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면세점 후려치는 中 따이공···루이비통 "명품 이미지 안 맞다"

머니투데이 오정은 기자 | 2022.01.16 06:00

루이비통 롯데면세점 제주점 영업 중단..."따이공보다 개인 VIP 고객 집중"

롯데백화점 인천터미널점 루이비통 매장 앞, 고객들이 줄을 서서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사진=뉴스1
세계 3대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이 한국 시내면세점 철수를 시작하면서 韓 면세점의 핵심 경쟁력인 '글로벌 명품 브랜드 네트워크'에 균열이 시작됐다. 루이비통이 유통 과정에서 짝퉁이 혼입될 우려가 높은 중국인 따이공(대리구매상) 고객이 많은 한국 시내면세점과 결별을 선언하면서 샤넬·디올 등 다른 명품 브랜드 이탈에도 업계의 관심이 집중된다.

16일 명품업계에 따르면 루이비통은 1일부터 롯데면세점 제주점 루이비통 매장 영업을 중단했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한 운영상의 어려움으로 영업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루이비통은 서울 4곳, 부산 1곳, 제주 2곳 총 7개 시내면세점 매장을 운영 중이었다.


中 따이공이 장악한 한국면세...루이비통 "브랜드 가치 사수"


루이비통의 韓 시내면세점 철수는 예정된 수순이었다. 지난해 6월 영국 면세전문 매체 '무디 데이빗 리포트'는 "루이비통은 한국을 포함한 상당수 시내면세점에서 철수할 움직임"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무디 데이빗 리포트는 루이비통 철수 배경에 대해 "루이비통은 중국 현지 공항 터미널 면세에 집중한다는 전략"이라며 "단체관광객보다는 특별한 개인(VIP) 고객 중심으로 전환해 명품에 걸맞는 고급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리포트는 한국 시내면세점의 지나치게 높은 따이공 의존도를 지적하며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갈등으로 중국인 개인 고객층이 붕괴되고 점점 더 따이공에 의존하게 됐으며, 2020년 이후 매출을 거의 전적으로 의존하게 됐다"고 진단했다.

25일 서울 중구 명동 한 면세점 앞에서 외국인들이 줄서 있다. 이들 대부분은 '따이공(代工)'으로 불리는 중국인 구매 대행 보따리상으로 알려졌다. 2021.5.25/뉴스1
따이공은 잦은 구매·반품·환불과 편법 그리고 과도한 할인 요구로 2019년에는 다수가 '면세점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릴 정도였다. 2020년 코로나19 창궐로 출국하는 내국인과 입국하는 외국인 관광객이 증발하자 따이공의 영향력은 크게 확대돼 2021년 기준 한국 시내면세점 매출 90%를 발생시키는 주체가 됐다. 최근 영향력이 막대해진 '기업형 따이공'은 개인 따이공과 달리 여행사를 끼지 않고 면세점과 직접 협상·거래하는 고객을 말한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기업형 따이공은 구매 규모가 워낙 크기에 협상력이 높고 높은 할인율을 요구해 면세점 입장에서는 영업이익률이 0~3%밖에 발생하지 않는다"며 "2021년 기준 시내면세점의 매출 규모는 기업형 따이공 덕분에 2019년 수준까지 회복됐으나 영업이익률이 현저히 낮은 이유"라고 설명했다.



기업화된 따이공, 韓 면세점·K뷰티 매출까지 흔든다


기업형 따이공의 영향력은 K뷰티 매출 1위 LG생활건강까지 뒤흔들 정도다. 지난해 하반기 따이공 측은 LG생활건강의 면세점 주요 브랜드(더 히스토리 오브 후)에 대량구매에 따른 추가 할인을 요구했으나 LG생건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할인 요구를 받아들이면 매출이 늘겠지만 중국 현지서 브랜드 가치 하락 우려가 있어서다. 이에 4분기 LG생건 면세점 매출이 부진하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지난 10일 LG생활건강 주가가 13% 급락하는 일이 벌어졌다.

박종대 애널리스트는 "지금 한국 면세점의 사업구조는 대단히 왜곡돼 있다"며 "따이공이 중국 화장품 유통 시장에서 '무역상사' 역할을 하는 것도 문제고 수요처가 기업형 따이공밖에 없다는 것은 협상력과 수익성 측면에서 큰 부담이 된다"고 분석했다.

기업형 따이공은 한국에 사업자등록을 하고 사업체를 통해 면세품을 매입한 뒤 중국·홍콩에 수출하고 있다. 따이공 제품 유통의 가장 큰 문제는 중간 유통과정에서 '짝퉁'이 혼입되는 경우가 있다는 점이다. 이 과정에서 중간 유통상은 막대한 이익을 누리고 브랜드 업체는 치명적인 가치 훼손 피해를 입게 된다. 루이비통 등 글로벌 명품 브랜드가 기업형 따이공을 꺼리는 이유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해외여행 정상화가 늦어질수록 한국 면세점의 기형적 구조가 계속되면서 루이비통 외에 샤넬 등 다른 브랜드도 시내면세점 매장을 철수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며 "국내 매장 수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시내면세점 매장을 접고, 명품이 불티나게 팔리는 백화점 매장을 추가 출점하는 것이 훨씬 이득이 된다"고 말했다.

품절 대란을 빚으며 국내에서 엄청난 인기를 누리는 샤넬조차 2020년 해외여행객 급감으로 면세 채널에서는 큰 타격을 입었다. 샤넬코리아의 2020년 국내사업부 매출은 26% 성장한 반면 면세사업부 매출이 81% 급락해 2020년 전체 매출이 전년비 12.6% 감소한 9296억원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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