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빅데이터에서 미래를 읽는 통찰력

머니투데이 최연구 (과학문화칼럼니스트·럭스로보 고문) | 2022.01.19 02:05
최연구 과학문화칼럼니스트
요즘 약세의 늪에 빠져 침체 상태인 주식시장 데이터들을 눈여겨본다. 자본의 미래를 예측하고 싶어서다. 주식 투자자건 아니건, 증시에 관심이 있건 없건 주식시장은 중요하다. 자본주의의 현재를 비추는 거울이기 때문이다. 돈이 근본인 자본주의에서 증시는 돈의 흐름을 보여주며 어떤 분야가 유망하고 어떤 산업이 사양길인지 가늠하게 해준다. 메타버스, NFT, ESG 등 변화의 키워드를 읽을 수도 있다.

세계 자본시장의 중심은 미국이며 뉴욕증권거래소와 벤처기업의 요람 나스닥은 현대 자본주의 발전사의 산증인이라 할 수 있다. 미국 톱10 기업의 변천사를 보면 20세기 후반은 IBM, GE(제너럴일렉트릭), 엑손모빌의 3강 구도로 셋이 대장주 자리를 번갈아 차지했다. 신경제가 맹위를 떨친 1998년에는 MS(마이크로소프트)가 패권을 장악했지만 오래가진 못했다. IT버블이 꺼지자 전통의 강자 엑손모빌이 1위를 탈환한다. 2006년 시가총액 4400억달러로 대장주 자리를 꿰찼고 2011년까지 6년간 시총 1위 타이틀을 놓치지 않는다. 그 철옹성을 무너뜨린 것은 신흥강자 애플이다. 혁신의 아이콘 애플은 증시의 새 역사를 쓰기 시작했다.

2006년 당시 시총 최상위권에는 엑손모빌을 선두로 GE, 씨티그룹, BP(브리티시페트롤리엄), 로열더치쉘 등이 이름을 올렸다. 글로벌 석유기업의 강세가 단연 두드러졌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2016년 세계 주요 기업 순위는 완전히 바뀐다. 1위 애플, 2위 구글 지주사 알파벳, 3위 MS, 4위 아마존, 6위 페이스북이고 엑손모빌은 5위로 내려앉으며 겨우 체면을 지켰다. 새 강자 그룹은 IT 기반 플랫폼을 보유한 기업들이다. 플랫폼의 강점은 데이터다. 데이터가 모이고 유통되는 곳이 바로 플랫폼이다. 데이터는 21세기 원유가 됐고 바야흐로 빅데이터 시대를 맞게 된 것이다.


새해 벽두, 애플은 새 진기록을 세웠다. 1월4일 사상 처음 시총 3조달러(약 3600조원)를 돌파했다. 최근 6년간 애플에 투자한 투자의 구루 워런 버핏은 가만히 앉아 144조원의 수익을 올렸다. 올해 우리 정부의 예산은 604조원으로 역대 최대규모다. 애플 시총은 우리 정부 한 해 살림살이보다 6배나 많다. 우리 증시와 비교하면 규모의 차이를 실감할 수 있다. 코스피, 코스닥, 코넥스 3대 주식시장에 상장된 기업의 시총을 전부 더하면 2021년 6월 기준 약 2700조원이다. 한국 주식시장의 모든 기업 시총을 합쳐도 애플의 75%밖에 안 된다. 이쯤 되면 자본주의 패권을 누가 갖고 있고 자본의 미래가 어느 방향으로 가는지 분명해진다.

주식시세 자료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주가가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보여주는 빅데이터다. 하지만 증시 빅데이터로부터 미래를 읽는 건 쉽지 않다. 데이터과학자나 미래학자는 빅데이터를 통해 무슨 일이 왜 일어났는지를 분석하고 앞으로 어떤 트렌드가 지속될지를 예측하며 대응시나리오를 제안한다. 빅데이터 기반의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서는 데이터 분석역량과 인사이트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같은 데이터라도 관점과 역량에 따라 해석이 달라져 빅데이터에서 도출하는 트렌드도 서로 다를 수 있다. 트렌드라는 용어는 일시적 유행을 뜻하는 게 아니라 장기적으로 성장하거나 쇠퇴하는 변동추세를 가리킨다. 원래 주식에서 온 말이다. 자본시장에서 가치는 사업실적, 성장추세뿐만 아니라 오너리스크, 먹튀논란 등 경영 전반에 대한 시장평가나 기대감, 투자심리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한다, 빅데이터가 만능은 아니지만 빅데이터가 없으면 현황 진단도, 미래예측도 어렵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꿰는 기술과 역량이 없으면 구슬이 많아도 무용지물이다. 데이터도 마찬가지다. 빅데이터를 통찰력 있게 분석하지 못하면 결코 미래를 읽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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