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수개월 생이별…사진만 봐도 눈물이" 간호사의 코로나 2년

머니투데이 홍효진 기자, 김성진 기자 | 2022.02.01 06:15

[코로나 2년 발자취]上 의료진과 확진자의 '동고동락'

편집자주 | 2020년 1월, '무지의 사투'에 맨몸으로 부딪혀야 했던 방역 최전선 '싸움꾼'들이 있다. 2년이 지났지만 현장은 여전히 전쟁터다. 전례없는 바이러스와의 동고동락 속 현장 의료진의 지난 2년을 돌아봤다.

지난 25일 간호사들이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 종합상황실에 설치된 CCTV 모니터를 보고 있다. 한 간호사는 화면 속 환자 상태를 공책에 받아적고 있다. 모니터에는 서울의료원 84개 병실 모습이 한눈에 보인다. 이날 기준 서울의료원에는 코로나19 확진자 48명이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었다./사진=홍효진 기자

"처음엔 방호복이 조금만 찢어져도 코로나19가 옮을까 걱정했죠. 이젠 무덤덤하게 테이프를 덧대요"

서울의료원에서 만난 8년차 정현경 간호사는 두 눈으로 종합상황실에 설치된 CCTV(폐쇄회로TV) 모니터 7개를 보며 이렇게 말했다. 모니터에 치료 중인 코로나19 확진자들 모습이 한눈에 보였다. 옆에 있던 정호실 간호사는 이날 3살 아들과 함께 확진돼 입원했다는 어머니 A씨와 CCTV 화면 너머로 눈을 맞추고 통화 중이었다. A씨가 "아들이 해물 알레르기가 있다"고 하자 정 간호사는 "식단에 반영하겠다"고 답했다.

머니투데이 취재진이 방문한 지난 25일 기준 서울의료원에 입원한 코로나19 확진자는 모두 48명이다. 오미크론 변이 때문에 전체 확진자는 늘었지만 상당수가 경증에 그쳐 의료원에 오는 중증환자는 줄었다. 의료진의 코로나19 대응에도 익숙함이 엿보였다. 현장에서 만난 의료진들은 "나도 모르게 노하우가 쌓였다"고 말했다.



"2022년이면 코로나 끝날 줄 알았다"…도망가고 싶던 2년 전


지난 25일 오전 10시 서울의료원 코로나19 병동에서 근무하는 김은경 간호사가 레벨D 방호복을 입은 모습. /사진=홍효진 기자

2년 전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을 순간을 의료진은 잊지 못했다. 올해 딱 30년차를 맞은 대구의료원의 이소영 수간호사는 여느 감염병처럼 몇개월이면 종식될 줄 알았다. 그는 "처음에 얘기를 들었을 때 '독감보단 덜하고 감기보단 심한 수준' 정도로 느껴졌다"고 했다.

하지만 코로나19의 전파력은 의료진의 예상보다도 강했다. 2020년 2월 대구의 한 교회에서 첫 집단감염이 발생하자 대구의료원은 같은달 19일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전환됐다. 배재화 간호사는 "출근했더니 갑자기 기존 입원 환자를 퇴원시키거나 다른 병동에 보내라고 했다"며 "레벨D 방호복 착탈 교육을 받긴 했지만 코로나19에 관해 아는 게 적다보니 두려움이 컸다. 한 간호사는 '도망가고 싶다'고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는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퍼졌고 다른 지역 병원도 상황이 당혹스럽긴 마찬가지였다. 부산의료원도 같은달 21일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전환됐다. 올해 13년차 신영란 간호사는 내과병동 소속이지만 코로나19 병동에 지원인력으로 급히 투입됐다. 신 간호사는 "일반 병동을 격리 병동으로 갑자기 바꾸려니 어려웠다"며 "처음엔 급한대로 음압 설비 대신 샤워 커튼을 달기도 했다"고 말했다.

병에 관한 정보가 거의 없다는 점은 치명적이었다. 확진자 치료에 시행 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었다. 메르스(MERS·중동호흡기 증후군) 등 기존 호흡기 감염병과 싸울 때 쓴 치료제를 투약했지만 효과가 없었다. 임상진료 권고안에 포함된 칼레트라(항바이러스제)와 클로로퀸(말라리아 치료제)은 부작용도 일으켰다.

이 수간호사는 "두 치료제를 투약한 환자들의 설사·구토 등 부작용이 너무 심했다"며 "하는 수 없이 감기처럼 기침·콧물약만 처방하고 상태가 심해지면 항생제 치료를 병행하는 것 외 뾰족한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25일 CCTV 화면으로 본 서울 중랑구의 서울의료원의 한 코로나19 병실 모습. 레벨D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이 병실에 치료 기구를 옮기고, 코로나19 확진자는 신문을 읽고 있다./사진=홍효진 기자

다행히 2년이 흐르면서 코로나19 대응도 조금씩 체계를 갖췄다. 치료제가 개발된 점이 가장 큰 변화다. 서울의료원 정호실 간호사는 "항바이러스제 등 사태 초기보다 쓸 약이 다양해졌다"고 말했다. 이 수간호사도 "백신 접종률도 높아졌고 '렉키로나주' 등 치료제도 개발돼 고령 환자가 중증환자로 악화하는 경우가 줄었다"고 했다.


의료진도 이제 코로나 병동 출근이 익숙하다. 서울의료원 관계자는 "간호사들이 처음 방호복을 입을 때는 한 사람당 2~3명이 붙어야 했다"면서도 "지금은 혼자서도 1~2분이면 방호복을 입는다"고 말했다.



"2년간 명절 지낼 생각도 못해...혹여나 가족에 코로나 옮길까 노심초사"


부산의료원 코로나19 병동에 근무하는 간호사들./사진제공=부산의료원

코로나19 병동의 일상은 자리를 잡았지만 의료진의 병원 밖 생활은 가족과 만남도 걱정될 정도로 불안하다.

이 수간호사는 "집단감염이 발생한 2020년 2월 말 집에서 나와 5개월간 가족과 떨어져 지낸 적이 있다"며 "매일 확진자와 만나는 만큼 가족과는 따로 지내는 게 맞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2년 동안 큰집에 제사가는 건 엄두도 못냈다"고 덧붙였다.

2020년 2월 집단감염 당시 대구의료원 간호사 대부분이 병원 기숙사나 숙직실에서 생활했다. 이 수간호사는 "어린 자녀를 몇달씩 보지 못한 간호사도 수두룩했다"며 "아이 사진을 보며 숨죽여 우는 간호사도 있었다"고 했다.

오는 설 연휴도 가족과 보내기는 어렵다. 정현경 간호사는 "교대 근무를 하니 명절을 지낼 수 없다"며 "일반 병동일 땐 명절 음식을 나눠먹을 때도 있었는데 지금은 감염 위험도 높고 근무량이 워낙 많아 그럴 엄두가 안 난다"고 말했다.

명절은 지내지 못하지만 환자들의 덕담 한 마디가 의료진에 힘을 불어넣는다. 신 간호사는 "한 환자가 먼저 '곧 설인데 새해 복 많이 받아라'라고 말해 주더라"라며 "연휴에도 일하지만 그런 말을 들으면 없던 힘도 생긴다"고 말했다.

정 간호사도 "간식이나 과일을 나눠주시는 환자들이 많다"며 "'쉬지도 못하고 우리 때문에 고생한다' '감사하다'는 말을 들으면 다시 힘을 내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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