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이 말하는 여가부의 '시대적 소명'…"평등·통합의 컨트롤타워"

머니투데이 대담=김경환 정책사회부장, 정리=강주헌 기자, 정리=기성훈 기자 | 2022.01.23 14:30

[머투초대석]정영애 여성가족부 장관 "성평등-가족-청소년 정책, 연계 추진해야 효과 극대화"

정영애 여성가족부 장관 /사진=홍봉진기자 honggga@
정영애 여성가족부 장관은 여가부에 주어진 시대적 소명은 유효하다고 말한다. 성차별 문제는 정치·경제·사회·문화 다방면에 잔존해있고 여전히 해결과제다. 디지털 성범죄, 스토킹 등 젠더폭력의 유형은 다양화되고 있다. 촘촘한 대응이 필요한 이유다.

정 장관이 2020년 12월 취임하면서 맞은 대내외 상황은 녹록치 않았다. 전임 장관 시절 공공기관장의 성폭력 사건에 대한 대응이 미흡했다는 비판이 나오면서 여론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2030세대를 중심으로 성별인식격차가 갈등 양상으로 번졌고, 젠더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여가부는 매번 지탄의 대상이 됐다. 적은 인력과 예산으로 권한이 한정돼있는 여가부로서는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었다.

여가부는 위상과 역할에 대한 재정립을 요구받는 상황에서 정 장관은 정부조직이 만들어진 이유에 주목한다. 그가 말하는 정부조직은 다양한 사회적 갈등과 문제를 해결하고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역할이다.

성평등이라는 가치는 여성과 남성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가족, 청소년 정책과도 연결돼있다. 주무부처로서 해야할 일도 많다. 코로나19(COVID-19) 장기화로 인해 여성 고용위기, 돌봄공백 등 문제가 대두되면서 여가부가 챙겨야 할 사각지대는 더 넓어졌다. 정 장관이 여가부 이름 앞에 '청소년'이라는 표현을 붙이거나 양성평등 관점에서 부처명을 변경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힌 이유다.

정 장관은 지난 1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한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가족과 청소년 활동, 교육 등에 남녀 상호 간의 배려와 이해를 증진해야 한다는 가치를 반영한다면 청소년의 건강한 성장, 성평등 인식 개선, 문화 확산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가족은 청소년의 복리와 행복, 건강한 성장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므로 가족정책과 청소년정책을 한 부에서 연계 추진할 때 정책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영애 여성가족부 장관 /사진=홍봉진기자 honggga@

-여가부 존폐 논의가 정치권을 중심으로 나온다.
▶새 정부가 들어서기 전에 정부조직 개편 논의는 나온다. 사회적 상황이 변화하면 개편할 수도 있고 더 효율적으로 강화할 수도 있으며 다른 부처와 합칠 수도 있다. 그러나 여가부가 해온 일에 대한 이해나 우리 사회에서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에 대한 논의가 우선이다. 여가부만 할 수 있는 고유한 역할이 있다.

사각지대에 주목한다. 성폭력·가정폭력 피해자에 대한 지원과 사회 인식을 개선하는 일은 타 부처에서 중점으로 두지 않는다. 예를 들어 교육부는 학교 내 학생을 중심으로 정책을 추진하지만 여가부는 학교 밖 청소년까지 보듬는다. 소외계층을 지원하는 여가부는 출발 자체가 여론의 지지를 받는 건 약간 어려운 상황이다.

-전임 장관 시절 공공기관장의 성범죄 사건에 미흡했던 대응이 도마에 올랐다.
▶권력형 성폭력 사건 대응에 있어 국민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에 대한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인다. 장관으로 취임하면서 일련의 사건에 대해 권력형 성폭력으로 명확히 규정하고, 앞으로 적극 대응해 나가겠다고 약속드렸다. 하지만 저희의 다짐이 국민들께 충분히 가닿지 못한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다. 추후 유사 사건 발생 시 피해자 보호라는 대원칙 하에 적극적으로 역할을 해나가겠다.

다만 외부에서 기대하는 바와 달리 여가부에 조사·수사권이 없어 해결이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성희롱 시정권고 불이행 기관에 대한 여가부 장관의 시정명령권, 과태료 부과 등 제도 도입을 추진하겠다. 또 휴가, 부서재배치 등 피해자 보호조치 이행하고 성희롱 피해자·신고자에 대한 불이익처분 금지 의무를 신설하겠다.

