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심상정 법정다툼 '사활' 왜...대선 TV 토론의 정치학

머니투데이 박소연 기자 | 2022.01.25 16:36

[the300]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CCMM빌딩에서 열린 2022년 소상공인연합회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양자 TV 토론회가 40여일 남은 대선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법정 다툼까지 불사하며 이를 저지하는 데 사활을 걸고 있어 성사 여부는 불투명한 상태다.


李·尹 기싸움으로 시작된 논란…방송사 "4자 토론 개최 용의"


25일 심 후보는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 지상파(KBS·MBC·SBS) 방송 3사 방송금지 가처분 심문 기일에 출석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 "양자 토론은 소수자의 목소리를 배제함으로써 민주주의 원칙을 훼손하고 있다"며 "이재명, 윤석열 후보의 이야기만 들리는 것이 아니고 심상정, 안철수의 정책이 무엇인가를 알 수 있게 하는 것이 바로 민주주의이고 국민의 알 권리"라고 밝혔다.

전날 서울서부지법에선 국민의당이 지상파 3사를 상대로 낸 방송금지 가처분 심문기일이 열렸다. "방송 토론의 영향력·파급력을 고려하면 (안 후보를 배제하는 것은) 선거의 공정성을 해하는 것"이라는 안 후보 측과 "국민의 알 권리 충족과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한 공익적 목적"이란 지상파 3사 측이 맞섰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가 25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리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간 양자 TV토론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 심문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
다만 지상파 3사 측은 "언제든 4인 초청 토론회 개최를 검토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실제 일부 방송사는 처음부터 양자 토론이 아닌 4자 토론회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이번 양자 TV 토론회 논란은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기싸움에서 시작됐다. 이 후보가 지난해 말 윤 후보에게 법정 토론으론 상호 검증이 부족하다며 즉각적인 토론을 제안하면서다. 사실상 윤 후보의 약점을 파고든 것이다. 당초 윤 후보는 대장동 특검 수용 등을 조건으로 내걸다 TV 토론이 자신 없어 피한다는 지적이 계속되자 수용으로 입장을 바꿨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토론회 날짜를 놓고도 기싸움을 벌인 끝에 설 연휴인 31일 또는 30일 TV토론회 편성을 방송사에 요청했다. 방송사는 26일쯤 법원의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 사건의 결론이 내려진 후 방송 편성을 최종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15년 전엔 인용 판례…방송사 자체 취소 선례도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24일 오후 울산 울주군 울산과학기술원(UNIST) 이차전지 산학연 연구센터에서 이용훈 총장, 대학원생, 연구원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정치권에선 다양한 관측이 나온다. 15년 전 대선에선 일부 후보를 제외한 3자 TV 토론 방송이 금지된 전례가 있다. 2007년 12월 KBS와 MBC는 17대 대선을 보름 앞두고 '빅3(정동영 이명박 이회창)' 토론회를 방송하려 했다. 당시 두 방송사는 지지율 10% 이상인 후보만 초청한다는 자체 기준을 세웠다.

이에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와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는 토론회 방송이 헌법상 평등의 원칙에 반하고 공정한 토론권을 침해한다며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당시 서울남부지법은 방송금지 신청을 인용했다.


2018년 6월 서울시장·경기지사 선거를 앞두고 JTBC가 여론조사 평균 지지율 5% 이상 후보만 초청해 TV 토론회를 진행하려 했다가 이를 취소한 전례도 있다. 중앙선관위가 JTBC가 자율적으로 기준을 마련해 후보자를 초청할 수 있다고 밝혔음에도, 김영환 경기지사 후보가 반발하자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토론회를 무산시킨 것이다.

국민의당 한 관계자는 "유사 사례에 비추어 크게 무리가 없으면 가처분 신청이 인용될 것으로 확신한다"며 "만에 하나 인용되지 않더라도 논란이 커진 이상 방송사 쪽에서 부담을 느껴 양자 TV 토론을 방송하지 않는 자체 판단을 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15년 전 당시는 대선을 불과 보름여 앞둔 선거운동 기간이었기 때문에 이번과는 상황이 다르다는 반론도 있다.


설 연휴·첫 TV 토론 파급력 클 듯…'담합' 프레임 독 될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5일 국민의힘 최종 대선 후보로 선출됨에 따라 20대 대선 대진표가 윤곽을 드러냈다. 왼쪽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윤석열 국민의힘, 안철수 국민의당, 심상정 정의당 후보.(뉴스1 DB) /사진=뉴스1
TV 토론회에 배제된 후보들이 법정 다툼까지 불사하는 이유는 방송의 파급력 때문이다. 특히 이번엔 첫 대선 TV 토론회인 데다 설 연휴에 방송돼 전 국민적 관심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서 배제되는 것은 공정하지도 않을 뿐 아니라 향후 판세에도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단 판단에서 국민의당과 정의당은 필사적으로 저지에 나서고 있다.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2007년 판례에서 방송 토론이 선거운동으로 얼마나 중요한지, 후보자 초청을 10% 이상 지지율로 제한하는 것은 유권자들에 대해 얼마나 중대한 침해인지 밝혔다. 지금은 더군다나 설 직전으로 유권자들 선택권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시기"라며 "시기상, 형식상 이번 양자 TV 토론회는 공정하지 않다"고 말했다.

양자 TV 토론회가 거대 양당의 담합으로 비화되면 이 후보와 윤 후보로서도 득보다 실이 클 수 있단 분석도 나온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법원 판결을 떠나 불공정하다는 인상을 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케네디와 닉슨의 TV 토론도 따지고 보면 30% 대 29%로 평가가 미미하게 갈렸고 클린턴과 트럼프의 경우 클린턴이 토론을 압도적으로 이기고도 선거에서 졌다"며 "TV 토론이 판세에 큰 영향을 주진 못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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