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쓸쓸히 사라졌던 남산예술센터가 2년여 만에 다시 부활한다. 원래 위치했던 예장동이 아닌 '연극의 메카' 대학로에서 '쿼드(QUAD)'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서울시 문화예술사업을 이끄는 서울문화재단(이하 재단)이 옛 대학로 대표 극장 동숭아트센터를 리뉴얼한 공간에 쿼드를 선보이며 공공극장 명맥을 잇기로 했다.
재단은 26일 서울 혜화동 재단 대학로센터에서 올해 중점 추진할 '3대 전략, 10대 혁신안'을 발표하면서 쿼드 공연장을 공개했다. 이창기 재단 대표는 "오는 7월 문을 여는 쿼드가 문화예술 심장 대학로 예술생태계를 이끌 것"이라며 "쿼드는 연극 뿐 아니라 무용·음악·전통·다원예술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는 창작초연 중심의 1차 제작·유통극장"이라고 소개했다.
재단이 운영했던 남산예술센터의 후신(後身)이기 때문이다. 1962년 드라마센터로 개관한 국내 첫 현대식 민간극장인 남산예술센터는 서울시가 임대계약을 맺고 재단에 운영을 맡기면서 2009년부터 남산예술센터로 이름을 바꾸고 다양한 작품을 선보였다. 11년 간 119개 극단과 200여편의 작품을 선보이고 3000여명이 무대에 오르며 창작예술의 산실로 불렸지만, 극장 사유화 등의 문제가 불거지고 서울시의 임대계약이 종료돼 문을 닫았다.
재단은 침체된 창작 예술생태계를 회복하고 시민 문화향유권을 강화하기 위해 예술청에 쿼드를 조성했단 설명이다. 기존 액자형 무대 형태의 공연장 동숭홀을 최근 공연예술계 트렌드로 무대와 관객이 원활히 호흡하고,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올릴 수 있는 '블랙박스 공연장'으로 바꾸는 등 시설 선진화도 꾀했다. 쿼드는 7월 '개관 페스티벌'으로 시작해 다양한 시범공연을 진행할 예정이다.
재단은 쿼드를 통해 다양한 장르의 창작초연 유통을 활성화하는 동시에 예술인 지원정책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30개 분야에서 200억원의 예술지원사업을 펼치는데, 단순히 예술인에게 지원금을 지급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창작동기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예술활동을 장려한다는 계획이다. 시민에게 수준 높은 작품을 소개한 창작예술인과 단체를 대상으로 한 '서울예술상'을 제정하고, 서울시 디지털문화도시 프로젝트와 연계한 예술인 NFT(대체불가능 토큰) 플랫폼을 론칭해 순수예술인 지원에 나선다.
또 재단이 보유한 11개의 서울 지역별 창작공간을 활용해 매달 첫째 주 목요일 오전마다 시민들을 위한 예술공감 콘서트 '스테이지11'을 열어 지역 문화향유 기회를 확대한다. 이 밖에 △서울형 예술지원 공공앱 론칭 △지원 밖 예술인을 위한 '서울예술인 희망 캠페인' △공정한 심사체계로 개편한 예술인 거버넌스 '서울문화예술포럼' 발족 등을 추진한다.
이 대표는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예술지원을 통해 예술가에게 더 좋은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고 시민에겐 우수한 작품을 관람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는 문화정책을 펼쳐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