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총량관리의 나비효과…농협 선제적 증자

머니투데이 양성희 기자 | 2022.01.01 03:43
그래픽=이승현 디자인기자

은행권이 새해 자본비율과 연체율 등 건전성 지표를 강도 높게 관리하기 시작했다. 지표상으로는 현재도 안정적인 수준이지만 코로나19(COVID-19) 불확실성이 계속되고 있어 선제적으로 건전성 체력을 비축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대출 만기 연장이나 이자상환 유예 등 정부의 코로나19 대책조치가 마무리될 전망도 더해진 결과다. '코로나 착시'가 걷힐 경우 각종 지표가 민낯을 드러낼 수 있다는 지적을 의식해서인지 관리에 고삐를 죄는 모습이다.

31일 은행권에 따르면 NH농협금융지주는 최근 이사회에서 1조1121억원의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농협금융지주가 농협중앙회에서 2012년 분할된 이후 대규모 자금을 받는건 처음이다. 이 자금은 대부분 농협은행의 자본 확충을 위해 쓸 방침이다. 자본비율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농협은행의 경영상황과 자본비율을 감안하면 선제적이고 보수적인 조치로 읽힌다. 우선 대출 등 위험가중자산이 크게 증가할 만한 요인이 없다. 계속되는 가계대출 총량규제로 농협은행은 내년 가계대출 연간 증가율을 4%대 초반으로 맞춰야 한다. 한도는 5조5000억원 수준이다.

농협은행의 자본비율은 현재도 대부분 안정적이다. 3분기 말 기준 BIS(국제결제은행)기준 보통주자본비율은 15.46%, 기본자본비율은 15.92%, 총자본비율은 18.14%, 단순기본자본비율은 4.24%다. 규제비율이 각각 7%, 8.5%, 10.5%, 3%인 것을 감안하면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다만 농협은행은 다른 은행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낮은 단순자기자본비율을 높이려 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은행권 단순기본자본비율은 6.66%다. 단순기본자본비율은 후순위채와 신종자본증권, 우선주 등 부채성 자본을 제외하고 따지기에 가장 엄격한 기준이다.


아울러 농협은행을 비롯한 은행권은 연체율을 비롯한 리스크 관리를 좀더 강화할 방침이다. 연체율 등 건전성 지표는 코로나19 시대에도 끄떡 없어 보이지만 '코로나 착시'라는 분석이 있다. 또 최근 들어 연체율이 소폭 높아져 관리가 요구된다. 금감원에 따르면 10월 말 기준 은행권 원화대출 연체율은 0.25%다. 여전히 최저 수준이지만 전월 말(0.24%)에 비해서는 0.01%포인트 올랐다.

연체율 관리 강화는 내년 3월 종료되는 코로나19 금융지원 조치와도 연관 있다. 금융지원 차원에서 코로나19로 어려운 소상공인, 중소기업에 대출 만기, 원리금 상환을 미뤄줬는데 이 조치가 끝나면 숨어있던 '빚 폭탄'이 터질 수 있어서다. 이 때문에 은행들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해 미리 대응책을 마련해왔다. 국민은행은 고객의 연착륙을 위해 만기 연장, 상환 유예를 신청할 때 상환기간을 3년 이내에서 선택하도록 안내했다. 신한은행은 고객별로 적합한 상환기간에 따라 분납하도록 미리 연착륙 프로그램을 짜놨다.

대출 리스크와 관련, 정부의 가계대출 총량관리는 은행 건전성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무분별하게 대출이 나가지 못하도록 규제하면서 우량한 대출 위주로 자산 성장을 이룰 수 있어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사실 코로나 금융지원 조치가 끝나더라도 소상공인 대출의 담보 비중이 매우 높기 때문에 크게 우려할 만한 상황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럼에도 모든 것이 불확실하기에 대응 여력을 키우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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