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현금을 쌓아 두지 않고 적극적으로 주주 권리를 제고하는 것이다. 전 세계 소비자를 열광하게 만드는 아이폰의 브랜드 파워에 '애플에 돈을 묻어두면 절대로 잃지 않는다' 시장의 신뢰가 더해지면서 글로벌 증시 역사의 대기록이 탄생했다.
애플은 매년 대규모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하고 배당금을 나눠주는 방식으로 주주 친화 정책을 펴왔다. 지난해 자사주 매입액은 855억달러(102조원), 배당금은 145억달러(17조원)에 달한다. 한국 코스피 시장 2위인 SK하이닉스 시가총액(90조원)보다 더 많은 주식을 사들여 소각한 셈이다.
글로벌 시장분석 기관인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마켓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지난 10년(2012년~2021년)간 애플이 자사주 매입에 쓴 돈은 4670억달러(560조원)에 이른다. 이는 세계 스마트폰 시장 경쟁자이자 대한민국 증시 부동의 1위인 삼성전자(시총 457조원) 주식 전체를 매입하고도 100조원 이상 남는 금액이다.
지난 2011년 잡스에 이어 애플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한 팀 쿡은 주주들의 요구에 귀를 기울였고 2012년부터 자사주 매입에 나섰다. 2013년 칼 아이칸 등 행동주의 투자자들이 애플 주식을 매입한 이후에는 더 적극적으로 자사주를 사들였다. 현금이 부족할 때는 회사채를 발행해서라도 자사주를 사고 배당을 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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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주 매입=주가 호재'…"애플은 절대 망하지 않는다" 신뢰도━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하면 유통주식이 줄어들기 때문에 주가 방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유통 주식수가 줄어들면 주당순이익(ESP·순이익/주식수), 자기자본이익률(ROE·순이익/자기자본) 등 수익성 지표도 개선된다. 애플의 경우 지난 2014년 250억주였던 유통 주식수가 4일(현지시간) 2022년 1월 현재 164억주로 줄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도 애플을 최고의 안전자산으로 평가했다. 무디스는 애플의 투자등급을 'AAA'로 제시했다. 이는 미국 신용등급과 같고, 한국에 비해선 두 단계나 높은 수준이다. 애플이 도산할 가능성이 없다고 봐도 무방한 것이다.
애플의 질주도 본격화됐다. 1976년 창업한 애플이 시총 1조달러(1200조원·2018년)를 돌파하기까지 42년이 필요했다. 하지만 2조달러(2400조원)까지는 2년, 3조달러(3600조원)까지는 16개월 15일이 걸렸다.
애플은 올해도 자사주 매입 행진을 이어갈 전망이다. 씨티그룹 애널리스트들은 오는 4월 애플이 900억달러(108조원) 자사주를 매입하고, 배당금을 10% 더 올리는 2022년 주주 환원책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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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주 매입에 소극적인 韓 기업들…주주가치 더 높여야━
하지만 한국 기업들은 자사주 매입에 지나치게 소극적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코스피 상장사들의 영업이익 대비 자사주 매입금액은 5%로 같은 기간 미국(41.4%)에 비해 한참 낮다.
지난해 상장사들의 자사주 매입은 더 부진했다. 한국거래소 기업공시채널에 따르면 2021년 자사주 취득공시 건수는 총 139건으로 전년 247건에 비해 44% 감소했다. 한 증시 전문가는 "미국 기업들의 가장 우선순위는 주주가치를 높이는 것"이라며 "한국 기업들도 대주주의 이해관계보다 전반적인 주주가치를 끌어 올리는 방향으로 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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