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돌 나이는 누가 판단하나요?

머니투데이 오진영 기자 | 2022.01.02 05:27
최근 대법원 판결에서 결과가 엇갈린 두 리얼돌. 왼쪽은 통관 허용된 일본산 제품, 오른쪽은 "미성년 여성을 닮았다"는 이유로 통관 보류 판정을 받은 중국산 제품. (수입업자 제공) /사진 = 뉴스1

#지난달 25일 대법원은 길이 150cm·무게 17.4kg에 살구색 실리콘 재질로 만들어진 리얼돌(성인용 인형)을 수입해서는 안 된다는 판단을 내렸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은 수입업자가 인천세관을 상대로 낸 수입통관 보류처분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심 파기 결정을 내리면서 "16세 미만 미성년자의 신체로 보일 수 있어 아동·청소년 성착취물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2019년 대법원은 유사한 형태의 리얼돌에 대해서 다른 판단을 했다. 당시 대법원은 "우리나라의 법률도 성기구 전반에 관해 일반적인 법적 규율을 하고 있지 않다"라며 "성인의 사적인 사용을 목적으로 한 성기구의 수입 자체를 금지할 법적 근거는 찾아보기 어렵다"고 봤다. 이 판단으로 관세청이 수입업자에게 내린 리얼돌의 수입통과 보류 처분은 위법 처분이 됐다.

대법원이 유사한 형태의 리얼돌에 다른 판결을 내리면서 관련업체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수입업체들은 '미성년자를 닮았다'는 기준이 지나치게 불명확하고 개별 제품을 상대로 소송이 제기되는 사례가 많아 행정력을 과도하게 행사하고 있다고 반발한다. 반면 일각에서는 퇴폐업소에 사용될 우려가 있고 아동 성착취물과 유사해 개별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미풍양속 해치는 성착취물" "어떻게 생겨야 미성년자인가"…대법원 판결에도 오가는 법적 공방



리얼돌 수입업체 '케어엔셰어'(부르르닷컴)가 취급하고 있는 리얼돌. / 사진 = '케어엔셰어' 제공
3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리얼돌은 길이 130~160cm, 무게 15~40kg의 실리콘 재질로 만들어진 성인용 인형이다. 질감이 실제 인체와 비슷하고 내부에는 철심으로 만들어진 뼈대가 있어 앉거나 구부리는 등 자세를 취할 수 있다. 여성의 몸이 사실적으로 표현돼 가슴과 성기가 있으며 주문에 따라 일부 신체 사이즈·얼굴 형태를 조정할 수 있다. 대부분이 수입되지만 국내에서 제조되기도 한다.

그간 관세청은 실제 사람과 구분이 어렵고 관세법상 '풍속을 해치는 물품'에 해당된다며 리얼돌의 수입 통관절차를 보류해 왔다. 반면 수입업자들은 리얼돌은 성기구일 뿐이고 실제 인체 형상과는 다르다며 행정당국이 과도한 규제를 행사하고 있다고 반발한다. 2019년 대법원이 "성인의 성기구 수입을 금지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판단한 점도 근거가 됐다.


관세청과 리얼돌 수입을 놓고 법적 분쟁을 이어가고 있는 이상진 케어엔세어(부르르닷컴) 대표는 "지난 11월 판결 이후 비슷한 형태의 리얼돌 수입이 법원에서 허용된 바 있다"라며 "'미성년자를 닮았다'는 리얼돌의 신체 사이즈는 성인 여성의 것과 같은데 판단 기준 자체가 너무 모호하다"고 했다.

관세청은 2019년 대법원 판결 이후에도 유사한 형태의 리얼돌에 대해 '제품명이 다르다'는 이유로 일일이 수입을 금지해 왔다. 이 대표는 이같은 조치가 행정력의 낭비일뿐더러 정상적인 통관절차를 거치는 수입업체에 대한 과도한 규제라는 입장이다. 이 대표는 "규제 후 부품을 사온 뒤 국내에서 조립하는 등 '편법'을 거친 수입업체만 성행하고 있다"며 "해당 조치는 음지화를 부추길 뿐"이라고 지적했다.


'유흥업소 연상시키는 체험방은 불법'이라지만…"실제 체험방 사용되는 물품은 극소수"


2월 24일 오후 서울에 위치한 리얼돌 수입업체 물류창고에서 관계자가 상품을 정리하고 있다. /사진 = 뉴스1
일각에서는 일부 리얼돌이 여전히 청소년보호법·정보통신망법 등을 위반한 이른바 '리얼돌 체험방'에서 버젓이 사용되고 있어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15일 경북 성주에서도 리얼돌 4대를 설치하고 손님들에게 4만원의 이용료를 받은 A씨(26)가 적발되기도 했다. 경찰청이 지난 11월 지자체·여성가족부와 협력해 전국의 체험방 96곳을 단속했을 때에도 85곳에서 불법행위가 적발됐다.

법원 역시 아동·청소년이 자주 찾는 학교나 학원 등에 위치한 체험방에 납품할 목적으로 수입하는 리얼돌에 대해서는 통관을 보류할 수 있다고 판결한 바 있다. 지난해 7월 서울행정법원은 '리얼돌 통관 보류 처분을 취소하라'는 판결을 하면서도 "리얼돌이 교육환경보호구역 내에서 사용될 것이라는 사정이 드러나는 경우 통관보류처분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업계는 체험방에서 사용되는 리얼돌의 수는 일부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리얼돌 수입업체의 대표 김모씨(41)는 "애초에 개인 취향이 반영된 리얼돌을 공용을 사용하는 데에는 무리가 있을 수밖에 없다"라며 "올해 들어 수입한 100여개의 리얼돌 중 90% 이상이 개인용 용도로 사용된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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