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OLED 윈윈전략' 급물살…100조 TV시장 지각변동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라스베이거스(미국)=오문영 기자 | 2022.01.07 05:00

[CES 2022]한종희 부회장, 기자간담회서 동맹설에 힘 실어…"대형 M&A, 조만간 좋은 소식" 뉴삼성 속도론 언급

한종희 삼성전자 DX부문 부회장이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2' 개막을 하루 앞둔 4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베네시안 팔라조에서 '미래를 위한 동행'(Together for Tomorrow)을 주제로 기조 연설을 하고 있다. /뉴스1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최근 TV 시장을 떠들썩하게 했던 글로벌 맞수 삼성과 LG의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동맹설'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한걸음 더 진전됐다. 삼성전자의 TV·가전·모바일·네트워크 사업을 총괄하는 한종희 DX부문 부회장이 5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2' 현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LG디스플레이로부터 OLED TV 패널을 공급받을 것이라는 얘기가 돈다'는 질문에 이같이 답하면서다.

한 부회장이 TV를 개발하는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 시절부터 줄곧 "OLED TV는 하지 않겠다"며 잔상이 남는 '번인'(Burn-in)을 문제 삼았던 것을 감안하면 사업방향을 크게 선회했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TV 시장을 주도하는 '빅2'의 OLED 협력 논의가 이미 상당히 진척됐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시장에서는 지난해 말부터 LG디스플레이가 연간 생산하는 OLED 패널의 20%, 약 200만대 규모를 삼성에 공급하기로 하고 가격 협상만 남겨둔 상태라는 얘기가 돌았다.



LCD 이후 15년…게임체인저 부상



업계가 한 부회장의 이날 발언에 주목하는 것은 연매출 100조원이 넘는 글로벌 TV 시장에서 LCD(액정표시장치)의 시대가 저물고 OLED의 시대가 본격화하는 상징적인 장면일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OLED는 2000년대 중후반 브라운관 TV 시대의 종언과 맞물려 파나소닉 등 일본업계가 주도한 PDP(플라즈마 표시장치)와 삼성전자 등이 이끈 LCD가 맞붙은 차세대 TV 기술 전쟁 이후 15~16년만에 다시 업계 판도를 뒤엎을 '게임체인저'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삼성의 태도 변화를 두고 업계에서는 "자존심 대신 실리를 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은 15년 넘게 판매량 기준 세계 시장 1위라는 표면적인 성적과 달리 매출의 거의 대부분을 LCD에 의존한다는 고민거리를 안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올해 LCD 패널 생산을 중단하면 차세대 TV로 계획하는 QD(양자점)-OLED TV가 제 궤도에 오르기까지 LCD 공급을 중국업체에 전적으로 기대야 한다.

디스플레이업계 한 인사는 "중국업체에 끌려다니지 않기 위해서라도 삼성이 OLED TV를 대안으로 갖고 있다는 걸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지난해 11월부터 출하한 QD-OLED 패널의 연간 출하량은 최대 100만대로 삼성전자 연간 TV 출하량 5000만대의 2%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분석된다. 사실상 세계 1위 수성이 시간과의 싸움인 상황에서 LG와의 동맹은 피할 수 없는 '윈윈(win-win) 전략'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LG도 규모의 경제…글로벌 공급망 한류 동맹 계기


삼성디스플레이가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2'에서 미국 라스베이거스 앙코르 호텔에 프라이빗 부스를 열고 세계 최초로 퀀텀닷을 내재화한 QD디스플레이를 선보였다. /사진제공=삼성디스플레이

세계 1위 TV 제조사인 삼성전자가 OLED 진영에 합류하면 LG 입장에서도 '규모의 경제'가 가능해진다. OLED TV 패널을 독점 생산하는 LG디스플레이의 패널 생산량은 지난해 연 800만대에서 올해 1000만대로 전망된다. 박형세 LG전자 HE사업본부장은 지난 4일 간담회에서 "삼성전자가 합류한다면 매우 환영할 일"이라며 "20개 이상의 메이저 TV업체가 이 시장에 합류했고 마지막으로 삼성이 합류하면 생태계 확대에서 긍정적인 요소"라고 말했다.


양사의 OLED 협력이 현실화할 경우 최근 화두인 글로벌 공급망 문제를 두고 디스플레이 부문 외에 반도체·이미지센서 등에서 합종연횡이 활발해질 가능성도 고개를 든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9월 출시한 중가 스마트폰 '갤럭시A52'와 'A72'에 탑재되는 칩온필름(CoF)을 LG이노텍에서 공급받는 것으로 전해진다. LG이노텍은 삼성전자의 이미지센서를 매입해 카메라모듈을 생산한다.

이제혁 DSCC(디스플레이서플라이체인컨설턴트) 대표는 "양사의 이런 협력 강화가 국내 IT 산업의 시장경쟁력 강화에 긍정적인 효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시다발적 M&A 검토…반도체·AI·전장 분야 유력



한종희 부회장은 이날 대형 M&A(인수·합병)와 관련, "부품과 세트(완제품) 모두 가능성을 크게 열어놓고 많은 업체를 보고 있다"며 "어느 사업 쪽이 먼저 성사될지 모르겠지만 조만간 좋은 소식을 들려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한 부회장이 단일 업체가 아니라 복수의 업체와 M&A를 동시다발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을 공개하면서 업계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말 조직개편을 통해 그린 '뉴삼성' 전략에 한층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삼성전자는 2016년 자동차 전장(전자장비)업체 하만을 80억달러(약 9조원)에 인수한 뒤 눈에 띄는 인수합병을 하지 않다가 지난해 2분기 실적 발표 당시 "3년 안에 의미 있는 M&A 추진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고 인공지능, 5G(5세대 이동통신), 전장 등 다양한 분야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시장의 관심을 모았다.

재계 한 인사는 "어느 업체를 인수하느냐에 따라 삼성이 어떤 방향으로 사업을 추진할지 가늠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부회장은 다만 자동차산업 진출 가능성에 대해서는 "완성차 진출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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