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당내에선 김씨의 녹취록 보도에 대한 공세가 오히려 역풍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면서 신중론도 감지된다. 일각에서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관련한 여권 차기주자들의 권력투쟁으로 비화되는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도 있다.
공동선대위원장인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7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미투를 하는 사람들은 돈을 안 줘서 미투를 하는 것처럼, 여성 피해자들을 능멸한 얘기"라며 "여성 유권자들에게는 굉장히 충격적인 문제인식을 보여준 것이라 굉장히 파장이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우영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은 안 전 충남지사 성폭행을 놓고 '안희정이 불쌍하다'고 한 데 대해선 "김씨의 미투 운동에 대한 인식은 심각하다"며 "더구나 윤 후보조차 같은 생각이라고 밝혔다"고 지적했다. 김 대변인은 "대통령 후보와 배우자의 관점이 반인권적, 반사회적이라면 문제가 된다"고 비판했다.
안 전 지사는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경쟁한 후 여권의 유력한 대선후보로 거론됐으나 수행비서 김지은씨를 네 차례 성폭행하고 여섯 차례에 걸쳐 업무상 위력 등으로 추행한 혐의로 지난 2019년 9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 6개월을 확정받았다. 안 전 지사에 대한 '미투'는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줬으며 이후 '미투 운동'의 확산을 가져오는 계기가 됐다.
윤 후보 부인 김씨가 안 전 지사를 두둔하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이 자칫 '미투 운동'의 의미를 부정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해 김씨는 방송 직후 이에 대해 사과하기도 했다.
옛 안희정계 민주당 인사는 김씨의 발언에 대해 "민주당을 폄하하기 위해 안 전 지사 사건을 조롱한 것 아니냐"며 "동네 아줌마의 수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불쾌해했다. 안희정캠프에서 활동했던 또다른 인사는 "윤 전 총장이 안 전 지사 수사에 대해 뭘 알았겠느냐"며 "김씨가 어떤 의도가 있어서 한 얘기는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김씨가 안 전 지사 사건을 언급한 것이 매우 뜻밖이었다는 반응도 나온다. 민주당에선 그동안 안 전 지사 사건은 의도적으로 언급을 피해 온 일종의 금기로 여겨졌다. 여권 대권주자가 성비위로 대선 경쟁에서 탈락한 첫 사례인 데다 이후 대권후보들의 낙마가 이어지면서 이른바 '안이박김(안희정, 이재명, 박원순, 김경수)'이라는 '음모론'을 낳기도 했다.
김씨의 녹취록 중 "조국의 적은 민주당" 등의 내용이 알려지면서 여권의 내부 권력투쟁설이 다시 조명을 받게 됐고 안 전 지사의 '미투 사건' 역시 이같은 관점에서 바라보게 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에 "2년 전 페이스북에 조국 수사의 본질을 민주당 내 권력투쟁이라 설파한 일이 있었다"며 "문통(문재인 대통령)이 조국을 대통령 만들기 위해 경력 쌓기로 법무부 장관에 임명하니, 여권 차기 세력과 검찰이 합심, 저항해서 조국 사건을 만들었다고 주장했던 일이 있었다"고 적었다.
[저작권자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