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관련 업계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등에 따르면 국민연금공단은 이달 초 유통주 등 여러 종목에 대한 지분 변동 상황을 공시했다. 보고서 기준일은 대부분 지난해 11~12월 사이였다.
특히 '중국 관련주' 혹은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관련주'로 꼽히는 유통주는 지분율을 2%포인트 넘게 줄였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5월말에서 11월말 사이에 호텔신라 주식을 649억원 어치 매도해 지분율을 10.73%에서 8.58%로 2.15%포인트 낮췄다. 신세계인터내셔날 주식도 지난해 4월말에서 12월 사이에 239억원 어치 매각해 지분율을 13.47%에서 11.08%로 2.39%포인트 줄였다.
신세계인터내셔날 주식 매도는 중국 매출이 급감해 실적 기대감이 줄어든 영향으로 풀이된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궈차오(國潮·중국인의 자국 브랜드 소비 선호) 열풍 등으로 매출에 타격을 입었다. 비디비치의 지난해 매출은 1분기 336억원, 2분기 192억, 3분기 182억 등으로 줄어들었다. 지난해 비디비치의 연매출은 1000억원을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18년 이후 처음이다.
국민연금은 송출수수료 부담에 실적 전망이 어두운 홈쇼핑주도 덜어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4월말에서 11월말 사이 현대홈쇼핑 주식 지분율을 9.6%에서 8.59%로 1.01%포인트 줄였다. 홈쇼핑은 2020년 코로나19에 따른 집콕 트렌드로 반짝 수혜를 입었지만, 이후 송출수수료 부담과 e커머스 등에 경쟁력이 밀리면서 실적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증권가는 지난해 4분기 기준 현대홈쇼핑 영업이익이 전년비 10% 내외 감소할 것으로 추정한다.
반면 국민연금은 실적 호조가 이어지고 있는 백화점주는 더 담았다. 지난해 9월말에서 12월말 사이에 신세계는 11.38%에서 12.71%로 지분율을 1.33%포인트 늘렸고, 현대백화점은 11.31%에서 11.47%로 0.16%포인트 확대했다. 백화점 업계는 코로나19에 따른 보복소비 효과로 매출 고공행진이다. 해외여행이 막히면서 명품 구매로 수요가 이동하면서 오픈런(매장이 오픈하면 바로 달려가 구매) 현상이 나타날 정도다.
하지만 롯데쇼핑 주식은 팔아치웠다. 지난해 5월말에서 12월말 사이에 국민연금은 롯데쇼핑 주식을 264억원 어치 매도해 5.05%에서 4.00%로 지분율을 1.05%포인트 줄였다. 백화점의 실적 호조세에도 불구하고 롯데쇼핑 실적 부진은 이어지고 있다. 백화점이 선방하더라도 할인점, 하이마트, e커머스 등 기타 사업부문이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면서다. 증권가는 롯데쇼핑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매출 전년 수준, 영업이익 9% 내외 감소 등으로 전망한다. 메리츠증권은 롯데쇼핑에 대해 단기간 주가 상승의 반전 요인이 부재하다며 주요 사업 부문의 역기저 부담이 상존하는 가운데 매분기 거듭되는 실적 변동성이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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