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엑스포는 이제 인류가 지구와 조화롭게 살아가는 길을 보여주는 곳으로 변화했다."(드미트리 케르켄테즈 국제박람회기구 사무총장)
지난해 10월 개막해 올 3월까지 열리는 '2020 두바이 월드엑스포'(이하 두바이엑스포)의 주제는 '마음의 연결, 미래의 창조'(Connecting Minds, Creating The Future)다. 과거 첨단기술의 각축장으로 여겨지던 월드엑스포가 이른바 '문화올림픽'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두바이엑스포의 구성만 봐도 달라진 엑스포의 분위기를 확인할 수 있다. 두바이엑스포는 △이동성(Mobility)과 △기회(Opportunity)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 등 3개의 큰 테마로 전시관을 구성했다. 특히 최근 전 세계가 공통으로 대응하고 있는 기후위기, 탄소중립의 철학을 엑스포 개최지 곳곳에 심어놨다. 시설의 절반 이상은 태양열과 지열로 생산한 재생에너지로 작동한다. 상당수의 개별 전시관들도 폐플라스틱 등 버려지는 재료를 건축재료로 활용하거나 재생에너지, 태양광 자가발전으로 운영된다.
중동의 맹주 사우디아라비아는 지속가능한 미래에 대한 고민을 엑스포 파빌리온에 고스란히 녹였다. 192개 참가국 중 2번째로 큰 전시관을 선보인 사우디아라비아는 파빌리온 전체를 푸른빛의 태양광 패널로 뒤덮었다. 미국 녹색건축위원회의 녹색건물인증제도 'LEED' 중 최고 등급인 플래티넘 등급을 받을 정도의 친환경 건축물이다. 센 함바자자 사우디 아라비아 전시관 책임자는 "사우디관은 사람, 유산, 자연 그리고 기회라는 4가지 목표에 집중했다"며 "사우디아라비아 시민들의 삶의 질을 증진시키고 세계의 지속가능성에도 기여하는 관광, 산업 도시, 공원을 포함하는 거대한 프로젝트인 '2030비전'을 전 세계에 소개하고 있다"고 밝혔다.
핀란드의 경우 '미래의 행복을 공유하다'를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핀란드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핵심 요소인 안정성, 지속가능성, 혁신을 공유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핀란드관 관계자는 "정부, 회사, 그리고 시민(개인)들이 전세계의 환경의 미래에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순환 경제라는 아이디어를 정밀하게 보여주고자 했다"고 말했다.
전통적인 엑스포 취지에 부합하게 첨단기술로 이룩할 인류의 지속가능한 미래상을 선보인 곳들도 여럿 있다. 대표적으로 독일관은 친환경에너지, 스마트시티, 생물다양성 등 세 가지 주제의 첨단기술을 전하는 대학 캠퍼스처럼 꾸몄다. 연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혁신적인 풍력발전 시스템 '에너카이트(ener-kite)', 케이블 대신 자기장을 활용한 엘리베이터형 실내이동수단인 '몰티(multy)' 등이 이목을 끈다. 프랑스관은 로테르담 대성당의 복원과정을 AR(증강현실) 기술로 실감나게 보여준다.
이러한 지향점의 변화는 2030 월드엑스포 개최를 준비하고 있는 한국도 유심히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위원회는 2030년 월드엑스포 주제를 '세계의 대전환, 더 나은 미래를 향한 항해(Transforming Our World, Navigating Toward a Better Future)'로 잡았다. 개최 후보지인 부산은 한국 경제발전의 전초기지였고, 피원조국에서 원조국으로 발전한 대한민국의 역사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도시다.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위원회 관계자는 "포용, 개방, 융합의 키워드를 갖춘 항만도시 부산은 양극화, 민족·국경·종교 분쟁과 같은 당면한 인류적 고민을 해결할 실마리가 줄 수 있을 것"이라며 "부산은 2030년 월드엑스포를 통해 기술격차, 기후변화 등 전 세계적인 위기 속에서 대전환의 모멘텀을 전 세계에 제시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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