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수수료도 없이 7.1조 매출 올린 애플코리아, 법인세 고작 629억

머니투데이 변휘 기자, 차현아 기자 | 2022.01.14 05:20

작년 매출 7.1조원, 영업이익 1115억
법인세 629억원…매출 2조 적은 네이버의 1/7

4일 오후 서울 강남구 애플스토어 가로수길점에서 고객이 제품을 둘러보고 있다. 2022.01.04./사진제공=뉴시스
애플코리아가 지난해 국내에서 7조1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2009년 이후 처음으로 공개된 실적인데, 당시보다 40배가 늘었다. 그러나 애플코리아의 작년 영업이익은 1115억, 영업이익률은 1.6%에 그쳤다. 덕분에 한국에 내는 법인세 규모는 턱없이 적다. 더욱이 국내에서만 16조원 매출을 올리는 앱스토어의 수수료 수익은 애플코리아와 별개다. 애플이 쓸어담는 돈에 비해 국내 시장에 대한 기여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계속되는 이유다.

지난 12일 애플코리아가 공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2020년 10월 1일~작년 9월30일) 매출은 7조972억원으로, 전년 대비 24.2%(1조3800억원) 증가했다. 작년 영업이익은 1115억원으로 전년 대비 13.3%(170억원) 감소했다. 당기순이익도 1242억원으로 같은 기간 2.4%(31억원) 줄었다. 애플코리아는 9월 결산법인이다.


아이폰3 한국 상륙, 그후 12년…애플코리아 매출 40배 늘었다


애플코리아의 감사보고서 공개는 2009년 이후 12년 만이다. 2019년 개정된 '주식회사 등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유한회사에 대해서도 공시 의무가 발생한데 따른 것이다.

1998년 11월 국내에 발을 들인 애플컴퓨터코리아 주식회사는 2009년부터 애플코리아 유한회사로 전환했다. 한국에 처음으로 상륙한 애플의 스마트폰, 아이폰 3GS 시판을 앞둔 시점이었다. 이때부터 애플의 국내 입지가 급속하게 커진 것을 고려하면, 꽁꽁 감춰져 있던 12년 간의 성장 결과가 이번 감사보고서를 통해 조금이나마 드러났다.

2009년 실적과 비교하면 '상전벽해' 수준이다. 당시 감사보고서(2008년 10월 1일~2009년 9월30일 기준)에 따르면, 애플코리아 매출은 1783억원, 영업이익은 57억원 수준이었다. 12년 만에 매출은 40배, 영업이익은 20배 증가했다.

다만 애플코리아의 영업이익률은 당시 3.2%에서 지난해 1.6%로 낮아졌다. 마진율이 반토막 난 셈이다. 또 애플 미국 본사의 영업이익률이 지난해 기준 29.8%에 달하는 것과도 차이가 크다.


영업이익률 1.6%, 이유는



핵심 원인은 애플코리아의 높은 매출원가다. 국내에는 애플의 생산시설이 없다. 아이폰 등 애플 기기를 판매하려면 해외의 애플 판매망에서 들여와야 하는데, 애초에 이 원가가 높은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애플코리아의 매출원가는 6조7804억원에 달했다. 매출의 95.5%에 해당하는 규모다. 또 애플코리아와 애플의 싱가포르 소재 법인 '애플 사우스 아시아(Apple South Asia Pte Ltd)'와 거래 규모는 6조7234억원이었다. 싱가포르는 애플의 아시아·태평양지역 거점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애플 본사는 아이폰 등 기기의 제조사인 탓에 영업이익률이 높고, 애플코리아는 주로 판매와 서비스를 담당하는 만큼 이익률을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하긴 어렵다"면서도 "매출원가를 높게 잡는 방식으로 국내에서 벌어들인 수익을 해외로 이전하는 효과를 노릴 수는 있다"고 평가했다. 다른 관계자는 "싱가포르의 법인세는 17% 고정세율이지만, 한국의 최고세율은 27.5%"라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애플코리아는 지난해 다양한 지출을 늘렸다. 판매장려금으로 494억원을 지급했는데, 이는 전년 대비 119%(269억원) 가량 늘어난 규모다. 아이폰 13 시리즈 출시에 맞춰 전작보다 좀 더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급여와 주식보상비용 등이 포함된 총 급여도 149억원 늘어났다. 한 회계 전문가는 "전반적으로 매출도 올랐고, 현금흐름도 괜찮은데 앞으로 나갈 돈을 미리 비용으로 잡아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애플코리아는 주식 배당금으로 9809억원을 책정했다. 미국 본사가 지분 100%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거액의 본사 배당은 외국계 기업이 국내에서 수익을 이전하는 대표적인 경로로 여겨진다. 더욱이 앱스토어 수수료는 국내에서 발생하는 대표적인 애플의 수익이지만, 애플코리아와는 관계가 없다. 2020년 국내 앱스토어 매출은 139억달러(약 16조5000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애플코리아가 지난해 한국에 낸 법인세는 629억원이었다. 반면 5조원대 매출의 네이버가 2020년 낸 법인세는 4300억원으로, 애플코리아의 7배 가량이다. '낮은 영업이익률'의 효과다. 애플을 향한 '국내에서 돈을 쓸어 담으면서 사회적 책임은 다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유효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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