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통신업계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19일(이하 현지시각) 글로벌 이동통신사 '보다폰'과 영국 서머싯 주 바스 시에서 5G 신호를 송출했다. 이 신호는 영국에선 처음으로 오픈랜 방식으로 송출된 것으로, 삼성전자가 개발한 가상화 기지국(vRan, 브이랜) 기술이 적용됐다.
오픈랜은 기지국 등 무선 통신장비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분리해 서로 다른 제조사 장비 간 상호 연동이 가능하게 해주는 표준기술을 말한다. 오픈랜을 활용하면 통신 사업자들이 네트워크를 구축할 때 다양한 제조사 장비를 적용할 수 있다. 브이랜은 기지국을 소프트웨어 방식으로 가상화하는 기술로, 기지국 설치에 드는 물리적 비용은 줄이면서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다. 삼성전자의 브이랜은 기존 하드웨어 기반의 기지국과 동등한 성능을 제공하면서도 효율적인 운영을 돕는다.
보다폰은 영국계 다국적 통신사로 유럽 시장 점유율 1위 사업자다. 보다폰은 그간 중국 화웨이 장비를 사용했으나, 미국의 오픈랜 추진 방침에 따라 영국 정부가 2027년까지 화웨이 장비철수 지침을 내리면서 지난해 6월 삼성전자를 새 장비 공급자로 선정했다. 이는 삼성전자가 유럽 내에서 체결한 첫 5G 장비 계약이기도 하다. 보다폰은 바스 시를 시작으로 향후 2500개 이상 국사를 삼성전자 브이랜 기술을 활용한 오픈랜으로 가동할 계획이다. 양사는 또 올 상반기 중 LTE와 5G 기술을 모두 활용하는 방식의 네트워크 기술도 테스트할 계획이다.
하지만 전 세계 통신 장비 시장은 여전히 화웨이의 입지가 강하다. 2018년 본격화한 미중 무역갈등 이후에도 미국과 동맹국들이 당장 중국산 장비를 모두 걷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통신업계에선 화웨이만큼 저렴하면서도 성능이 좋은 장비를 찾기 어렵단 반응도 나온다. 한 통신장비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반사익을 얻지 못한 이유도 시장에서 화웨이 대체자로 자리매김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탈화웨이'을 위한 글로벌 통신 사업자들의 오픈랜 추진이 본격화하면서 삼성전자도 조금씩 기회를 엿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미국 버라이즌과 5G 중대역(3.7~3.98GHz) 상용 서비스도 시작했으며, 프랑스 오렌지텔레콤, 체코 도이체텔레콤, 일본 NTT도코모 등과도 5G 협력 중이다. 김종기 산업연구원 신산업실장은 "통신장비 시장 특성 상 진입장벽이 높고, 다른 경쟁 사업자들이 있어 당장 삼성전자가 수혜를 입긴 어려운 구조"라면서도 "글로벌 이통사와 공급계약 체결을 계기로 진출 기반을 닦아놓는다면 장기적으로는 삼성전자가 반등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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