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삶 살자"던 '깐부 할아버지' 오영수, 골든글로브 금자탑

머니투데이 최경민 기자 | 2022.01.10 11:57

2021년 10월 MBC '놀면 뭐하니?' 출연 당시 메시지 재구성

미 골든글로브 TV부문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배우 오영수/사진=골든글로브 캡처
'오징어 게임'의 '깐부 할아버지' 배우 오영수(78)가 10일 열린 제79회 미국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TV부문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그는 이 작품에서 '오일남'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한국 배우가 골든글로브를 수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55년차 노배우가 이룩한 그야말로 금자탑이라고 할 수 있다. 골든글로브는 아카데미와 함께 미국에서 가장 권위있는 시상식으로 꼽힌다.

하지만 오영수와 주연 이정재 등 '오징어 게임'팀은 이번 시상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이정재 또한 TV부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상황이다. 상을 주관하는 미국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HFPA)가 인종·성차별 논란에 휩싸인 상황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미국 현지에서도 골든글로브 보이콧 움직임이 일었던 바 있다.

오영수는 현재 대학로에서 연극 '라스트 세션'의 주연 '정신분석학의 창시자 프로이트 박사' 역으로 묵묵히 활약하고 있다. '오징어 게임'의 유명세에도 불구하고 연극으로부터 멀어져서는 안 된다는 절박함에 다시 대학로를 찾은 것으로 전해졌다.

오영수는 지난해 10월 MBC '놀면 뭐하니?'에 나와 "여러분, 아름다운 삶을 사시길 바랍니다"라는 메시지를 전하며 전국민에게 감동을 줬던 바 있다. 해당 프로그램의 출연진인 미주는 오영수의 말을 듣다가 눈물을 쏟기도 했다.

골든글로브 수상을 맞아, 당시 오영수의 주요 발언들을 다음처럼 요약해봤다.

▷"'오징어 게임'이라는 놀이의 상징성을 통해 사회의 부조리를 찾아가는 감독의 혜안을 좋게 생각해서 작품에 참여하게 됐다. 처음 보자마자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오징어 게임'이 세계적인 화제가 되어서 뜻깊게 생각한다."

▷"우리 사회가 1등 아니면 존재가 안 된다는 뜻으로 많이 흘러가고 있다. 그런데 2등은 1등에게 졌지만 3등에게 이겼잖나. 다 승자다. 진정한 승자라고 한다면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애쓰면서 내공을 가지고 어떤 경지에 이르려고 하는 사람. 그 사람이 승자가 아닌가."


▷"나이가 들면 열정은 사라진다. 내가 지금 그런 모습 아닌가. 배우들이 다 젊잖나. 그 속에서 내가 존재하려니까 내가 조금 과장되게 젊은 척을 했다. 그래야 젊은 친구들하고 호흡도 맞지 않을까 했다."

▷"('오징어 게임'의 인기로) 붕 뜬 기분이다. 조금 내 스스로를 정리하면서 자제심을 가지고 있어야 되겠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중이다."

▷"가족과 같이 이렇게 잘 문제없이 잘 살아가고 싶다. 염려하면서 기대하면서 바람이다. 젊었을 때는 어디 산속을 타다가 꽃이 있으면 처음에는 그 꽃을 꺾어 갔잖나. 나이가 내 나이쯤 되면 그냥 그대로 놓고 온다. 그리고 다시 가서 본다. 그게 인생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니까 그냥 있는 그 자체를 놔두는 것이다."

▷"내가 많은 작품을 했는데, 연극 '파우스트'를 40대에 했는데, 그땐 제대로 소화를 못했다. 40대에 파우스트를 한다는 게 말이 안 된다. 이제 (70대에) 그걸 할 나이인데 한 번 하고 싶다."

▷"우리 말 중에 가장 좋아하는 말이 '아름다움'이라는 말이다. 아름다운 세상, 아름다운 사람, 아름다운 사회. 오늘 이 자리에 와서 제가 아름다운 이 공간에서 아름다운 두 분(유재석과 미주)을 만나고 이렇게 아름다운 시간을 보냈다. 여러분, 아름다운 삶을 사시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사진=MBC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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