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는 이들이 많은 만큼 많이 팔면 명품 브랜드 입장에서도 많은 매출을 올릴 수 있을텐데, 도무지 공급을 늘리지 않는다. 매장엔 늘 재고가 없다. 오픈런을 위해 줄 선 이들은 원하는 상품을 찾지 못해 허탕치는 일이 다반사다. 일주일이나 한 달 동안 매일 같이 줄을 서는 일도 있을 정도다. 이에 대해 한 백화점 관계자는 "본래 밀어내면 더 끌리는 법이잖아요"라며 마케팅 전략 중 '디마케팅'을 떠올리면 된다고 설명했다.
'디마케팅'이란 1971년 '마케팅의 아버지'로 불리는 기업인 필립 코틀러 교수가 고안한 개념으로 감소를 뜻하는 'decrease'의 'de(디)'와 마케팅을 합친 말이다. 기업이 고객의 수요를 의도적으로 줄이는 마케팅 기법으로, 모든 고객이 사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한국백화점협회와 한국유통학회에 따르면 디마케팅은 수익성이 낮은 고객에 대한 수요를 억제함으로써 기존의 서비스 수준을 유지해 우량 고객에 더 많은 신경을 써 우량 고객의 만족도와 충성도를 높이며 수익을 극대화한다. 이 같은 방식은 고객의 자유를 억제하기 때문에 고객이 해당 제품을 다시는 살 기회를 갖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게 한다. 이때 고객은 더 강렬하게 상품을 소유하고 싶어진다. 수요를 억제하기에 이미 제품을 차지한 구매자나 사용자는 우월감을 느끼기도 한다. 가끔은 디마케팅을 통해 공익 이미지를 구축할 수도 있다.
명품 브랜드만 디마케팅 전략을 구사하는 건 아니다. 친환경 패션 브랜드 파타고니아는 전 세계적으로 큰 소비가 이뤄지는 '블랙프라이데이'에 문을 닫거나 할인을 하지 않는 정책으로 유명하다. 2011년 블랙프라이데이 때는 뉴욕타임스에 인기 제품 중 하나인 R2 재킷을 전면에 내세운 광고로 화제를 모았다. 광고 문구에 '이 재킷을 사지 마세요(Don't buy this jacket)'라는 문구를 걸었기 때문이다.
당시 파타고니아는 자사의 R2 재킷에 대해 60% 재활용 폴리에스터를 활용해 만들었고 오랜 기간 착용해 닳더라도 수선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받을 수 있는 친환경 제품이라고 소개하면서도 이 재킷 하나를 만들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환경적인 대가가 재킷 가격보다 더 높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판매량이 급증하는 블랙 프라이데이에 역설적으로 소비를 지양하자는 메시지를 전하면서 파타고니아는 대중에게 친환경 패션 브랜드를 추구한다는 걸 제대로 각인시켰다.
다만 기업들은 디마케팅을 할 때 주의해야한다. 자칫 고객들이 마음 상하는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말이다. 한국백화점협회와 한국유통학회가 엮어낸 책 '꼭 알아야 할 유통'은 디마케팅에 대해 "다만 비우량 고객에 대한 어설픈 차별은 오히려 기업 이미지의 손상 및 브랜드 관리에 어려움을 초래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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