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들 보고 있나?"…이 세상 1등 주식 애플의 주가 관리법

머니투데이 송지유 기자 | 2022.01.06 04:52

'자사주 매입+배당' 확실한 주주환원,
지난해 자사주 100조원 매입 소각…
팀 쿡 취임 후 10년간 560조 사들여

(서울=뉴스1) 이성철 기자 = 애플이 전세계 기업 사상 최초로 시총 3조 달러(약 3580조원)를 돌파했다. 3일(현지시간) 애플은 전거래일보다 2.5% 상승한 182.01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애플은 이날 오후 3시께 182.86달러를 기록, 세계 기업 중 사상 최초로 시총 3조 달러를 돌파했다. 사진은 4일 애플스토어 여의도점. 2022.12.4/뉴스1
지난 3일 인류 최초로 시가총액 3조달러(3600조원) 시대를 연 애플은 어떻게 주가 관리를 한 걸까. 애플의 경영 전략을 들여다보면 주가의 기본 공식인 탄탄한 제품력과 꾸준한 실적성장 외에 10년째 지속하고 있는 한 가지가 더 있다.

그것은 현금을 쌓아 두지 않고 적극적으로 주주 권리를 제고하는 것이다. 전 세계 소비자를 열광하게 만드는 아이폰의 브랜드 파워에 '애플에 돈을 묻어두면 절대로 잃지 않는다' 시장의 신뢰가 더해지면서 글로벌 증시 역사의 대기록이 탄생했다.

애플은 매년 대규모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하고 배당금을 나눠주는 방식으로 주주 친화 정책을 펴왔다. 지난해 자사주 매입액은 855억달러(102조원), 배당금은 145억달러(17조원)에 달한다. 한국 코스피 시장 2위인 SK하이닉스 시가총액(90조원)보다 더 많은 주식을 사들여 소각한 셈이다.

글로벌 시장분석 기관인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마켓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지난 10년(2012년~2021년)간 애플이 자사주 매입에 쓴 돈은 4670억달러(560조원)에 이른다. 이는 세계 스마트폰 시장 경쟁자이자 대한민국 증시 부동의 1위인 삼성전자(시총 457조원) 주식 전체를 매입하고도 100조원 이상 남는 금액이다.

애플이 처음부터 자사주 매입에 적극적인 건 아니었다.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는 단 한 번도 자사주 매입을 하지 않았다. 자사주를 사는 것보다 신제품 개발이나 인수합병(M&A)에 투자하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했다. 본업에 충실하겠다는 잡스의 판단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계속 쌓여가는 현금은 경영 비효율을 보여주는 단면이 되기도 했다.

지난 2011년 잡스에 이어 애플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한 팀 쿡은 주주들의 요구에 귀를 기울였고 2012년부터 자사주 매입에 나섰다. 2013년 칼 아이칸 등 행동주의 투자자들이 애플 주식을 매입한 이후에는 더 적극적으로 자사주를 사들였다. 현금이 부족할 때는 회사채를 발행해서라도 자사주를 사고 배당을 늘렸다.



'자사주 매입=주가 호재'…"애플은 절대 망하지 않는다" 신뢰도


팀 쿡 애플 CEO /로이터=뉴스1
자사주 매입은 시장에서 기업 실적이 개선되고 있다는 지표로 받아들여져 주가 호재로 작용한다. 주식을 사들일 만한 자금이 있다는 것은 회사의 현금흐름이 원활하다는 지표이기 때문이다. 주가가 저평가돼 있다는 신호로도 읽힌다. 기업이 나서서 주식을 사는 것은 회사가 생각하는 가치보다 주식시장에서 평가하는 가치가 낮다는 뜻으로 해석되는 것이다.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하면 유통주식이 줄어들기 때문에 주가 방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유통 주식수가 줄어들면 주당순이익(ESP·순이익/주식수), 자기자본이익률(ROE·순이익/자기자본) 등 수익성 지표도 개선된다. 애플의 경우 지난 2014년 250억주였던 유통 주식수가 4일(현지시간) 2022년 1월 현재 164억주로 줄었다.


자사주 매입 효과는 확실했다. 제품 경쟁력과 안정적인 실적 등이 주가를 떠받친 가운데 매년 시장과의 약속을 저버리지 않고 자사주를 매입하면서 애플을 절대 신뢰하는 투자자들이 늘기 시작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도 애플을 최고의 안전자산으로 평가했다. 무디스는 애플의 투자등급을 'AAA'로 제시했다. 이는 미국 신용등급과 같고, 한국에 비해선 두 단계나 높은 수준이다. 애플이 도산할 가능성이 없다고 봐도 무방한 것이다.

애플의 질주도 본격화됐다. 1976년 창업한 애플이 시총 1조달러(1200조원·2018년)를 돌파하기까지 42년이 필요했다. 하지만 2조달러(2400조원)까지는 2년, 3조달러(3600조원)까지는 16개월 15일이 걸렸다.

애플은 올해도 자사주 매입 행진을 이어갈 전망이다. 씨티그룹 애널리스트들은 오는 4월 애플이 900억달러(108조원) 자사주를 매입하고, 배당금을 10% 더 올리는 2022년 주주 환원책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했다.



자사주 매입에 소극적인 韓 기업들…주주가치 더 높여야


(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애플의 스마트폰 아이폰13 시리즈 판매가 시작된 8일 서울 강남구 Apple 가로수길에서 고객들이 아이폰13을 살펴보고 있다. 2021.10.8/뉴스1
다만 자사주 매입이 늘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기업이 자사주를 사들여 상속을 위한 지주사 전환에 활용할 경우 소액주주들은 손해를 본다.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하지 않고 다시 매도하면 고평가 신호로 여겨져 주가 하락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지나치게 많은 양의 자사주를 소각하면 자기자본이 감소해 위기 상황에서 대응이 어려지는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하지만 한국 기업들은 자사주 매입에 지나치게 소극적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코스피 상장사들의 영업이익 대비 자사주 매입금액은 5%로 같은 기간 미국(41.4%)에 비해 한참 낮다.

지난해 상장사들의 자사주 매입은 더 부진했다. 한국거래소 기업공시채널에 따르면 2021년 자사주 취득공시 건수는 총 139건으로 전년 247건에 비해 44% 감소했다. 한 증시 전문가는 "미국 기업들의 가장 우선순위는 주주가치를 높이는 것"이라며 "한국 기업들도 대주주의 이해관계보다 전반적인 주주가치를 끌어 올리는 방향으로 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외동딸 또래' 금나나와 결혼한 30살 연상 재벌은?
  2. 2 '눈물의 여왕' 김지원 첫 팬미팅, 400명 규모?…"주제 파악 좀"
  3. 3 의정부 하수관서 발견된 '알몸 시신'…응급실서 실종된 남성이었다
  4. 4 "나이키·아디다스 말고…" 펀러닝족 늘자 매출 대박 난 브랜드
  5. 5 BTS 키운 방시혁, 결국 '게임'에 손 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