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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 "딸이 의식 잃었는데 남친은 119 허위신고...제대로 신고했어야"━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피고인 이모씨(32)는 지난해 7월25일 새벽 2시쯤부터 한시간 동안 피해자 황씨를 폭행했다. 이씨는 오피스텔 8층에 있는 황씨 원룸에서 황씨를 밀었다. 이후 황씨가 1층까지 따라오자 머리와 배, 어깨를 약 10차례 때렸다.
황씨가 의식을 잃었지만 이씨는 곧바로 119에 신고하지 않았다. 그는 대신 112에 "(황씨가) 왜 자는 척 하는지 모르겠다. 다시 연락하겠다"며 상황 설명없이 전화를 끊었다.
새벽이지만 1층에는 오피스텔 입주민이 오갔다. 이씨는 의식 잃은 황씨의 상체를 끌어 엘리베이터를 타고 8층에 갔다가 다시 황씨를 끌고 1층에 돌아왔다. 이 과정에서 황씨 머리가 수차례 바닥에 부딪혔다.
이씨는 119에 "(황씨가) 술을 많이 마셔 기절했고 머리에 피가 난다"고 신고했다. 현장에 도착한 119 구급대는 '폭행' 사실을 몰라 뇌 손상 피해자를 구조할 적절한 장비가 없었다. 황씨는 병원에 옮겨졌지만 24일 뒤 숨졌다.
검찰이 이씨에 적용한 혐의는 상해치사죄다. 이씨에게 황씨를 살해할 의도는 없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황씨 유족은 두 가지 이유에서 '살해 의도'가 입증된다고 주장한다. 하나는 '반복성'이다. 유족 측 법무대리인을 맡은 최기식 법무법인 산지 변호사는 "CCTV(폐쇄회로TV) 영상을 보면 이씨가 황씨를 7차례 폭행했다"며 "자신보다 왜소한 여성을 반복해 폭행한 건 '죽어도 상관 없으니 때리겠다'는 의사가 있었다고 보여진다"고 말했다.
둘째는 '부작위에 의한 살인'이다. 최 변호사는 "이씨는 연인인 황씨를 보호할 의무가 있는 사람"이라며 "하지만 이씨는 의식 잃은 황씨를 끌고 다녔고 119에도 허위신고를 해 적절한 구조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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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119 신고는 했다, 부작위범 인정 어려워"━
법조계에선 유족 측 주장이 받아들여지기 어렵다는 예상이 대부분이다.
먼저 검찰이 '살해 의도'를 입증할 객관적 근거를 찾지 못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아무리 이씨가 황씨를 반복해 폭행해도 '살해 의도' 입증은 검사의 몫"이라며 "검사가 상해치사 혐의로 기소한 점을 보면 살해 고의를 입증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부작위에 의한 살인'도 입증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이씨의 '119 신고' 때문이다. 김범한 변호사는 "허위신고라 할지라도 119에 연락했고 황씨도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 사망했다"며 "법률적으로 '부작위범'이 성립하지 않을 것"이라 말했다.
이연주 변호사도 "만일 이씨가 황씨를 때리고 도망갔다면 부작위범으로 인정받을 가능성이 있었겠지만 119 신고는 했다"고 말했다.
유족 측은 검찰이 보강수사로 살해 고의성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한다. 황씨의 어머니 전모씨는 12일 머니투데이와 통화에서 "딸이 병원에 실려가는 구급차에서 심정지가 와 심폐소생술(CPR)로 되살렸다"며 "검찰은 당시 출동한 구급대원과 응급실 의료진, 부검의를 증인으로 소환해 살해 의도를 밝혀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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