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방역, 과학인가 토템인가

머니투데이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 2022.01.19 02:04
최준영 위원
어딘가를 오고 가다 보면 여러 차례 체온을 측정하게 된다. 화면에 얼굴을 들이대거나 삐쭉하니 솟아 있는 체온계의 센서에 손바닥을 들이밀지만 숫자를 눈으로 확인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냥 지나가는 사람도 많다. 그런 사람들을 챙겨보라고 책상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있지만 모른 척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점점 많아진다. 기차역에서는 승차객과 하차객이 엇갈리지 않도록 화살표로 구분해놓았지만 바쁘게 뛰어가는 사람들로 유명무실해지곤 한다.'왜 이런 일을 하는 것일까, 문득 궁금해지곤 한다.

에스컬레이터의 핸드레일에는 어느 순간 소독기가 부착됐다. 수많은 사람의 손이 닿는 핸드레일을 짧은 시간에 바이러스를 하루종일 제거할 정도로 소독한다는 것이 가능한 것일까 궁금해지곤 한다. 엘리베이터의 버튼에는 언제부터인가 바이러스살균필름이 부착됐다. 사람들의 손이 닿아도 살균작용이 유지될지 궁금하지만 누구도 거기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은 없다.

코로나19가 우리의 일상을 강타한 지 2년이 돼간다. 누구도 이렇게 오랫동안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백신이 등장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이제 이 백신이 코로나19로부터 인류를 구원해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단지 감염됐을 때 중증으로 가지는 않기를 기대하면서 부스터샷을 위해 팔을 내밀고 있을 따름이다. 코로나19로부터 우리를 지켜줄 수 있다는 기대로 우리 주변에 슬그머니 자리잡은 도구와 장비는 점점 늘어난다. 하지만 그 기구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그리고 그것을 통해 얼마만큼의 코로나19 환자들을 파악했는지에 대한 자료는 찾아보기 어렵다. 체온계를 통해 발열이 측정돼 입장이 제한되고 확진자로 확인되는 사례는 얼마나 있을까. 선별진료소 앞에 길게 줄 서 있는 사람 가운데 저런 체온계를 통해 이상을 인식하고 검사를 받으러 온 사람은 얼마나 될까. 질문은 끝없이 이어지지만 누구도 답을 해주지는 않는다.


방역은 과학이다. 과학은 증거에 기반한 논리적 설명을 전제로 한다. 하지만 방역조치가 어떤 효과가 있고, 왜 필요한지에 대한 설명과 근거는 제시되고 있지 않다. 과학적 분석과 평가가 이뤄진다면 효과가 없거나 낮은 것으로 판단되는 장비들은 철거될 것이고 새로운 시도와 장비가 도입될 것이다. 하지만 그런 변화는 눈에 띄지 않는다. 야외에서 마스크를 벗으면 안 되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설명해주지 않고, 그렇게 함으로써 확진된 사례를 제시하지도 않는다. 출퇴근시간, 그리고 저녁 9시 지하철은 거리두기는커녕 숨쉬기도 어려울 정도의 밀도를 보이지만 이 과정에서 감염된 사례는 거의 보고되지 않았다.

어느 순간 우리 주변에는 과학이 사라지고 "왜"라는 질문은 금기시됐다. 강요가 아닌 설득이 필요하지만 그에 필요한 증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사례는 많지 않다. 수많은 기관과 인력은 무엇을 하는지 궁금하지만 아무도 답을 해주지 않는다. 체온계는 과학적 분석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불안한 마음을 달래주는 토템이 되고 있다. 손바닥을 내미는 것이 아니라 기도를 해야 할까.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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