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샴푸·치약·화장품 팔아 8조 벌었다" 불세출의 CEO, 17년 대기록

머니투데이 오정은 기자 | 2022.01.27 16:52

매출 8조원 돌파한 LG생활건강…17년 연속 '기적의 성장'

#차석용 부회장이 부임하던 17년 전인 2005년 당시 LG생활건강에는 고민이 있었다. 주력인 치약, 샴푸, 세제 등 생활용품 시장은 성숙기에 접어들어 성장이 어렵다는 점과 화장품 또한 미래 성장동력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성장동력이 없다"는 LG생건의 수장을 맡은 차 부회장은 이후 경영학 교과서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17년 성장'의 대기록을 쓰게 된다. LG생활건강은 매출과 이익이 폭발적으로 급성장한 해는 없었지만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성장했다. 화려한 성장을 보여준 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기업이 수두룩한 세계 경영사에서 '특별함보다 어려운 꾸준함'을 증명했다. 100m를 최단시간에 달리지는 않지만 100km 울트라 마라톤을 뛸 수 있는, 불세출의 CEO(최고경영자)의 탄생이었다.

27일 LG생활건강은 2021년 영업이익이 1조2896억원으로 전년비 5.6% 증가했다고 공시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8조915억원으로 전년비 3.1% 늘었고 당기순이익은 8611억원으로 5.9% 성장했다. 17년 연속 매출·영업이익·당기순이익이 증가했으며 매출액은 사상 처음으로 8조원대를 돌파했다.


위기, 불황 그리고 또 위기…'넥스트 차이나'를 준비하는 LG생건


2007년 '미다스의 손'처럼 코카콜라음료를 인수해 흑자로 돌려놓으며 '생활용품·화장품·음료'의 삼각편대를 완성한 차 부회장은 이후 수 차례 위기를 만났다. "불행은 닥치는 것이고, 행복은 저절로 오는 법이 없다"는 그의 말처럼 2008년에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졌고 2016년에는 K뷰티업계를 초토화시킨 한한령(중국 내 한류 금지령)이 시작됐다. 2020년에는 초유의 전염병이 창궐해 세계 경제를 뒤흔들었다. 그리고 중국 뷰티시장의 성장 둔화가 시작된 2022년 지금도 위기는 현재진행형이다.

'17년 연속 성장'이라는 화려한 대기록의 이면에서 LG생활건강은 매번 위기와 싸우고 있었다. 핵심 브랜드인 '더 히스토리 오브 후'가 최근 몇 년간 중국 현지와 면세점에서 승승장구했지만 지난해 12월 후의 면세점 매출액은 증발하다시피했다. 브랜드 가치를 지키기 위해 기업형 따이공의 가격인하 요구에 응하지 않아서였다. 그리고 세계 화장품시장 최대 격전지의 중국에서 자국브랜드 C뷰티의 무서운 공세와 함께 화장품 산업의 성장 둔화는 시작됐다.

중국 시장에서의 C뷰티의 약진, K뷰티의 경쟁력 하락과 면세점 이슈 그리고 국내 화장품 시장에서도 후, 숨, 오휘 브랜드의 노후와 인디브랜드의 공세 등 LG생건이 해결할 문제는 여전히 산적해있다. 주식시장에서는 "LG생활건강의 성장이 한계에 도달했다"며 투자자들이 주식을 내다팔고 있다. 하지만 2005년에도 똑같은 얘기가 나왔지만 그 후 LG생활건강은 17년을 더 성장했고 매출액은 8배 뛰었다.

후 환유 동안고 스페셜 세트/사진=LG생활건강. 차석용 부회장은 '더 히스토리 오브 후'를 론칭하면서 한방화장품보다는 '궁중화장품'의 이미지를 채택할 것을 주문했다. 그의 혜안은 적중했고 후는 2조원대 매출을 올리는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했다
차석용 부회장은 지난 2018년 임직원에 보낸 서한에서 "중국에서 우리 회사 화장품이 대단한 인기를 끌고 있다. (중략)하지만 중국에서 좋은 제품이 나오기 시작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우리 산업은 위기에 대비해야 하는 시점이 굉장히 가까워지고 있다"며 '넥스트 차이나'를 대비할 것을 당부했다. 4년 전 이미 지금과 같은 상황이 올 것을 예상했던 것이다.


위기에 강한 LG생건 '삼각편대', 2021년에도 빛났다


2021년에도 차석용 부회장의 '삼각편대'는 유감없는 실력을 발휘했다. 화장품 주요 시장인 중국의 소비둔화가 이어지면서 지난해 뷰티사업 연 매출은 전년과 비슷한 수준인 4조4414억원을 나타냈다. 뷰티가 주춤한 사이 생활용품사업이 분전하며, 연 매출이 전년비 9.9% 증가한 2조582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매출 2조원대를 돌파했다.

세제, 섬유유연제, 치약, 그리고 바디로션과 샴푸로 대변되는 생활용품은 17년 전에도 "성장성이 없다"고 폄하했던 사업이다. 하지만 LG생활건강은 소비자의 취향이 섬세하게 고도화되고 있는 트렌드를 한 발 앞서 파악하고 탈모샴푸 브랜드 '닥터그루트', 프리미엄 치약 브랜드 '히말라야 핑크솔트', 프리미엄 바디 브랜드 '피지오겔' 등을 전략적으로 육성하며 척박한 토양에서 기어이 성장을 이뤄냈다.

음료 사업도 원자개 가격이 폭등하는 가운데 '코카콜라', '스프라이트', '몬스터 에너지' 등 주요 브랜드가 다양화된 소비자 트렌드를 반영한 저당·저칼로리 라인업을 강화하며 매출 성장을 견인했다. 음료사업 연간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5.2% 증가한 1조5919억원, 영업이익은 6.2% 증가한 2047억원을 달성했다.
차석용 LG생활건강 대표이사 부회장/사진=LG생활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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