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르크는 독일 최대 항구도시, 1인당 GDP 1위, 알아주는 부자 동네와 같은 수식어와 더불어 유럽의 '환경 수도'로 손꼽힌다. '먹고 사는 문제'가 어느정도 해결된 함부르크 시민이 주변 환경에 대한 관심을 갖는 건 당연했고, 이는 전기차 도입으로까지 이어졌다. 함부르크식 전기차 도입을 일컫는 '함부르크 모델'은 이미 독일 내에서는 정책 표준이 된지 오래다.
통계 전문 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지난해 함부르크의 공용 전기차 충전소는 1310곳이다. 3위인 베를린(1226곳)은 독일 내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도시고, 1위 뮌헨(1694곳)은 자동차 산업이 가장 발달한 도시다. 인구·산업적으로 불리한 점이 많은데도 함부르크가 충전 인프라를 가장 잘 구축한 셈이다.
전기차 비중도 제일 높다. 독일 연방도로교통청(KBA)에 따르면 2020년 독일 내 함부르크 전기차 신차 출고 비중은 11.1%로 수도 베를린에 비해 5.4%p 낮았다. 그러나 각 주(州)별 전체 차량 중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율은 함부르크가 1.8%로 가장 높았다. 인구 1위 베를린에 비해 전기차 대수는 적지만, 전체 차량 중 전기차 비중이 가장 높으면서도 공용 충전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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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생소한 시절부터 '인프라 구축 위한 마스터플랜' 집행…전기차에 유례없는 혜택도━
함부르크 주정부는 2014년 8월 '함부르크 전기 차량의 개방적 충전 인프라 개발을 위한 마스터플랜(이하 마스터플랜)'을 시행해 소비자 중심 전기차 인프라 구축에 나섰다. '모든 전기차 사용자가 본인이 원하는 시간,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접근 가능한 충전소를 설치한다'는 마스터플랜의 목표에 따라 정부, 민간, 학계가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마스터플랜에는 △충전소 건설·운영은 주(州)영 기업 슈트롬네츠 함부르크가 담당 △전기차 모델과 상관 없이 모든 차량이 이용할 수 있는 표준 충전 규격 마련 △스마트폰 앱 결제 시스템 구축 △충전소 위치와 사용가능 여부를 실시간으로 알 수 있는 앱 개발 등 지극히 '소비자'의 시선에서 만들어진 목표가 담겼다.
마스터플랜이 효과적으로 이행되면서 함부르크 충전소 수는 매년 200여곳씩 급격하게 증가했다. 주요 완성차 브랜드들이 350kW(킬로와트)급 충전이 가능한 전기차를 내놓자 지난 12월부터 170kW서 350kW까지 충전할 수 있는 급속 충전소를 늘리는 중이다. 함부르크 주정부에 따르면 오는 2025년까지 2000개 이상 공용 충전소를 설치할 계획이다.
전기차에 대한 유례없는 세금 혜택도 쏟아냈다. 2015년 11월부터 도시 내 모든 주차비가 면제됐다. 전기차 보급, 인프라 확충 관련된 연구 프로젝트라면 성공 여부와 상관없이 주정부에서 포괄적으로 자금을 지원한다.
다가올 전기차 시대에 대한 연구·실험도 이미 진행 중이다. 함부르크의 전기차 관련 최대 규모 연구 중 하나인 '엘베(ELBE) 프로젝트'는 7400개 충전기에 전기 소모 추적 소프트웨어를 설치해 전기차 충전 패턴과 사용 전력량을 알아보는 실험이다. 실데이터를 기반으로 효율적인 충전기 시스템을 찾아 향후 전기차 충전으로 인한 대규모 도시 정전 등을 막기 위한 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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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조선·철강…번영 갖다준 공장때문에 환경에 민감해진 함부르크 시민들━
이러한 전기차에 대한 막대한 지원과 투자는 함부르크시의 사회경제적 배경 덕분에 가능했다. 친환경 도시 이미지와 반대로 함부르크의 부는 각종 중공업 기반으로 만들어졌는데, 항공 관련 산업이 발달했다. 세계적 수준 유럽 항공기 제조사인 에어버스의 조립 공장이 위치해 1만3000여명 이상이 근무하고, 함부르크 공항은 현재 가동 중인 독일 공항 중 가장 오래된 곳일 정도다.
이밖에도 블롬플루스포스(Blohm+Voss) 등 지역 대표 조선소들도 도심에 위치해 있으며, 이를 떠받치는 철강·알루미늄·구리 등 원자재 공장도 도시에 들어섰다. 모두 현재로선 친환경과 거리가 먼 산업들이다.
함부르크가 공기질을 당장 개선시킬 수 있는 자동차 영역에 일찍부터 관심을 가진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함부르크 주정부는 전기차 도입과 더불어 경유차 규제도 병행했는데, 2018년 5월부터 노후 경유차의 통행을 금지시킨 게 한 예다. 이는 독일 최초다. 이 모두 환경을 최우선 순위로 여기는 시민들의 절대적 지지가 있기에 가능했다.
엔스 케르스탄 주정부 환경부 장관은 "함부르크는 산업도시면서도 항구가 도심에 위치한 특이한 구조를 가졌다"며 "그렇기에 깨끗한 공기를 유지하기 상당히 어렵다. 탄소 배출을 어떻게 줄일 것인지가 가장 큰 이슈인데 전기 모빌리티(e-mobility)가 그래서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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