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두기'로 명절 D턴족 사라졌다?…설 고향 대신 호캉스 간다

머니투데이 유승목 기자 | 2022.01.19 07:00

고강도 거리두기 조치로 귀성 대신 호캉스 선택…연휴와 함께 호텔 체크인하는 장박 투숙객 증가세

/사진제공=그랜드하얏트서울

코로나19(COVID-19) 거리두기가 일상에 스며들면서 명절을 보내는 방식도 달라지는 모양새다. 고강도 방역조치가 이어지고 정부도 친척 모임 자제를 호소하면서 올해 설 연휴에 고향을 찾는 대신 특급호텔에서 시간을 보내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시댁과 친정을 찾고난 뒤 남은 휴일을 활용했던 코로나 이전과 달리, 연휴 시작과 동시에 호텔에 체크인해 2~3일씩 휴식을 취하겠단 호캉스족이 눈에 띈다.

18일 여행·호텔업계에 따르면 올해 설 연휴 트렌드로 '장박' 호캉스가 주목받고 있다. 여행·여가 플랫폼 여기어때가 설 연휴가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오는 28일부터 내달 2일까지 숙박하는 상품 예약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전체 호텔 예약건수가 지난해 설 연휴보다 8배 이상 증가했다.

단순히 예약만 늘어난 게 아니라 호캉스족 상당수가 하루 이상 호텔에 머문다는 점이 눈에 띈다. 여기어때에 따르면 호텔 연박(2박 이상 숙박) 건수가 무려 11배 이상 늘었다. 해당 기간 전체 숙박 예약 10건 중 3건이 이틀 이상 호텔에 머무는 장박 예약인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설 명절 기간(5일)을 감안하면, 연휴의 절반 이상을 호텔에 머무는 셈이다.

실제 도심에 위치한 5성급 호텔들의 연휴 기간 객실점유율(OCC)은 지난 크리스마스·연말 시즌만큼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조선호텔앤리조트에 따르면 웨스틴 조선 서울과 부산, 그랜드조선 부산, 조선팰리스 강남 등 주요 호텔객실이 설 연휴 시작시점인 28일부터 빠르게 동나고 있다. 연휴를 열흘 가량 앞둔 시점에서 예약률이 80%를 상회하고 있는데, 1박이 아닌 2박 이상의 연박 투숙도 증가했단 설명이다. 그랜드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도 설 연휴기간 예약건의 50%가 2박 이상 투숙을 예정하고 있는 호캉스족으로 나타났다.

조선호텔앤리조트 관계자는 "휴양지 호텔들의 경우 객실예약률이 이미 80%를 넘었고 도심 호텔들도 평주말 대비 높은 투숙율을 보이고 있다"며 "고객들의 평균 숙박일수도 20% 길어졌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이전 명절 호캉스 트렌드였던 D턴, J턴족의 여행패턴. 귀성 후 남은 시간을 활용해 인근에서 호캉스를 즐긴 뒤 돌아오는 구조였지만, 최근에는 귀성을 포기하고 곧장 호텔을 찾는 수요가 늘고 있다. /사진제공=신라호텔

기존 명절 호캉스 양상과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최근 수 년새 호텔 문턱이 낮아지며 어린 자녀를 동반한 가족단위 호캉스족이 크게 늘었지만, 명절 연휴에는 귀성해 가족·친지를 만난 뒤 남은 기간에 인근 호텔을 들러 쉬고 집으로 돌아오는 D턴족, J턴족이 많았다. 그러나 올해는 고향을 찾지 않고 곧장 집 근처나 부산, 제주 등 휴양지 호텔을 찾아 시간을 보내는 흐름으로 바뀌었다.

코로나 사태가 명절 풍속도를 바꿨다는 분석이다. 명절을 앞두고 다소 완화되긴 했지만, 여전히 사적모임이 6인까지만 가능하고 방역패스 등 고강도 방역조치가 이어지면서 아예 귀성을 포기한 것이다. 정부가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해 명절 고향방문을 최대한 자제하고, 출발 전 최소 3차 접종을 받으라고 권고하면서다. 울릉도가 명절 귀성객 운임할인 지원을 중단하는 등 지자체도 명절 특별방역대책을 가동하면서 귀성심리가 크게 낮아졌다.

이에 대한 반사이익이 호캉스로 쏠리게 됐다. '집콕'처럼 불특정다수와의 접촉을 자제하고, 직계 가족끼리 소규모로 연휴를 보낼 수 있는 곳으로 호텔을 떠올린 것이다. 노명헌 여기어때 데이터인사이트팀장은 "최근 방역강화로 귀성을 포기하고 호캉스를 길게 즐기는 경우가 크게 늘었다"며 "앞으로도 긴 연휴를 이용해 여행 또는 호캉스 등을 즐기려는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급호텔들도 이 같은 추세를 반영해 명절 객실판매 전략을 강화해 호캉스족 공략에 나섰다.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는 3인 가족을 대상으로 호캉스와 쇼핑 혜택, 아쿠아리움 티켓을 엮은 '팸잼(가족+재미)' 패키지를 내놨다. 동탄 신도시 인근에 위치한 해비치 호텔앤드리조트가 운영하는 롤링힐스 호텔은 젊은 부부 등을 겨냥해 떡국 2인 이용과 윷놀이 세트 증정 등 명절 분위기를 살린 패키지를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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