근본적으로 민주적인 조직문화 조성이 중요하다. 기관장을 포함한 고위직 이상 별도 예방교육 대상을 국가기관·지자체 소속기관, 각급 학교, 공직유관단체 등 전 기관으로 확대하고, 성희롱 예방교육 미참여 기관장은 언론에 공표하는 등 예방교육 부진기관 기준을 강화하겠다.


-최근 성별인식격차가 커지는 모습이다. 원인 진단과 해법이 필요한데.
▶성평등에 대한 성별인식격차는 사회 불평등 심화, 극심한 경쟁, 부족한 일자리 등의 척박한 현실에 내몰린 청년층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에서 온다고 본다. 청년여성들은 4명 중 3명은 우리사회가 여성에게 불평등하다고 느끼는 반면, 청년남성의 절반 이상이 남성에게 불평등하다고 생각한다고 응답한 조사결과가 있다.

청년여성은 과거에 비해 동등한 교육 기회를 제공받고 성평등 의식 수준이 높은 세대들이다. 성폭력 범죄와 돌봄부담 가중 등 성차별에 대해 훨씬 민감하게 여긴다. 한편 청년 남성은 입시·취업 등 경쟁을 통한 일자리·주거 마련 등에 대해 부담을 겪으며 불평등 이슈를 더욱 민감하게 느끼는 것으로 이해된다.

근본적으로 사회구조적 불평등 해소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젠더 폭력으로부터 보호하고, 노동시장의 구조적 차별을 해소해 성별임금 격차를 완화해야 한다. 성별임금격차는 지난해 기준 32.5%로 조사대상에 오른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29개국 중 최하위다. OECD 평균은 12.8%다. 소통 기회도 확대해야 한다. 여가부는 성평등에 대해 청년들이 참여해 논의하는 공론장을 운영했다. 무엇보다 주거·일자리 등 사회 자원에 대한 세대간 공정한 분배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청년들이 미래에 대한 희망을 품을 수 있도록 말이다.

-스토킹, 디지털성범죄 등 다양화되는 젠더폭력에 대응 방안이 있다면.
▶법·제도를 신속하게 정비하겠다. 스토킹 피해자에 대한 무료법률지원을 확대하고, '스토킹피해자보호법' 제정으로 관련한 실태조사, 예방교육, 피해자지원, 경찰의 현장출동 근거도 마련할 계획이다. 아울러 피해자 맞춤형 지원도 강화하겠다.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 인력을 확충하고, 지역특화 상담소를 10개소로 확대해 대응체계를 구축한다.

스토킹·데이트폭력 등 그동안 실태조사에서 누락됐던 여성폭력의 실태를 파악하기 위한 '여성폭력실태조사'를 지난해 최초로 실시했는데 결과 분석 등을 거쳐 올해 상반기에 조사결과를 발표한다. 국제 규범에 부합하는 여성폭력 통계를 생산해 체계적인 정책 수립, 추진의 기반을 강화하겠다.

-지난해 여가부 산하기관에서 제작한 성평등 교육 영상에 논란이 있었다.
▶뼈아프다. 이미 여러 차례 말씀드린 것처럼 성별로 가해자와 피해자를 구분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는다. 성평등 교육은 고착화된 성별 고정관념을 개선하고 성인지 감수성을 높여 나가는 일이다. 콘텐츠 개발 시 교육대상자들의 수용성을 높일 수 있는 섬세한 접근을 하도록 노력하겠다.

-양육비 이행 강화를 위해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양육비 채무 불이행자에 대해 출국금지·운전면허정지 요청, 명단 공개 등은 지난해 이뤄졌다. 그러나 출국금지 요청 대상자 요건인 양육비채무 5000만원 이상이 너무 높다는 지적이 있다. 제도의 효용성을 높이는 차원에서 요건 완화를 추진하도록 하겠다. 한부모가족에 대해서는 생활안정을 위해 아동양육비 지원 대상과 금액을 확대하는 등 다각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앞으로 여가부가 정책적 기능을 강화해야 할 분야를 꼽는다면.
▶성평등·젠더폭력 컨트롤타워의 역할의 확대는 물론 여성고용 위기 극복을 위해 경력단절예방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다양한 돌봄 수요가 발생하고 품질 제고에 대한 요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본다. 돌봄 업무에 대한 업무 체계화와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학령기 이주배경청소년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데 다문화 아동·청소년의 건강한 성장 지원을 위한 정책 전환도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2030세대들의 젠더 이슈에 대한 관심이 높고 성별인식격차가 존재하는 만큼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관계부처와 협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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