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이하 현지시간) 일본 교도통신에 따르면 일본 외무성의 한 고위 간부는 우크라이나 주재 대사관 직원 가족들을 피신시키기로 한 미국 정부 방침과 관련해 "우크라이나 현지 정세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며 "일본도 (미국과) 같은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간부는 "미국을 포함한 주요 7개국(G7)과 긴밀히 정보를 공유할 것"이라며 "각국의 대응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전역에 대한 여행경보는 4단계 중 3단계 '도항 중지 권고'로 끌어올렸다. 마쓰노 히로카즈 일본 관방장관 역시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미국을 비롯한 관계국과 긴밀하게 협력하면서 계속 사태 추이를 주시하고 있다"며 "신속하게 필요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 미 국무부는 23일 성명을 통해 우크라이나 주재 대사관 직원 가족에 철수 명령을 내렸다. 직원들 가운데도 비필수 인력은 자발적으로 우크라이나에서 출국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또 우크라이나에 있는 모든 미국인에게는 우크라이나를 즉시 떠나도록 권고했다. 다만 "이번 조치가 미 대사관의 철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대사관은 계속 운영될 예정"이라고 미 국무부는 설명했다.
영국 외무부도 24일 러시아의 위협이 점점 고조되는 만큼 대사관 일부 직원과 가족들을 우크라이나 키예프에서 소환한다고 밝혔다. 영국 대사관 필수 인력은 그대로 남아 중요한 업무를 계속 수행할 예정이다. 영국 정부는 자국민에게 아주 긴급한 경우가 아니면 우크라이나 여행을 자제할 것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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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로 전쟁 임박했다" 경고…美 8500명 파병 카드까지━
그동안 직접적인 군사 지원은 없다고 선을 그어온 미국이 군대 파병 카드를 꺼낸 것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멀지 않았다'는 전망에 힘을 실었다. 미 국방부는 유사시 미군 8500명을 동유럽에 배치할 수 있도록 준비태세를 강화했다고 밝혔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어 유럽 내 미군을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동쪽으로 이동시키는 것도 배제하지 않겠다"고 설명했다.
러시아가 실제 침공에 나설 경우 우크라이나가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현실도 한 요인이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막강한 군사력에 비해 전력 전반에서 열세다. 영국 킹스칼리지 런던의 로버트 리 박사는 "러시아가 재래식 무기를 총동원하면 짧은 시간에 막대한 피해를 입힐 수 있다"며 "30~40분이면 우크라이나 동부군을 초토화할 수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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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한국 등은 아직 구체적 결정 안내려…"유사시 대비 중"━
한국 정부도 아직 우크라이나 키예프 주재 대사관 직원이나 가족의 철수, 현지 교민 대피 등 구체적 결정은 내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유사시에 대비해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외교부에 따르면 현재 우크라이나에 체류 중인 한국 국민은 약 800명이다. 접경지대에 거주하는 교민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외교부는 현지 한인들의 비상연락망을 구축해 놓은 상태다. 우크라이나 주재 한국대사관도 정상적으로 업무를 수행 중이다. 정부는 아프가니스탄 미군 철수 때처럼 교민을 국내로 이송해야 하는 상황까지는 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우크라이나 공항이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고, 육로를 통해 인근 유럽 국가로 이동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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