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86 없이도 민주당은 돌아간다"

머니투데이 이원광 기자 | 2022.01.28 04:21

[the300]

86세대(80년대 학번·60년대생)에 대한 청년세대 정서는 열패감으로 요약된다. 태어나보니 스마트폰이 있었다는 청년세대는 기성세대와 경쟁에서 내심 우위를 확신하나 결과는 정반대다. 예부터 효율을 강조해온 조직 특유의 위계는 불합리를 떠나 불공정으로 본다. 경쟁의 기회조차 희박한데 '정년 연장'을 추진한다는 정부를 보며 "역시"라고 자기 확신을 강화한다. 세대 갈등을 조장할 의도는 없으나 민주당이 마주한 냉혹한 현실이다.

청년들은 이렇게 일상생활 속 기성세대와 정치권의 86세대를 번갈아 바라보며 민주당과 멀어진다. 과거 80년대에 맹활약했던 학생운동 세대는 노무현 정부와 함께 기존 정치 질서를 흔드는 혁신의 아이콘이었다. 그러나 이때를 기준으로 해도 2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이명박·박근혜 정권과 맞서면서 존재감을 높였고 문재인 대통령을 앞세워 한 차례 더 정권을 잡았다. 오늘날 86세대는 권력도 있고 경제력(부동산)도 갖춘 기득권으로 읽힌다.

대선 승리에 절박한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정치교체론'을 주창하나 당내 움직임은 구체성이 떨어진다. 당 일각에선 검찰 출신들이 장악한 야당에 권력을 내줄 수 없다는 86세대 특유의 사명감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청년들에게 오늘날 야당과 86세대 중 누가 더 기득권인지 물어보는 것이 우선이다.

"사람이 없다"는 우려는 일견 타당하지만 원인을 따져보면 86세대의 '장기 집권'과 무관하지 않다. 불과 2년전 총선 전후에도 쇄신 요구가 높았지만 압도적 승리와 함께 사라졌다. 4·7 보궐선거 참패 후 일명 '초선 5인방'(이소영·오영환·장경태·장철민·전용기)을 중심으로 조국 사태 사과 등으로 대표되는 쇄신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지만 당 주류가 힘을 더해주지 않으면서 말 그대로 '해프닝'이 됐다. 사람이 없다는 관점이 "내가 하겠다"는 86세대의 출구전략이 될 우려가 높은 이유다.


한 정치평론가는 86세대를 겨냥해 "본인이 없다고 회사가 안 굴러가는 것이 아니다"라고 꼬집는다. 1년여전 한 진보 인사가 청년 세대에게 "무리를 형성해서 밀고 올라오라"고 한 발언은 논리적 완결성을 갖추나 젊은 세대의 관점을 물으면서도 이를 타박하는 일부 조직 문화와 다름 없다. 공간을 내어주고 새로운 물결을 추동하는 실질적인 '86 용퇴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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