렉션은 강렬한 핑크와 형광 연두색의 메탈릭한 소재로 제작돼 그 어느 때보다도 화려하게 출시됐다. 신세계백화점 루이비통 남성 매장 관계자는 "버질 아블로 사후 그의 손길이 가미된 디자인을 찾는 고객 문의가 늘었다"며 "남성용으로 출시됐지만 여성 고객도 충분히 사용할 수 있는 디자인으로 사랑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작년 여름 버질 아블로는 'Amen Break(아멘 브레이크)'라고 명명한 패션필름을 통해 2022 봄/여름 루이비통 남성 컬렉션을 공개했다. 어린아이의 나레이션으로 시작되는 패션 영상은 일본 영화 '아들을 동반한 검객'의 스토리라인을 빌려 세대간의 조화를 이야기한다. 필름의 제목 아멘브레이크는 펑크 그룹인 윈스턴스가 1969년에 녹음한 오리지널 드럼 솔로로 역사상 가장 많이 샘플링(변주)된 드럼 솔로곡에서 따왔다.
일렉트로닉과 힙합이 공존하는 이 영상에서는 체스 경기와 검도 경기가 진행되는 가운데 남성의 전통적인 테일러드 정장과 일렉스토릭 스트리트 웨어가 교차하며 등장하는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이 제품은 아쉽게도 매장에 입고되지 않았다. 대신 같은 모양의 'Koi Fish(비단잉어)' 열쇠고리가 입고됐다. 은빛 루이비통 로고와 함께 제작된 비단잉어 키링 가격은 78만원이다.
버질 아블로는 이번 컬렉션에서 폭이 넓은 스커트와 체스를 연상시키는 루이비통 고유의 다미에 패턴을 통해 남성복 기득권의 정점에 서있는 맞춤형 정장(suit)의 격식에 도전하는 동시에 정장에 스트리트웨어를 기묘하게 결합시키는 드라마틱한 연출로 주목받았다.
그는 지난해 보그지와의 인터뷰에서 "저는 상상력의 고삐를 풀기 시작했어요. 제가 현실에서 보고싶은 대로 세상을 창조하고자 합니다. 팝 문화이면서 패션이면서, 교육이면서 사람들의 생각도 개방시키는 무엇인가를 만들고 싶어요. 저만의 북극성이라고 할 수 있죠"라고 말했다.
"동일한 체스말이 색깔로 구분된 채 체스판 위에 놓여있습니다. 그렇게 대결구도에 있는 것이죠. 저는 체스와 이번 컬렉션이 아주 큰 유사성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지점을 루이비통 아카이브에 있는 다미에 프린트에 연결시켰죠. 역사적 렌즈를 통해 브랜드를 재해석한 것입니다."
한편 오프 화이트(OFF-WHITE)와 루이비통으로 현대 패션사에 잊을 수 없는 발자국을 새긴 디자이너 버질 아블로는 지난해 11월28일 암투병 끝에 작고했다. 2019년 심장에 종양이 자라는 희귀병을 진단받은지 2년 만이다. 현대의 '칼 라거펠트'로 찬사를 받던 아볼로는 부인 섀넌과 두 자녀를 남기고 영면했다. 아블로 사후 그의 유작이 돼버린 제품들은 리셀(재판매)시장에서 가격이 급등했다. 오프화이트와 나이키의 협업 스니커즈들의 가격이 줄줄이 폭등해 사상 최고가를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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