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준호의 묵묵한 꾸준함

머니투데이 한수진 기자 ize 기자 | 2022.01.05 09:42
준호, 사진제공=JYP엔터테인먼트


지금 연예계 최고의 멀티테이너를 꼽자면 단연코 준호다. 연기, 노래, 춤, 비주얼 모두를 갖춘 데다가, 아직도 더한 완벽을 꿈꾼다. 이는 14년째 정진을 게을리하지 않은 성실함, 그리고 자신이 발담고 있는 분야에서 매사 지치지 않은 열정으로 임한 덕분이다.


지난해 군 제대와 동시에 소속 그룹 2PM의 '우리집'(2015) 역주행으로 가요계를 뜨겁게 달궜던 준호는, 지난 1일 종영한 MBC 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에서 정조 역으로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가수, 배우 어떤 포지션이건 강렬한 존재감 보여준 그는 또 한번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둘 다 놓친다'는 속담은 준호에게 있어 불허할 소리다. 하고자하는 욕심에 부단한 노력을 동반한다면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는 걸 몸소 증명했기 때문이다. 오늘날 준호의 재전성기는, 스스로가 만들어낸 열정의 결실이다.


특히나 왕과 궁녀의 로맨스를 그린 '옷소매 붉은 끝동'은 '2021 MBC 연기대상' 최우수상까지 안겨준, 그에게 있어 매우 특별한 작품이다. 작품에 대한 호평과 높은 시청률은 물론 실존 인물인 정조 이산을 연기한 준호에게도 호평이 쏟아졌다. 환호성을 부르는 완벽한 곤룡포 자태는 물론, 비극적인 과거를 딛고 성군이 되는 왕의 서사와 사랑하는 여인을 향한 애틋한 로맨스를 모두 출중하게 소화해냈다. 대선배 이덕화도 엄지를 치켜든 준호의 연기는, 이제 이산을 대표하는 또다른 얼굴이 됐다.


준호, 사진제공=JYP엔터테인먼트


'옷소매 붉은 끝동'으로 한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이했어요. 작품이 많은 사랑을 받은 만큼 감회가 남다를 듯해요.


"드라마가 끝났다는 게 여전히 실감이 안나서 혼자 여운을 느끼고 있어요. 자꾸 드라마의 공식 영상을 기웃거리게 돼요. 팬분들이 어떤 마음으로 드라마를 사랑해주셨는지 살펴보게 되고요. 시청자의 마음으로 그곳에 계속 머물고 싶더라고요. 현장에서 워낙 분위기가 좋았어서 메이킹이나 기타 영상에서도 기분 좋게 잘 표현됐더라고요. 어릴 때부터 꾸준함으로 묵묵히 지내왔는데 그 결실이 드디어 큰 사랑을 받게 돼서 기뻐요."


정조의 세대교체와 함께 새 계보를 썼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요. 실존 인물을 연기하는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을텐데 청년 이산부터 제왕 정조까지의 삶을 어떻게 이해하고 주안점을 뒀는지요?


"많은 역사적 사료가 있더라도 온전히 판단할 순 없잖아요. 인물을 구현해내는 건 오로지 저의 숙제였죠. 그래서 이걸 어떻게 표현해야할까 고민하면서 도움을 구하고자한게 책이었어요. 그런데 책에서도 이 인물을 알 수 있는 포인트를 찾기가 어려웠어요. 백성들을 지극히 사랑하셨고 애민정신으로 통치하신 것 정도. 그런 것들을 바탕으로 제 성격과 닮아있는 부분을 찾아보려고 했어요. 무엇보다 영조, 사도세자, 정조로 이어진 삼대의 갈등을 응어리지게 표현하려고 했어요. 청년부터 중년까지의 세월은 말이나 걸음걸이 등과 같은 속도로 차이를 뒀어요. 청년 때는 불안한 위치만큼 딱딱하고 올곧은 위태로움을 보여주려고 했어요. 왕이 된 후에는 무겁게 가져가는 카리스마가 아닌 편안한 분위기를 내려고 했고요. 톤도 느리게 하고 말투도 툭툭던지는 식으로요. 말년 정조를 연기할 때는 온몸에 힘을 다 뺐어요."


'옷소매 붉은 끝동'의 로맨스에 유독 많은 시청자들이 과몰입하며 애정한 이유를 뭐라고 생각하는지요?


"제가 느끼기에 로맨스 사극이 주는 매력은 급하거나 빠르지 않다는 거예요. 연기하면서 저도 그게 여운이 많이 남았어요. 덕임이가 바로 앞에 있어도 얼굴에 손을 댈 수없던 그런 상황들이요. 후반부에 이르기까지 둘의 로맨스에서 스킨십이 적었어요. 오히려 그런 부분이 시청자들을 애타게 만들지 않았을까 싶어요. 또 왕과 궁녀의 사랑이기 때문에 더 절절하게 와닿은것 같아요. 함부로 다가갈 수 없고 천성을 거스르는 인연이기 때문에 애달프게 다가간 것 같아요."


