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그렇게 잘해? 나도 방법을 알려줘"라는 말에 머리를 긁적이며 "몰라, 이거 당연한 거 아니야?", 혹은 "자꾸 해봐. 그러면 돼"라는 대답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수영하는 법, 자전거 타는 법은 전문가가 가르쳐준다고 해서 누구나 잘 하는 건 아니다. 전문가들도 자신이 알고 있다고 인식하지 못하는 '설명하기 힘든 지식'이 있다. 어머니의 손맛, 투자전문가의 동물적 감각을 어찌 언어로 설명할 수 있겠는가. 오랜 기간에 걸쳐 다듬어진 '솜씨'나 '직관'에 기반한 기술을 명료한 언어로 표현해내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이런 기술은 비공식적 접촉이 반복될 때 은근한 형태로 전수되는 성질의 것이다.
인간은 스스로가 표현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많은 것을 알고 있다. 문자, 언어 이미지를 통해 전달할 수 있는 형식지(explicit knowledge)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뭔가를 매우 잘하는 데 있어서 형식지의 비중은 50%도 채 되지 않는다. 오히려 머릿속에 잠재되고 몸에 밴 지식이 더 중요하다. 이것이 바로 암묵지(tacit knowledge)다. 다른 이들과 소통, 그리고 반복된 경험과 시행착오 속에 부지불식간에 생겨나는 암묵지를 어떻게 익히는지가 한 사람의 혁신역량을 결정한다.
최근 도시계획학에서는 지식전파의 보고인 혁신공간의 특징을 3가지로 요약했다. 가장 기본이 되는 건 '밀도'다. 하지만 사람들이 빽빽하게 모여 있다고 해서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절로 나오는 건 아니다. 모두가 동일한 취미와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만 모여 있다면 이종교배를 통한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기대하기 힘들다. 혁신공간의 조건에 '다양성'이 필수인 이유다. 여기에 하나가 더 필요하다. 다양한 사람 간의 만남과 소통을 위한 '네트워크' 공간도 중요하다. 이런 특징들을 모아 혁신공간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다양한 사람이 빽빽하게 모여 소통하며 암묵지를 전파하는 곳'이라 할 수 있다. 대도시로 청년이 몰리는 이유는 암묵지를 습득하기 위해서다. 대도시엔 볼거리도 많고, 놀고, 먹고, 배우고, 즐길거리가 넘쳐난다. 더 많은 이와 소통하는 과정에서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기술들이 전파된다. 이는 행동으로 옮겨지고 시행착오를 거쳐 노하우라는 비장의 무기가 체득된다. 이렇게 대도시는 개인의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최선의 환경을 제공한다.
수도권 쏠림이 심화하는 과정에서 지방의 많은 도시는 더욱 더 낮아지는 밀도를 체감한다. 볼거리, 놀거리, 배울거리도 따라서 줄어들고 이에 따라 암묵지의 전파속도도 느려진다. 혁신역량의 강화가 생존과 번영을 위한 필수조건이 돼간다. 지방에 수도권과 같은 밀도 높은 대도시권이 필요한 이유는 암묵지가 공유되는 혁신공간을 만들어야 청년들의 외면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급격히 부상한 '수도권에 필적하는' 밀도 높은 메가시티 구축 논의가 어느 때보다 소중한 이유다.
[저작권자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