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홍준표 의원이 선거대책본부(선대본부) 합류 조건으로 제시한 처가 비리 엄단 선언 등에 전적으로 공감한다고 20일 밝혔다. 선거가 40여일 앞으로 다가온 만큼 '원팀' 구성을 위해 일단 윤 후보가 자세를 낮추는 모양새다.
하지만 원칙적으로 홍 의원의 제언에 뜻을 함께 한다면서도 보궐선거 공천 문제에서는 "당의 합당한 의사결정 과정을 거치겠다"며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전날 윤 후보와 단독 비공개 회동을 한 홍 의원은 이 자리에서 서울 종로에 최재형 전 감사원장, 대구 중·남구에 이진훈 전 대구 수성구청장을 각각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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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공천에 직접 관여할 생각 없다…공정한 기준에 따라 하는 게 원칙"━
윤 후보는 "저는 공천 문제에는 직접 관여할 생각이 없다"며 거듭 공관위에 맡기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종로나 대구의 전략 공천이 홍 의원이 말한 국정운영능력을 담보할 만한 조치라는데 동의하느냐는 질문에는 "당의 어떤 사람이 공천되느냐, 어떤 방식으로 공천하느냐 하는 것은 그 정당이 선거에 임하는 어떤 태도와 방식을 보여주는 상징"이라며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아주 휼륭하고 전문성 있는 의원이 오면 국정운영에 도움이 되겠지만 기본적으로는 국민의힘이 국회의원 선거를 어떤 식으로 치룰 것인지에 대한 국민에게 보여주는 우리의 애티튜드(자세)"라고 말했다.
윤 후보가 전날 홍 의원과 만남에서는 공감대와 합의를 이뤘지만 당내 반발 등을 고려해 민감한 공천 문제는 일단 원칙론으로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
이어 "홍 전 대표(홍 의원)의 제언 취지에 전적으로 공감한다"며 "홍 전 대표는 우리 당의 소중한 어른이자 함꼐 갈 동반자"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천에 대한 제안이 있었다. 훌륭한 분들 추천에 감사드린다"며 "하지만 추천한다고 무조건 되는 건 아니고 당이 국민과 함께 이뤄내 온 합리적 의사결정과 절차를 통해 이뤄질 것을 알려드린다"고 말했다.
이 수석대변인은 "과거 구태를 벗어나 공정과 상식으로 새로운 정치 혁신을 이뤄내고 이를 통해서만 정권교체가 가능할 것이라는 국민의 엄중한 명령을 받들어야 한다는데 홍 전 대표도 당연히 동의할 것이라 믿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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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운영능력 담보 조치'로 공천 거론되자 선대본부 '부글부글'━
홍 의원은 "첫째 국정운영능력을 담보할 만한 조치를 취해 국민 불안을 해소해줬으면 좋겠다. 둘째 처가 비리는 엄단하겠다는 대국민 선언을 해줬으면 좋겠다"라며 "이 두 가지만 해소되면 중앙 선대위(선대본) 상임고문으로 선거팀에 참여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서울 종로와 대구 중·남구 보궐선거 등의 공천 문제까지 요구했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윤 후보 측에서는 불만이 터져나왔다. 홍 의원이 지나친 요구를 한다는 얘기다. 국정운영능력을 담보할 만한 조치라는 게 결국 자기 사람을 쓰라는 말이라는 지적 등이다.
당장 당 사무총장으로서 보궐선거 공천관리위원회를 맡게 될 권영세 선대본부장은 이날 오전 선대본부-원내 지도부 연석회의에서 "당 지도자급 인사면 대선 국면이라는 이 절체절명 시기에 지도자에 걸맞는 행동을 해야 한다"며 "그렇지 못한 채 구태를 보이면 지도자의 자격은커녕 우리 당원 자격도 인정받지 못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명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홍 의원을 강하게 비판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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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팀' 중시 윤 후보, 민감한 공천 문제는 일단 원칙적 입장으로 정리한듯━
다만 공천 문제는 민감하고 휘발성이 큰 만큼 당내 투명한 의사결정 과정을 거치겠다는 원칙적 입장으로 정리했다는 분석이다.
이 수석대변인은 이날 기자들에게 "공천 추천 문제는 기본적인 당의 원칙을 드라이(원론적으로)하게 말씀드린 것"이라며 "(홍 의원의 제안을) 전적으로 수용하기 어렵다기보다는 훌륭한 분을 추천해주신 것은 감사하지만 그분도 다른 후보들과 동일한 조건에서 투명하고 합리적인 당의 의사결정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최 전 감사원장은 경선 과정에서 2차 컷오프된 이후 본선에서는 홍 의원을 지지했다. 대구 중·남구에 추천된 이 전 구청장은 지난 총선 등에서 홍 의원을 적극 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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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공개 비판에 "후보하고 이야기한 내용…방자하다" 불쾌감━
이어 "명분에는 관심이 없고 잿밥에만 관심이 있어 가지고 공개적으로 그런 식으로 하는 사람, 갈등을 수습해야 할 사람이 갈등을 증폭시키는 그런 사람이 대선을 이끌어서 대선이 되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 그게 이견이 있다면 내부적으로 의논해서 정리했어야지. 어떻게 후보하고 이야기한 내용을 가지고 나를 비난하느냐"며 "방자하다, 그건 방자하기 이를 데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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