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에 풀어줬는데…먹이준 은인 찾아 600㎞ 걸어온 북극곰형제

머니투데이 김동한 기자 | 2022.01.23 07:05

어미 잃고 가스전 노동자들과 친해져

'하라'(Khara)와 '사베이'(Savey) /사진제공='hara_savey' 인스타그램 캡처
새끼 북극곰 형제가 자신들에게 먹이를 주곤 했던 '사람들'을 찾아 시베리아의 얼음 위를 수백㎞ 걸어간 사연이 화제다.

영국 매체 데일리메일은 지난 20일(현지시간) 어미를 잃어 고아가 된 북극곰 형제의 사연을 보도했다.

지난달 말 러시아 최북단 야말 반도의 하라사베이스코예(Kharasaveyskoye)에 위치한 한 가스전 노동자들은 앙상하게 마른 북극곰 형제를 발견했다. 이들은 북극곰들이 상당히 말라 보여 음식을 나눠줬다.

이후 북극곰 형제는 종종 노동자 숙소에 찾아왔다. 노동자들은 지역명을 따 '하라'(Khara)와 '사베이'(Savey)라는 이름을 붙여줬다. 북극곰 형제는 이곳에서 기르는 개들과도 사이좋게 지냈다.

그러나 북극곰 형제가 계속 숙소를 오가도록 놔둘 순 없었다. 사람들이 주는 음식에 의존하다 보면 야생에서 스스로 먹이를 구하는 방법을 터득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에 지난달 26일 북극곰 형제를 가스전에서 북쪽으로 수백㎞ 떨어진 툰드라 지대로 옮겼다. 북극곰 형제가 야생 적응 전까지 먹을 수 있는 200㎏ 이상의 식량도 함께 놔뒀다. 야생 적응 과정을 살피기 위해 위성 추적 장치도 부착했다.


처음에 북극곰 형제는 가스전과 반대 방향인 북쪽을 향해 순조롭게 나아갔다. 하지만 어느 시점부터 방향을 바꿔 남쪽을 향했다. 지난 9일엔 추적 장치마저 떼어버렸다. 이들이 어느 곳을 향하는지 도저히 알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그런데 지난 13일 북극곰 형제가 노동자 숙소 앞에 다시 나타났다. 한 근로자는 "북극곰들이 돌아왔을 때 개들도 반기는 듯 거의 짖지 않았다"고 말했다.

과학자들은 북극곰 형제가 먹이를 준 사람들을 다시 만나기 위해 약 600㎞를 걸은 것으로 추정했다. 야말 지역의 땅은 대부분 영구동토층, 그야말로 사방이 얼음덩어리다.

러시아 동물학자 안드레이 볼츠노프는 "북극곰 형제는 돌아왔을 때 매우 건강해 보였다"며 "이들은 분명히 충분한 먹이를 찾았고 털도 훨씬 깨끗했다"고 밝혔다.

당국은 다음 주 북극곰 형제를 다시 야생으로 돌려보낼 예정이다. 이번에 방사할 곳은 훨씬 더 먼 구단스키 자연보호구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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