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은 대졸자가…" 이재용 靑회동서 '미중이 탐내는 인재' 꺼내든 이유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 2021.12.28 17:12

"중국의 대학원생 모집 시험인 카오옌에 500만명 가까운 지원자가 몰려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지난 26일 중국 관영매체 인민일보의 온라인포털 인민망에 올라온 글의 한토막이다. 중국에서도 고속성장 시대가 막을 내리면서 대학 졸업생의 눈높이에 맞는 일자리가 줄어 대학원 진학 수요가 커졌다는 내용이다.

정확한 수치는 집계되지 않지만 중국에서는 1년에 900만명 안팎의 대졸자가 배출되는 것으로 알려진다. 서울시 인구(올 8월 기준 955만명)와 맞먹는 대졸 고급인력이 해마다 쏟아지는 셈이다.

중국 입장에서는 이런 고급인력이 자칫 방치될 수 있다는 점이 새로운 골칫거리로 떠오른 모양새지만 중국을 상대해야 하는 경쟁국 입장에서는 인력 그 자체가 부러움의 대상이자 두려움의 배경일 수밖에 없다. 반도체, 인공지능, 로봇, 바이오, 배터리 등 4차 산업혁명으로 대표되는 첨단산업에서 우수인재 확보가 그만큼 핵심적인 경쟁력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7일 문재인 대통령의 초청으로 '청년희망 온(ON)' 참여기업 대표들과 함께 참석한 청와대 오찬에서 한국의 저출산 현상과 중국의 대졸자 배출 현황에 대한 얘기를 꺼낸 것도 이런 인식을 드러낸 대목이라는 평가다. 이 부회장은 이날 "우리나라는 저출산으로 신생아가 1년에 40만명 이하이고 중국은 대졸자가 500만명이 넘는 상황"이라며 "미국과 중국이 탐내는 인재를 키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삼성은 그동안 인재 확보와 육성에 유독 집착한 기업으로 꼽힌다. 재계에서도 삼성의 성공 비결로 삼성 특유의 인재 제일주의를 꼽는 이들이 많다.

이병철 창업회장은 '인재제일'을 핵심 경영원칙으로 내세워 1957년 국내 최초로 공개채용을 실시했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신경영을 바탕으로 능력 위주의 인사를 정착하는 제도 개혁을 통해 1993년 국내 최초로 대졸 여성 공채를 도입했다. 1995년 학력 제한을 완전히 없앤 '열린 채용' 도입도 오늘의 삼성을 만든 밑거름으로 평가받는다.




입사 3년차 이상 직원을 1~2년 동안 해외에 파견해 현지 언어와 문화를 익히도록 지원하는 지역전문가 제도(1990년 도입)를 통해 양성한 80여개국 3500여명의 임직원은 삼성의 글로벌 시장 개척과 인재양성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했다.


이건희 회장은 2002년 5월 사장단회의에서 "핵심 인재를 몇 명이나 뽑았고 이들을 뽑기 위해 사장이 얼마나 챙기고 있는지, 확보한 인재를 성장시키는 데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를 사장 평가 항목에 반영하라"고 말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삼성을 두고 '인재 사관학교'라는 평가가 이어지는 것도 삼성 특유의 이런 채용·교육 체제와 무관치 않다.

삼성전자가 임직원의 직급별 체류기간을 걷어내고 30대 임원, 40대 CEO(최고경영자) 등 과감한 발탁 승진이 가능하도록 한 인사제도 개편안을 지난달 말 발표한 것도 이런 연장선에 있다는 분석이다. 실리콘밸리식의 수평적이고 유연한 조직을 지향해 창의적인 인재를 키워내겠다는 복안이라는 얘기다.

재계 한 인사는 "이병철 창업주와 이건희 회장의 인재제일 철학을 이어받은 이 부회장이 지난달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혁신을 통해 글로벌 리더로 올라선 빅테크기업 경영진과의 연쇄 회동에서 얻은 인사이트를 인사제도 개편에 반영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24일 미국 출장 귀국길에 취재진을 만나 "현장의 처절한 목소리들, 시장의 냉혹한 현실을 직접 보고 오게 되니까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삼성 내부 사정에 밝은 또다른 인사는 "최근 제도 개편에 대한 임직원 투표가 긍정적으로 진행되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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