준호, 사진제공=JYP엔터테인먼트


전작들과 달리 현장에서의 한층 여유로운 모습이 담긴 메이킹도 화제인데요. '옷소매 붉은 끝동'을 하면서 성장한 점이 있다면요?


"현장에서 여유가 생겼다는 걸 메이킹을 보면서 알게 됐어요. 여태까지의 지난 촬영 현장이 아쉬웠다는 생각이 들 만큼 그동안은 여유롭지 못했고 즐겁게 존재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들더라고요. 아직도 캐릭터 온오프가 쉽지 않아요. 촬영 중에 배역과 제 모습 자체가 분리되는 삶을 원하지도 않았고 연기하는데 있어서 계속 감정을 끌고가는 게 도움도 됐고요. 그런데 이번 작품의 현장에서 여유로울 수 있던 건 성덕임이라는 인물 덕분이에요. 덕임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던 캐릭터였기 때문에 마음을 긍정적으로 끌고 갈 수 있었고, 현장에서도 배우들끼리 편하게 장난치는 모습들이 자연스럽게 나왔어요. 색다르게 몰입할 수 있었어요. 전작들에선 그러지 못했거든요. 그래서 이번 촬영장은 더 즐거웠어요. 이세영 씨가 현장 분위기를 잘 잡아주고 웃음도 많아서 따라 웃게 되더라고요. 그런 긍정 에너지가 저에게도 작용했어요."



여러 명장면이 있지만 연기하면서 가장 몰입하면서 만족감을 얻었던 신이 있다면요?


"5부 엔딩신이요. 감정이 그렇게까지 격양될 거란 생각도 안했었고 대본에서도 눈물 지문이 전혀 없었는데 영조(이덕화) 선생님과 같이 연기하다가 자연스럽게 흘러나왔어요. 정말 자연스럽게 눈물이 흐르면서 연기가 격양되더라고요. 촬영을 끝내고 너무 일찍 터트린 게 아닌가 걱정했는데 감독님께서 마음에 들어 해주셨어요. 대본에도 없던 연기를 하는데도 세영 씨도 잘 받아줘서 멋지게 마무리할 수 있어서 기뻤어요. 연기하면서 가장 만족스러웠어요."


'협녀' '기방도령'에 이은 세 번째 사극만에 왕으로 신분상승 했어요. 연달아 사극을 택했는데 연기하며 몸소 느낀 사극만의 매력이 있다면요?


"정말 사극의 매력은 제가 눈으로 못봤던 역사적 공간과 시대적 느낌을 간접체험 할 수 있다는 거요. 이번 촬영을 하며 가장 기뻤던 건 창덕궁에 갈 수 있던 거였어요. 아이 시절 견학왔을 때와는 굉장히 다른 느낌을 받았어요."


준호, 사진제공=JYP엔터테인먼트


각색을 하더라도 사극 등의 역사적 사실을 배경으로 한 작품에서 지켜야 하는 건 뭐라고 생각하나요?


"사실인 것 같아요. 사실을 확실하게 전달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번에도 드라마 촬영을 하면서 모두가 신경 쓴 부분이에요. 그때 있었던 일을 어떻게 사실적으로 표현할 지, 디테일한 사료를 녹여내려고 노력했어요.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부족한 부분이 있을 수 있어요. 그 시대에 살지 않았기 때문에 미흡할 수 있었을지 모르겠으나 본질을 해치지 않고 이야기를 잘 전달하려고 노력했고 지켜진 것 같아서 기뻐요."


'2021 MBC 연기대상'에서 "안녕하세요 2PM의 이준호입니다"라는 인삿말이 화제였어요. 아이돌 출신 연기자라는 프레임에 대해 여러 생각을 하게 해준 발언이었어요.


"거기에 큰 의미를 두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편견에 싸우는 건 여러가지 방법이 있는 것 같아요. 저같은 경우는 정공법으로 맞서는 것, 정공법이라는 표현도 웃긴데 그냥 의식하지 않고 연기해요. 아이돌이 연기하는 것에 있어서 의식이 되는 부분이 사실 없어요. 제가 잘하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저대로 묵묵히 열심히 할 따름입니다. 전혀 부담감은 없고 앞으로도 잘해낼 것 같다는 자신감이 있습니다."


끝으로 준호에게 '옷소매 붉은 끝동'이란?


"정말 선물과도 같은 작품입니다. 8개월 동안 함께 했던 모든 스태프들과 배우들이 정말 행복했던 현장이라서 정말 잊을 수 없는 보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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