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가 칩거에 들어가고 선거대책위원회가 일괄 사퇴하면서 전체 선거 판세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린다. 일각에서는 벼랑 끝에 몰린 심 후보가 쇄신을 통해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지지층이 일부라도 빠져나갈 수 있다고 본다. 공고한 진영대결 양상에서 스스로 존립 기반마저 다지지 못한 정의당이 지지율 상승의 기회를 맞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13일 정의당은 이동영 수석대변인 명의의 공지문을 통해 선대위원 전원이 일괄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전날 밤에는 심 후보가 선거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모든 일정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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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경영보다 못한 지지율…반등 가능할까━
~13일 조사) 수준에 그치고 있는 심 후보의 지지율은 허경영 국가혁명당 후보(3.2%)보다도 못 미치는 수준을 보였다. 유일한 원내 진보정당 후보로서 참담한 처지다.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이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등록된 모든 여론조사를 대상으로 분석해 산출하는 '통합 지지율'에서도 심 후보는 지난해 이후 단 한 번도 5%를 넘은 적이 없었다. 1월 첫째 주 심 후보의 통합 지지율은 3.3%였고 지난해 1월 이후 최고치는 작년 10월 말 4.2%에 불과했다. 지난 대선에서 6%대 득표율을 기록한 것과도 비교된다.
문제는 반등 가능성이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도 일찌감치 선대위를 해체 수준으로 재구성했고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역시 선대위를 해산하고 반전을 모색했다. 심 후보도 현재 위기를 전화위복으로 삼는다면 추격의 발판을 만들 수 있고 이 후보에게 쏠려 있는 범진보진영의 지지를 가져올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 바라보는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다. 국민의힘 선대본 관계자는 "심 후보가 선전하면 상대적으로 이 후보의 지지율 하락에 영향을 줄 수는 있다고 본다"면서도 "실제 그렇게 될지는 지켜봐야한다. 현재로서는 불투명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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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사태' 모호한 대응부터 위기 태동━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정의당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했을 때 '민주 대 반민주 구도는 끝났다'고 선언했어야 했다"며 "그것을 정리 못 하면서 민주당에 들러리 서고 종속변수로 끌려갔던 것"이라고 밝혔다. 박 대표는 "민주 대 반민주 구도를 벗어난 새로운 구도를 못 만들었고 새로운 어젠다도 제시 못했고 새로운 인물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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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구도도 '불리'…"진보가 열세 지형"━
부동산 참사 등 문재인 정권의 정책 실패로 진보 진영의 입지 자체가 좁아진 점도 열악해진 환경이다.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이달 3~4일 전국 성인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에 따르면 스스로 보수라고 밝힌 비율은 31%로 진보 응답(26%)보다 5%p(포인트)가량 앞섰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치는 환경을 쫓아가는 것이지 환경을 창출하는 게 아니다"며 "유권자들의 주관적 이념지형이 지난해 7월 정도부터 보수가 5%p 정도 더 많아졌다. 진보가 열세 지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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