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건설현장에 필요한 과속 방지 장치

머니투데이 차희성 아주대 건축공학과 교수 | 2022.01.13 17:08
광주 서구 아파트 외벽 붕괴사고의 원인을 추정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정황이 속속 나오고 있다. 골조공사 외벽이 쉽게 무너져 내리는 현장 동영상에 비추어 볼 때, 콘크리트 구조체의 강도가 제대로 발현되기 전 상층부 골조공사를 무리하게 진행한 결과로 보여진다. 콘크리트는 수화반응이라는 과정을 거쳐서 강도를 발현하는 건축재료이다. 적정 온도를 유지해야 함과 동시에 충분한 양생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정상적인 절차나 방법을 무시하고 과속 공사를 하다보면 이런 붕괴사고가 날 가능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교통사고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가 과속이듯, 건축현장 안전사고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도 과속이다. 건설 현장에서 왜 과속을 하려고 할까. 시간과 비용 때문이다. 우선 공사일정이 촉박하면 속도를 내기 마련이다. 아파트와 같이 입주기간이 정해져 있는 공사의 경우, 기한 내에 공사를 완성하기 위해 무리한 방법을 동원하려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 또 공사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과속하는 경우도 많다. 공사기간을 줄이면 줄일수록 간접공사비를 아낄 수 있어 총공사비 절감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결국 시간과 비용 문제를 통제할 수만 있다면 공사현장에서 안전사고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이 두 가지 변수를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방법을 크게 세 가지로 제안한다.

첫째, 행정 관청 등 관리감독 기관에서 건설사의 공사기간 산출과정이 합리적이고 타당한지 심의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윤 창출이 주목적인 건설회사의 경우, 무리한 공기 단축을 통해 수주 가능성을 높임과 동시에 간접비 절감을 통한 회사의 이익 추구는 당연한 결과다. 그러나 최근 주52시간 근로시간 준수, 최저임금 상승, 숙련 노무자의 감소 등으로 인해 과거 어느 때보다 건설 현장에서는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공정관리의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다.


둘째, 공사기간 단축이 경제적인 혜택으로 이어지는 고리를 사전 차단해야 한다. 무리한 공기 단축에 의해 발생되는 이익이 크지 않도록 제도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설계 변경으로 공사기간이 단축되면 건축비를 감액하는 '설계변경' 제도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도입할 수 있다. 시공자 입장에서는 공사비를 덜 받게 되기 때문에 공기 단축 유인이 줄어든다.

마지막으로, 현장 관리 업무의 스마트화다. 최근 근로환경 개선으로 인해 현장의 작업 여건은 꾸준히 개선되고 있지만, 현장 기술자와 관리자는 각종 규제와 민원 처리 등의 업무에 시달리는 역설적 상황에 처해지고 있다. 심지어 현장에서 이런 부차적인 업무가 과중됨에 따라 기술적인 검토 등 본업에 할당되는 시간 자체가 충분히 제공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장 기술자와 관리자의 업무 효율성을 혁신적으로 제고할 수 있는 현장관리 업무의 스마트화가 필수적이다.

과속으로 인한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서 교통 당국은 도로와 자동차 등에 각종 안전장치를 해놓는다. 건설현장의 과속을 막기 위해서도 이런 안전장치가 필수적이다. 건축 공정 계획의 투명성 확보, 공기 단축에 의한 이윤추구 제한, 공사 현장 업무의 스마트화라는 3가지 안전장치만 제대로 갖춰도 또 다른 광주 건축현장 사고는 막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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