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 변화에 선행하는 심리 지표가 일제히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수심리는 물론 소비심리, 투자심리까지 위축됐다. 집값이 보합세를 넘어 하락 전환할 것이라는 정부 목소리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21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매수심리를 반영하는 매매수급지수는 17일 서울 아파트기준 91.2로 10주 연속 기준선(100) 아래서 내림세를 이어갔다. 2019년 8월 첫째주(90.3) 이후 29개월 만에 최저치로 두달 만동안 매수자보다 매도자가 많은 '공급 우위'가 지속되는 상황이다.
매매수급지수는 부동산원이 중개업소 설문을 통해 수요와 공급 비중을 0~200까지 지수화 한 수치다. 지수가 기준선 미만이라는 것은 현재 시장에 아파트를 살 사람보다 팔 사람이 많다는 의미다. 전국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도 95.1을 기록하며 7주 연속 하락세를 이었다.
집값 상승 기대감을 수치화 한 소비심리지수도 꺾였다.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작년 12월 주택매매시장 소비심리지수는 전국 기준 109.4를 기록했다. 전월 119.5 대비 10.1포인트 내렸다. 같은 기간 서울은 118.8에서 108.1로 10.7포인트 하락했다. 1년8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소비심리지수는 국토연구원이 매월 해당지역 거주민과 중개업소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전화 설문조사로, 0~200 값으로 표현한다. 지수가 100을 넘으면 전월에 비해 가격 상승 및 거래증가 응답자가 많다는 뜻이다. 95 미만은 '하락', 95~115 구간에 있으면 '보합', 115 이상은 '상승'을 의미하는데 작년 12월 기준 전국, 서울 등이 모두 보합권으로 첫 진입했다.
전문가들은 심리 지표가 시장 변화를 선행한다고 본다. 수요와 공급 이상으로 심리가 주택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이다. 2020년 주택 시장에 불었던 2030세대의 '영끌' 바람도 심리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조금만 지체했다가는 집값이 너무 올라 영원히 내집마련을 할 수 없을 것이라는 가수요의 불안심리가 가격 폭등을 일으킨 것이다.
현재 전국 주택매매시장은 작년 가을을 기점으로 상승폭이 위축돼 보합세를 보이고 있다. 18일 기준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02% 상승했고, 서울은 0.01% 오르데 그치는 등 상승세가 거의 멈춘 상태다. 심리 지표가 시장 변화를 선행한다고 가정하면 하락 전환은 시간 문제라는 해석이 나올수도 있다.
정부도 작년 말 새해 부동산 시장 안정방안 브리핑을 통해 "중장기적 추세적 하락 국민 진입이 불가피 하다"고 낙관했다. 노형욱 국토부 장관 역시 "주택시장의 추세적 하락 흐름은 보다 뚜렷해질 것"이라고 말을 보탰다. 금리인상, 대출총량 규제 등으로 매수 및 투자심리 위축세가 더욱 커질 것이란 얘기다.
전문가들도 매수자들의 심리적 변화가 결국 집값 하락으로 이어질 것으로 봤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지금 시장이 약세를 띄는 것은 매물이 많아서가 아니라 매수자들이 변심을 했기 때문"이라며 "주택시장에서 단기적인 변화는 매수자의 심리 문제로 인해 나타난다는 점을 고려하면 집값이 하락 전환할 여지는 충분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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