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성장동력이 없다"는 LG생건의 수장을 맡은 차 부회장은 이후 경영학 교과서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17년 성장'의 대기록을 쓰게 된다. LG생활건강은 매출과 이익이 폭발적으로 급성장한 해는 없었지만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성장했다. 화려한 성장을 보여준 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기업이 수두룩한 세계 경영사에서 '특별함보다 어려운 꾸준함'을 증명했다. 100m를 최단시간에 달리지는 않지만 100km 울트라 마라톤을 뛸 수 있는, 불세출의 CEO(최고경영자)의 탄생이었다.
27일 LG생활건강은 2021년 영업이익이 1조2896억원으로 전년비 5.6% 증가했다고 공시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8조915억원으로 전년비 3.1% 늘었고 당기순이익은 8611억원으로 5.9% 성장했다. 17년 연속 매출·영업이익·당기순이익이 증가했으며 매출액은 사상 처음으로 8조원대를 돌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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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불황 그리고 또 위기…'넥스트 차이나'를 준비하는 LG생건 ━
'17년 연속 성장'이라는 화려한 대기록의 이면에서 LG생활건강은 매번 위기와 싸우고 있었다. 핵심 브랜드인 '더 히스토리 오브 후'가 최근 몇 년간 중국 현지와 면세점에서 승승장구했지만 지난해 12월 후의 면세점 매출액은 증발하다시피했다. 브랜드 가치를 지키기 위해 기업형 따이공의 가격인하 요구에 응하지 않아서였다. 그리고 세계 화장품시장 최대 격전지의 중국에서 자국브랜드 C뷰티의 무서운 공세와 함께 화장품 산업의 성장 둔화는 시작됐다.
중국 시장에서의 C뷰티의 약진, K뷰티의 경쟁력 하락과 면세점 이슈 그리고 국내 화장품 시장에서도 후, 숨, 오휘 브랜드의 노후와 인디브랜드의 공세 등 LG생건이 해결할 문제는 여전히 산적해있다. 주식시장에서는 "LG생활건강의 성장이 한계에 도달했다"며 투자자들이 주식을 내다팔고 있다. 하지만 2005년에도 똑같은 얘기가 나왔지만 그 후 LG생활건강은 17년을 더 성장했고 매출액은 8배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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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에 강한 LG생건 '삼각편대', 2021년에도 빛났다 ━
세제, 섬유유연제, 치약, 그리고 바디로션과 샴푸로 대변되는 생활용품은 17년 전에도 "성장성이 없다"고 폄하했던 사업이다. 하지만 LG생활건강은 소비자의 취향이 섬세하게 고도화되고 있는 트렌드를 한 발 앞서 파악하고 탈모샴푸 브랜드 '닥터그루트', 프리미엄 치약 브랜드 '히말라야 핑크솔트', 프리미엄 바디 브랜드 '피지오겔' 등을 전략적으로 육성하며 척박한 토양에서 기어이 성장을 이뤄냈다.
음료 사업도 원자개 가격이 폭등하는 가운데 '코카콜라', '스프라이트', '몬스터 에너지' 등 주요 브랜드가 다양화된 소비자 트렌드를 반영한 저당·저칼로리 라인업을 강화하며 매출 성장을 견인했다. 음료사업 연간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5.2% 증가한 1조5919억원, 영업이익은 6.2% 증가한 2047억원을 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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