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물 흐르듯 무너졌는데…부실 공사는 아니라는 HDC현산

머니투데이 배규민 기자, 오진영 기자 | 2022.01.12 16:27
(광주=뉴스1) 정다움 기자 = 11일 오후 광주 서구 화정동 한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외벽 붕괴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은 사고가 발생한 아파트 공사현장 모습.2022.1.11/뉴스1
광주 서구 신축 아파트 외벽 붕괴 사고 원인에 대해 전문가들과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과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콘크리트를 충분히 굳히는 않는 등 부실 시공의 가능성을 가장 높게 봤다. HDC현대산업개발은 하지만 정면 반박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붕괴 원인에 대해 해당 시공업체 뿐 아니라 감리 등 총체적인 관리·감독 부실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다.


39층 바닥 콘크리트 붓는데 건물 붕괴…"무리한 공사, 콘크리트 품질 문제 있다"


12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날 전문가 10명으로 구성된 중앙건설사고조사위원회를 정식으로 구성하고 광주 서구 아파트 붕괴 원인 등에 대해 조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위원회는 오는 3월12일까지 원인 조사 뿐 아니라 재발방지 대책도 마련한다.

소방당국 발표에 따르면 지난 11일 HDC현대산업개발이 시공하는 광주 서구 화정동 현대아이파크 신축 현장에서 아파트 건물 23층부터 34층까지 붕괴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아파트 201동 39층 바닥 슬래브 콘크리트 타설 작업 중에 붕괴가 진행됐다. 해당 지자체인 광주 서구청은 크레인이 무너지면서 건물 외벽에 부딪힌 것으로 파악했다.

정확한 사고 원인은 정부 조사가 이뤄져야 알 수 있겠지만 전문가들은 부실 공사에 무게를 뒀다. 공사 일정을 맞추기 위해 제대로 된 콘크리트 양생 과정 없이 짧은 기간에 층을 올렸다는 추정이다.

이날 한국건설품질기술사회 자체조사를 위해 현장을 찾은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공학박사, 안전기술·지도사)는 "외벽 붕괴 사고 원인이 입주일자를 맞추려는 건설사의 무리한 시공 탓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가장 큰 문제는 불법 하도급"이라면서 "지나치게 빡빡한 일정 속에서 입주일자를 맞추려고 무리한 공사를 하다 보니 사고가 났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안형준 전 건국대 건축대학 학장은 "11개층이 한꺼번에 우르르 무너진 것은 아래층의 콘크리트 품질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붕괴된 부분을 보면 주로 코너 끝부분"이라면서 "당시 강풍이 불었다는 직원의 이야기가 있는데 강풍에 가장 약한 코너 부분부터 붕괴가 된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보통 건축물에서 콘크리트 양생은 통상 일주일마다 한 층씩 올리면서 시공한다. 양생은 콘크리트가 완전히 굳을 때까지 온도, 하중, 충격 등의 영향을 받지 않도록 충분히 보호 관리하는 것을 의미한다. 콘크리트의 생명은 시공 후에 양생에 있다고 할 정도로 콘크리트 공사에서 중대한 마무리 작업으로 꼽힌다. 4주가 되면 제대로 된 강도가 발현되는데 1주일만 되도 공사에는 지장이 없다고 판단한다. 11개층이면 단순 계산을 해도 약 11주, 아래층은 제대로 된 강도가 발현될 시간이 있었는데 물 흐르듯 무너진 것은 콘크리트의 강도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공사 기간 충분, 콘크리트 말리는데 최소 10일 이상 소요" 부실공사 반박


하지만 공기 단축을 위한 무리한 시공이 붕괴로 이어졌다는 주장에 대해 HDC현대산업개발은 반박했다. 회사측은 "공사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었던 현장으로 공사 기간은 여유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이 문제 제기한 양생기간에 대해서도 "201동은 모든 층이 10일 이상의 충분한 양생기간을 거쳤다"고 강조했다. 사고가 난 아래층인 38층은 사고일 기준 18일의 양생이 이뤄졌으며 38층과 39층 사이에 설비가 지나가는 층도 12일간의 양생 후 39층 바닥 슬래브 타설이 이뤄졌다고 해명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콘크리트의 강도 여부와 별개로 아래층이 위층의 하중을 견디지 못해 무너졌을 가능성도 제기한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짓고 있는 아파트가 이렇게 무너지는 모습은 처음 본다"면서 "콘크리트 양생과 철근 배합, 설계의 문제, 또는 거푸집이 바람에 못 이겨 넘어지면서 연쇄적으로 일어난 붕괴인지 등 업계 구조 담당자들도 정확한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원인을 분석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반복되는 공사 현장 사고와 관련해 시공사 뿐 아니라 법제도 등 관리 감독의 총체적 부실 문제라는 지적도 많다.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해당 시공사에 가장 먼저 책임을 묻겠지만 시공을 관리·감독하는 감리사는 제 역할을 했는지, 제도적으로 관리·감독이 가능한지 등 구조적인 문제까지 총체적으로 짚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예를 들어 공사 전에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 유해위험방지계획서를 제출해 심사를 받아야 하는데 착공 하루 전에 제출하도록 돼 있어 실제로 제대로 된 심사와 관리가 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건설업계 다른 관계자는 "한동안 화물파업으로 시멘트·레미콘 공급이 원활하지 않았고 27일 중대재해법 시행으로 이전보다 안전관리가 강화되면서 공사 기간도 영향을 받고 있다"며 "최근 수주한 사업장은 이런 부분까지 반영해 공사 기간을 정하지만 예전부터 공사가 진행된 곳은 공기를 맞추는 데 어려움이 있어 고심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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