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먹튀논란 류영준 대표, 간담회라도 잘 했다면…

머니투데이 이동우 기자 | 2022.01.18 18:00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에게는 적어도 한 번의 기회가 있었다. 지난 4일 사내간담회는 시장과 주주 그리고 직원들에게 '스톡옵션 먹튀' 논란에 대해 진솔하게 용서를 구해야 할 자리였다. 류 대표는 "불편한 감정을 느끼셨을 모든 분께 송구하다"고 목소리를 냈지만, 현장의 직원들은 그리 느끼질 않았나 보다.

당시 간담회에 참석했던 직원들의 말을 종합하면 류 대표는 적극적인 소통 의지를 내비치지 않았다. 신임 대표로 지목된 신원근 전략총괄 부사장(CSO)이 주도적으로 진행하고, 류 대표는 직원들의 질문에 단답으로 일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직원은 "경영진의 무심한 태도에 간담회를 하고 더욱 소통의 장벽을 느꼈다"고 말했다.

책임 있는 대책도 나오질 않았다. 류 대표가 최소한 남은 스톡옵션의 행사를 포기한다고 밝혔다면, 내부 불만은 어느 정도 누그러뜨릴 수 있었을 것이다. 오히려 류 대표는 남은 스톡옵션 약 48만주를 신속하게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뒷수습은 카카오페이에 넘기고 자신은 카카오로 떠난다는 인상을 주기 충분했다.

간담회 직후 보도자료가 배포됐다는 점도 직원들에겐 상처가 됐다. 사과의 구색을 갖추기 위해 동원됐다는 인식만 줬다. 실제 잠잠했던 사내 여론은 간담회 이후로 불붙기 시작했다. 카카오 노동조합이 직접 사내 게시판에 류 대표의 카카오 대표 선임 철회 안건을 올렸고, 직원 1900명의 지지를 받았다. 카카오 역사상 가장 많은 동의를 받은 글이 됐다.


이번 '먹튀 사태'는 다양한 피해자가 발생했지만, 카카오 구성원의 상처가 특히 컸다. 수백억원을 챙긴 경영진과 별다른 보상을 받지 못한 직원들 사이의 보이지 않던 벽이 눈앞에 드러난 것이다. 불만을 달래기 위해 만든 자리에서는 오히려 직원들을 자극했으니, 류 대표의 리더십은 이미 그날 증발해버린 것일지도 모른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카카오가 컨트롤타워 '공동체 얼라인먼트센터'를 만들고 신뢰 회복에 나섰다는 점이다. 센터에서는 즉각 계열사 임원·대표의 스톡옵션 매도 제한 규정을 내놨다. 노조와 직원들도 일제히 환영의 뜻을 내비쳤다. 직원들의 목소리에 더욱 귀를 기울일 때 국민기업 카카오의 귀환은 더욱 빨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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