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놀랍게도 디플레이션이 끝났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세계 모든 주요 중앙은행과 정부는 디플레이션과 싸웠다. 아닌 말로 헬리콥터에서 돈을 살포할 정도로 디플레이션과 전쟁에 총력을 쏟았다. 일본과 독일은 아직도 거의 마이너스금리를 유지하면서 '디플레이션'형 경기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해 분투한다. 주지하다시피 디플레이션은- 대공황부터 가깝게는 일본의 잃어버린 30년 사례에서 보듯-경제에 치명적이다. 물론 일시적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지난 10년 동안의 디플레이션이 코로나 발발 1년 만에 인플레이션으로 극반전했다. 11월 미국 소비자물가는 6.8% 폭등했다. 우리나라도 3% 넘었고 일본과 유럽도 심상치 않다. 팬데믹으로 인한 생활패턴의 변화, 공급망 붕괴 등 여러 원인이 거론되지만 예상을 휠씬 뛰어넘는 빠른 경기회복이 주원인이다.
둘째, 부국과 빈국의 격차가 더 벌어졌다. 백신을 무한정 무료로 보급할 수 있고 경기부양을 위한 재정지출을 마음껏 할 있는 부국들과 그렇지 못한 빈국들과 경제적 갭은 이제는 도저히 극복할 수 없을 정도가 됐다. 심지어 GDP 규모가 큰 나라들일수록 성장률이 더 높아지는 이상한(?) 현상이 벌어진다. 우리나라 GDP의 10~15배 규모로 세계 GDP의 24%와 14%를 차지하는 미국과 중국의 성장률이 오히려 우리보다 높다. GDP 규모가 클수록 더 확대되는 자본소득, 투자가 증가할수록 제곱 승수로 확산하는 기술혁신, 여기에 소득이 올라갈수록 가파르게 증가하는 수요가 상호 상승작용을 일으키면서 경제성장의 임계치(critical mass)를 돌파했기 때문이다. 소위 경제규모의 눈덩이 효과다.
셋째, 신냉전체제가 지난 30년의 자유주의 무역체제를 밀어냈다. 원래 큰 자연재해가 발생하면 외부인에게 적대적이 된다. 그렇지 않아도 라이벌로 부상해 경계심이 높아진 상황에서 팬데믹이 터져 미중 패권전쟁이 더욱 격화했다. 여기에 중국과 러시아의 전체주의가 필연적으로 민주진영과 부딪치면서 소련 붕괴 이후 30년 만에 세계는 독재와 민주 양 진영으로 갈라졌다. 양 체제간 긴장은 팬데믹으로 어려운 글로벌 경제를 더 힘들게 한다. 와중에 우리나라 입장이 어렵다.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질까봐 걱정이 많다. 하지만 중국의 야심과 팽창이 견제를 받을수록 그만큼 우리에게 여유공간이 생긴다. 코로나로 글로벌 경제체제와 국제질서 재편은 우리에겐 또한번 치고 올라갈 좋은 기회다. 세상에 '나쁜 위기'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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