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 이후 2년 가까이 외국인 신규 입국을 사실상 금지한 일본의 방역조치에 전 세계가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일본 대학에 입학했지만 학교 문턱 한번 밟지 못한 학생들, 일본 기업에 취업했는데 입국을 거부당해 발을 동동거리는 근로자들, 업무상 꼭 필요한데도 현장을 찾지 못하는 기업인들이 점점 늘고 있어서다. 세계 각국에선 일본을 상대로 문호를 개방하라는 항의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27일 블룸버그통신·AFP통신·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팬데믹 이후 일본 입국이 막힌 외국인들이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트위터를 통해 '스톱 재팬스 밴(Stop Japan's Ban·일본은 입국 금지를 멈춰라)' 단체를 조직, 각국 일본 대사관 앞에서 입국 허용을 촉구하는 항의 운동을 펼치고 있다.
독일과 폴란드, 인도, 말레이시아, 몽골, 네팔, 키르기스스탄 등에서 이미 수백명이 이 운동에 참가했다. 이들은 대부분 유학생과 직장인, 일본에 가족을 둔 외국인 등으로 짧게는 수개월에서 길게는 2년째 일본 입국을 기다리고 있다. 해외에 발이 묶인 채 일본에 입국하지 못한 사람들이 최소 37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엔 가족과 떨어져 지낸 기간이 오래된 외국인 1만2000여명이 일본 외무성에 입국 제한 완화를 요청하는 서명을 제출하기도 했다.
━
"외국인=바이러스?"…2년째 계속되는 '미즈기와' 정책━
일본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100명대로 줄어들자 지난해 11월 8일 제한적으로 입국금지 조치를 풀겠다고 발표했었다. 하지만 오미크론 변이 출몰로 11월 30일 다시 외국인 신규 입국 금지 조치를 부활했다. 일본 정부는 최근 이 조치를 2월 말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일본에선 외국인 입국 제한 조치를 '미즈기와(물가) 정책'이라고 부른다. 미즈기와는 적군이 육지에 오르기 전 바다에서 섬멸한다는 섬나라 특유의 군사작전에서 유래한 말이다. 2년 전 코로나 팬데믹 초기 3700여명을 태우고 돌아온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를 요코하마항 앞바다에 통째로 격리한 것도 미즈기와 정책의 일환이었다.
━
"비과학적인 차별" 지적…"다른 나라로 간다" 손절도━
한국의 전경련과 같은 조직인 일본 최대 재계단체 '게인단렌(일본경제단체연합회)'도 정부에 입국 금지 조치 중단을 요구하고 나섰다. 도쿠라 마사카즈 게인단렌 회장은 "일본 정부의 외국인 입국 제한은 17~19세기 서구에 빗장을 걸어잠근 쇄국정책과 비슷하다"며 "오미크론 변이 특성에 맞는 방역정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철옹성 같은 일본에 좌절하고 다른 국가로 눈을 돌리는 학생·근로자들도 있다. 일본의 한 대학 수의학과에서 원격 수업을 받고 있는 이란의 한 대학생은 "오는 4월까지 일본에 들어가지 못하면 포기하겠다"며 "미국이나 캐나다 유학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외국인 입국을 막아 코로나 감염 건수를 줄였다는 일본 정부의 주장은 설득력을 잃었지만 정책 방향을 쉽게 바꾸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오는 7월 참의원 선거에 중요한 지침이 될 최근 여론조사에서 외국인 입국 금지 조항에 대한 일본 대중들의 지지가 높았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