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넷플릭스에서 개봉한 다큐멘터리 '씨스피라시'의 한 대목이다.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를 조명한 다큐멘터리로 구체적 수치가 과장됐다는 논란도 제기됐지만 폐어망의 문제점을 화두로 제시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미국 등 32개국에서는 넷플릭스 인기순위 톱10에 진입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한 스타트업이 이 같은 폐어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전장을 내밀었다. 해양쓰레기 자원화 소셜벤처 넷스파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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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망에서 순도 '99.6%' 나일론 추출…대기업도 러브콜━━
넷스파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문설비를 개발했다. 어망의 연결부를 절단시킨 뒤 소재별 특성 차이를 이용해 나일론과 PP, PE를 분류하는 것이 핵심이다. 정 대표는 "간단해 보이지만 섬유 형태로 돼 있어 엉킴, 열 발생 등 문제를 해결하기 쉽지 않았다"고 했다. 관련 장치와 설비를 개발하는 데만 2년여가 걸렸다. 이렇게 추출하는 나일론의 순도는 99.6%에 달한다.
넷스파가 분리해낸 고순도 나일론은 섬유제조사인 효성티앤씨에 공급된다. 나일론의 품질, 순도가 높은 데다 한 번에 공급되는 물량도 많아 섬유 제조사의 수요에도 들어 맞았다. 효성티앤씨는 넷스파의 나일론으로 '마이판 리젠오션'이라는 재생 원사를 만들고 아웃도어·패션 브랜드에 납품한다. 넷스파는 올해 파일럿 테스트로 8톤의 나일론을 공급했고, 내년 중순부터는 월 240톤의 나일론을 공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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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패션브랜드 꿈꾸다 소재로 눈돌려…현장 돌며 어망 받아왔다"━━
소재나 섬유는 시장규모도 더 컸다. 아직까지 국내에는 경쟁자도 없었다. 송 이사는 "폐어망은 PP, PE를 분류해내기가 어려워서 그렇지 대부분이 나일론 그 자체인데, 아직 여기에 눈길을 주는 기업이 많지 않았다"며 "이 시장에 먼저 뛰어들면 최소한 아시아권의 시장까지 선점할 수 있겠다 싶었다"고 설명했다.
분류설비 개발이 완료된 후에는 어망 수급방안을 들고 수거업체와 어촌을 누볐다. 정 대표는 "폐어망을 못 받을까 봐 걱정도 했는데 막상 흔쾌히 폐어망을 공급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소각·매립하기에 양이 많아 골치 아팠던 폐어망을 가져간다니 거절할 이유가 없었던 것. 정 대표는 "아들뻘 되는 청년들이 찾아오니 어망·나일론 취급 시 주의점이나 특성을 조언해주는 분들도 있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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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월240톤 나일론 만들 것…2024년엔 동남아로 나간다"━━
넷스파는 사업범위를 폐어망과 나일론으로 한정하지 않고 다른 폐기물과 소재로 확대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재생소재 특화 기업으로 성장한다는 목표다. 정 대표는 "온갖 폐기물에서 고품질의 원료를 만들어내는 재생소재에 특화된 기업이 되고 싶다"며 "전 지구적인 폐기물의 순환생태계를 구축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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