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 연구' 中이 독점…화산폭발 한다는데 현장 탐사도 못하는 韓

머니투데이 김인한 기자 | 2022.01.22 10:00

[MT리포트] 한국도 화산 안전지대 아니다 ②
"국제적으로 백두산보다 장백산 더 보편적"
"백두산 폭발 시 중국 개입, 안보 지형 격랑"
"韓 화산 연구 역량 키우고, 시나리오 필요"

편집자주 | 남태평양 섬나라 통가 화산폭발(분화)로 '화산 공포'가 재현되고 있다. 화산폭발은 자연재해일 뿐 아니라 경제·산업적 피해도 크다. 백두산과 동해 해저화산은 물론 인접한 일본 후지산 등의 분화 가능성이 있어 한반도가 더는 화산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화산 폭발 가능성과 피해규모, 대비책을 짚어본다.


"중국에서 백두산은 금기어입니다. 모두 장백산(長白山, 창바이산)이라고 부르죠. 중국은 백두산 연구를 2000년부터 시작했습니다. 연구를 독점하고 있으니 국제적으로 백두산보다 장백산이 더 보편적이라는 사실입니다. 국제적으로 받아들여진다면 우리가 '동해물과 백두산이…'라는 애국가를 자신 있게 부를 수 있겠습니까."

국내 대표 화산연구자인 이윤수 포스텍(POSTECH) 환경공학부 특임교수는 21일 머니투데이와 통화에서 "연구 분야에선 백두산공정이 더욱 노골화하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백두산은 북한과 중국 접경지에 위치해 화산폭발 위험성을 평가하고 감시하려면 협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중국은 자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국내 연구진과 공동 조사와 연구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1990년대부터 백두산 연구를 준비했다. 2000년대 초반부턴 이를 본격화했고, 2018년 12월 백두산 소재지인 지린성에 화산연구소 설립을 추진해 2년 뒤 완공했다. 중국은 백두산에 대한 20년간 연구 성과를 토대로 전 세계 2600여 개 화산에 대한 기초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한국의 백두산 연구 실정은 턱없이 부족하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2020년 1월 백두산화산연구단을 발족했지만, 현재 인원은 단 4명에 불과하다. 매년 예산 4~5억원으로 연구를 이어가고 있지만, 이마저도 현장 탐사를 할 수 없어 중국 연구를 토대로 하거나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하는 정도다.



백두산은 동북아 정세 '뇌관'



백두산 천지. / 사진=머니투데이

전문가들은 백두산이 세기마다 분화했고, 1925년이 마지막 분화했기 때문에 언제 터져도 무방하다고 입을 모은다. 과거 946년 화산폭발지수(VEI) 7 규모로 터지거나 이보다 100분의 1 수준이었던 1702년 수준(VEI=5)으로 터져도 북한이 이를 대응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백두산이 폭발하면 동북아 정세에 '격랑'(激浪)이 몰아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중국이 현재 연구를 독점해 '백두산공정'을 노골화하는 만큼, 중국이 북한에 개입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이때 한국과 중국에 이어 일본과 미국까지 개입하면 동북아에 '갈등 국면'이 찾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권창우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백두산화산연구단 박사는 "백두산 폭발이 일어날 경우 엄청난 화산재는 물론 천지에 20억톤에 달하는 물로 각종 피해가 예상되지만 북한 역량으론 대응하기 어렵다"면서 "이 경우 사회적인 동요는 북한 문제에 한국·중국·일본·미국까지 개입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권 박사는 "백두산 화산폭발은 하나의 화산 문제가 아니라 국제·정치·사회적인 복합재해"라면서 "백두산 폭발 가능성을 점치고 이에 대한 시나리오를 세워야 한다"고 했다.



"안보 차원에서 한국 '백두산 연구 원팀' 필요"



이윤수 교수는 백두산 문제는 한반도 안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우리나라 연구진이 북한에서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앞서 2017년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는 영국 유엔대표부가 제출한 백두산 화산폭발 가능성 연구에 대해 예외조항에 해당한다며 이례적으로 공동 연구를 허용하기도 했다.

이 교수는 "지금 상황에서 백두산이 폭발하면 현재까지 연구를 주도한 중국이 통제할 수밖에 없다"면서 "과거 천년대분화 100분의 1 수준으로 폭발돼도 북한은 통제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독자적인 노선으로 연구할 수 있도록 범부처 간 협력이 시급하다"고 했다.

이어 "현재 백두산 연구는 중국에 밀리는 정도가 아니고 우리는 현장을 못 가기 때문에 역량이 제로에 가깝다"면서 "중국처럼 양으로 승부해선 승산이 없고, 화산·지질 전문가뿐 아니라 인공지능(AI)·물리·전기전자 등 전문가들이 힘을 모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내 전문가들은 화산폭발로 인한 경제·산업·안보 영역에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백두산뿐만 아니라 울릉도·제주도 해저화산에 대한 폭발 별 시나리오가 있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최근에는 동남아와 남태평양 지역에서 화산폭발이 일어나고 있어 연구 역량 강화가 요구된다.

우리나라 동해 인근에 있는 해저화산들. 뾰족한 모습이 해저화산. / 사진제공=포스텍(POSTE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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