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엔솔' 자금 블랙홀…이틀간 '마통 대출' 7조 늘었다

머니투데이 김남이 기자, 김상준 기자 | 2022.01.20 15:53
LG에너지솔루션(LG엔솔) 청약에 사상 최대 규모의 증거금이 몰리면서 5대 은행의 마이너스통장 이용액은 이틀간 7조원이 증가했다. '빚투(빚내서 투자)'의 흔적으로 청약 마지막 날인 지난 19일에만 5조원이 넘는 돈이 '마통'에서 빠져나갔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곳 시중은행의 마이너스통장 잔액은 56조3579억원으로 이틀 전과 비교해 7조97억원이 늘었다. LG엔솔 공모주 청약은 지난 18일부터 양일간 진행됐다.

청약 마지막인 지난 19일에만 5조6379억원 마통 대출이 발생했다. 공모주를 1주라도 더 받기 위해 경쟁률이 낮은 증권사를 선택하기 위한 치열한 눈치싸움으로 마지막날 자금이 몰려서다. LG엔솔은 청약 건수 442만건, 청약 증거금 114조원을 기록했다.

마이너스통장은 사전에 개설해놓으면 대출이 쉽고 중도상환수수료가 없어서 공모주 청약에 많이 활용된다. 마이너스통장처럼 대출이 쉽고, 중도상환수수료가 없는 보험계약대출도 지난 이틀간 크게 늘었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평소 대비 10배 가까이 대출 신청이 늘어난 곳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예금도 대규모의 손 바꿈이 발생했다. 5곳 시중은행의 요구불예금은 지난 19일 기준 703조4094억원으로 이틀 전과 비교해 2조8864억원이 늘었다. 전일 일시적으로 줄었다(2조6532억원 감소)가 다시 회복했다.


요구불예금은 일정 기간 돈을 예치해야 하는 정기 예·적금과 달리 고객이 언제든 꺼내 쓸 수 있는 '대기성 자금'이다. 은행 관계자는 "개인 예금은 줄었으나 청약 때문에 증권사 예탁금이 은행으로 들어오면서 기업 예금 부문이 크게 늘어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청약 기간 단기성 금융상품인 MMF(머니마켓펀드) 자금 인출이 이어지면서 일부 은행의 일 출금 한도가 조기에 소진되는 상황도 발생했다. 신한은행과 국민은행은 지난 19일 오후 가입 고객 수가 많고, 규모가 큰 '대표' MMF 상품에 대한 이체를 제한했다.

빚투 청약은 지난해에도 문제가 됐다. 지난해 4월 SK아이이테크놀로지 영향으로 은행권 가계대출이 16조1000억원이 늘었다. 몰렸던 청약금이 5월 초에 반환되면서 5월가계 대출은 전월보다 감소(1조6000억원)하는 현상까지 나타났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증권사에 가급적 마지막 주에는 청약일정을 잡지 말아 달라는 내용까지 전달했다. 월별 대출 통계에 혼선을 줄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 "IPO 제도가 많은 논의를 거쳐 진화해 현재의 모습이 됐다"며 "(단기대출 증가 등의)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데,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미세 조정할 부분이 있는지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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