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으면 지구 종말이라는 남극 빙하, 붕괴 막는 '반전' 있었다

머니투데이 김인한 기자 | 2022.01.14 11:12

녹은 물(융빙수) 직경 40㎞ 소용돌이가 열 빼앗아
'빙하 붕괴 촉진' 기존 가설 뒤집는 실험 결과 나와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관측한 스웨이츠 빙하 균열. / 사진=미국항공우주국

국내 연구진이 남극 빙하에서 녹은 물(융빙수)이 직경 40㎞ 소용돌이를 일으켜 '스웨이츠 빙하' 붕괴를 막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스웨이츠 빙하는 남극 빙하 중 일부이지만, 기후변화 여파로 균열이 가장 가파르다. 이 빙하가 녹을 경우 지구에 재앙을 가져온다는 의미에서 '종말의 날 빙하'(Doomsday Glacier)로도 불린다.

14일 극지연구소에 따르면 이원상 박사 연구팀은 쇄빙연구선 '아라온호'를 타고 스웨이츠 빙하 인근에서 융빙수가 직경 40㎞ 소용돌이를 만드는 사실을 관측했다. 연구팀은 "소용돌이 중심에 차가운 융빙수가 모이고, 이 구간을 외부에서 흘러온 따뜻한 물이 지나면 열을 빼앗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기존 가설을 뒤집은 결과다. 그동안 학계에선 융빙수가 주변 해양의 순환을 도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는 해양 순환으로 남극해 밖의 따뜻한 물이 빙하 아래로 들어오고, 결국 빙붕(얼음덩어리) 붕괴를 촉진한다는 의미다. 융빙수가 빙하 붕괴를 촉진한다는 가설이지만, 극지연 연구팀은 융빙수가 빙하 붕괴를 막는다고 실험적으로 증명한 것이다.

서남극 '스웨이츠 빙하' 인근 지역을 탐사 중인 쇄빙연구선 아라온호. / 사진제공=극지연구소

극지연 연구팀은 쇄빙연구선 '아라온호'를 타고 직접 스웨이츠 빙하 인근 바다를 분석했다. 관측 결과, 융빙수가 만든 소용돌이가 반시계방향으로 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소용돌이는 따뜻한 물의 열을 빼앗아 빙하 붕괴를 막았다. 수심 400~700m에서 해수의 열용량은 12% 감소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따라 빙붕 하부의 녹는 속도도 늦춰진 것으로 보인다.


이원상 박사는 "지구는 '자기방어 능력'으로 지구온난화에 저항하고 있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남극 빙하는 빠르게 녹고 있다"면서 "기후변화의 영향을 정확하게 분석하고, 해수면 상승의 위기에 대비하기 위해 앞으로도 빙하의 움직임을 지속 추적하겠다"고 강조했다.

전 세계 과학자들은 스웨이츠 빙하가 녹으면 지구의 평균 해수면이 65㎝ 오르고, 서남극 다른 빙하에도 연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서남극 빙하가 모두 바다에 빠질 경우 해수면은 5.28m 상승할 것으로 예측된다.

극지연 연구팀의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게재됐다.

남극에 스웨이츠가 차지하는 비중. / 사진=네이처(Na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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