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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나라는 다 시작했는데…브라질 어린이 백신 접종, 유독 더딘 이유━
더군다나 현재 전파력 강한 오미크론이 전 세계를 휩쓸고 있고, 브라질 학교들이 오는 2월 개학을 앞두고 있어 자녀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원하는 학부모가 많은 상황이다. 한 학부모는 "5~11세 어린이 백신 접종 캠페인이 전국적으로 진행됨에 따라 나를 비롯한 많은 부모들이 마음의 평화를 얻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어린이 백신 접종을 기다리는 부모는 많았지만, 정부의 속도는 이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브라질 보건 규제 기관인 국가위생감시국(Anvisa) 지난달 16일 5~11세 어린이에 대한 화이자 백신 접종을 승인했다. 하지만 접종은 바로 개시되지 않았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어린이 백신 접종에 반대해서다. 마르셀루 케이로가 보건부 장관도 어린이 사망 사례가 많지 않다며 접종을 서두르지 않겠다고 했다.
그 결과 어린이 백신 관련 정부의 지침이 당국의 승인 3주 뒤인 지난 6일에야 나왔고, 실제 해당 연령대를 대상으로 한 백신은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14일 시작됐다. 해당 연령대에 대한 접종이 이제 막 개시됐고, 면역취약층부터 우선 접종하고 있어 전체 어린이를 대상으로 접종을 진행하는 데까진 다소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웃국가인 칠레는 이미 지난해 9월부터 6~11세에 대한 백신 접종을 시작했고, 현재는 3~5세 대상 접종도 진행 중이다. 쿠바와 아르헨티나도 어린이 백신 접종을 먼저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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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딸은 백신 안 맞힌다는 보우소나루━
국가위생감시국이 어린이 백신 접종을 승인했을 당시에도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즉각 반대의 뜻을 표했다. 그는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이같은 결정이 내려진 걸 "믿을 수 없다"고 비난하면서 승인과 관련된 국가위생감시국 직원의 이름을 공개하겠다고 위협했다. 이후 직원들은 보우소나루 대통령 지지자로 추정되는 이들로부터 이메일 등을 통해 살해 협박을 받기도 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이에 더해 접종은 의무사항이 아니라고 강조하며, 화이자 백신이 어린이들에게 미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또 어린이 백신이 출시되기 며칠 전에는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로 사망한 어린이가 없다는 거짓 주장을 펼쳤다고 CNN은 전했다. 논란이 일자 "일부 어린이는 사망했지만 기저질환이 있었을 것"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자신의 11살 딸에게 백신을 맞히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도 밝힌 바 있다.
코로나19로 9살 된 딸을 잃을 뻔한 카밀라 바스토는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이같은 행태를 '모욕적'이라고 느낀다. 바스토는 "대통령에 대한 신뢰를 잃은지 오래"라며 "어떻게 한 나라의 지도자가 그런 태도를 가질 수 있냐. 그는 제정신이 아닌 부정론자"라고 비난했다.
일각에서는 어린이 백신에 대한 부정적인 태도가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전략'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오는 10월 대선을 앞두고 극우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의도적인 행보라는 것이다. 정치학자 카밀라 로차는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주장은 다른 불편한 논쟁들에 대한 관심을 분산시킬 뿐만 아니라 그의 핵심 지지자들을 통합하고 동원하는 데 쓰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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