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은 사활 건 마이데이터, 카뱅은 진출 미룬 이유

머니투데이 양성희 기자 | 2022.01.06 07:00
카카오뱅크 서울오피스 모습/사진제공=카카오뱅크

마이데이터 사업이 전면 시행되면서 금융회사와 빅테크들이 고객 유치 경쟁에 나선 가운데 '금융권 메기' 카카오뱅크는 다른 행보를 보여 관심을 끈다. 시장 진입을 일단 유보하고 관망하다 차별화한 서비스로 판을 바꾸겠다는 전략으로 파악된다. 당장 뚜렷한 차별점이 있지 않는 한 승산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마이데이터 서비스가 전날부터 본격화했다. 여러 기관, 기업에 흩어졌던 개인의 정보를 한 곳에서 볼 수 있게 되면서 금융회사와 핀테크업체 등 사업자들이 초기 고객 선점 경쟁에 돌입했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 플랫폼 경쟁력을 갖춘 카뱅은 마이데이터 경쟁에서 한 발 물러서 있다. 금융당국은 2020년 10월 처음으로 예비허가 신청을 받았고 지난해 4월부터는 매월 신청 문을 열어놨는데 카뱅은 지난해 9월이 돼서야 예비허가를 신청했다. 약 1년간 망설인 끝에 신청서를 낸 것이다. 사업은 연말에나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카뱅의 신중한 접근은 마이데이터 사업자들이 내놓은 초기 서비스가 천편일률적이어서 차별성이 없다는 판단때문이다. 금융사들은 주로 맞춤형 자산관리 서비스에 집중한다. 카뱅은 경쟁사들과 비슷한 서비스를 내놓기보다 시간을 좀더 들여 고민하기로 방향을 정했다. 그동안 기존 은행에 없던 상품, 서비스로 호응을 얻어온 만큼 시장의 기대감에 부담도 느낀 것으로 전해졌다. 카뱅 관계자는 "모든 마이데이터 사업자가 동일하거나 비슷한 데이터를 활용하기 때문에 결국 '누가 더 고객을 잘 이해하는지'가 경쟁 포인트가 될 것"이라며 "빠르게 서비스를 출시하는 것보다는 어떤 서비스를 내놓을 것인지를 두고 여전히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카뱅의 역량을 주택담보대출, 개인사업자대출 등 신사업에 좀더 집중하려는 이유도 있다. 카뱅은 1분기 중 출시 예정인 주담대의 베타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지난해부터 주담대 시장 진출을 예고하면서 '100% 비대면 주담대'에 자신감을 보여왔다. 대출 규제로 기존 은행에서도 주담대를 받기 까다로워진 만큼 실수요가 몰릴 가능성이 있다. 개인사업자대출은 카뱅이 기업대출에 진입하는 첫 발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 아울러 카뱅은 인터넷전문은행으로서 중금리 대출을 늘려야 하는 만큼 중저신용자 비중을 늘리는 데 올인한 상태다. 차별화한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준비할 만한 여력이 부족한 셈이다.

후발주자이긴 하지만 카뱅은 마이데이터 사업의 중요성, 상징성을 감안해 조만간 본격 대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카뱅 관계자는 "앱 하나로 모든 이체가 가능한 오픈뱅킹에서 더 나아가 마이데이터는 앱 하나로 모든 금융데이터, 자산 조회가 가능하다"며 "본격적인 트래픽 경쟁이 시작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마이데이터 시대엔 더 많은 고객이 더욱 자주 앱을 사용하면서 MAU(월간순사용자수)뿐만 아니라 DAU(일간순사용자수), WAU(주간순사용자수)에 영향을 줄 것"이라며 "그만큼 고객이 정말로 필요하고 납득할 만한 서비스, 탄탄한 보안·보호 시스템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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