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반값에 1800만원 연료비 지원"…美 수소차 가장 많이 달리는 곳

머니투데이 샌프란시스코(캘리포니아)=최민경 기자 | 2022.01.03 05:10

[신년기획]에너지대전환-탄소중립 로드를 가다: 미국편①

편집자주 | 화석 연료에서 청정 에너지로, 탄소중립을 향한 인류의 위대한 도전이 시작됐습니다. 주요 국가들이 기후 변화로 인한 온난화로부터 지구를 구해내기 위한 에너지대전환의 큰 걸음을 내딛고 있습니다. 탄소중립은 청정 에너지가 구현하는 새로운 경제 생태계에서 주도권을 쥐려는 치열한 경제 전쟁의 현장이기도 합니다. 수소 등 청정에너지와 탄소중립 이슈를 주도해온 머니투데이는 2022년 새해를 맞아 미국, 독일, 영국, 프랑스, 중동 등 세계 주요 국가들의 탄소중립 현장을 돌아보는 '에너지대전환-탄소중립 로드를 가다'를 연재합니다.

미국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 공항 인근의 수소충전소에서 수소차가 연료를 충전하고 있다./사진=최민경 기자

미국에서 전기차와 수소차가 가장 많은 지역. 석탄화력발전소 비중이 0%에 가까운 지역. 미국 내 태양광 설비 설치 1위. 캘리포니아주에 붙는 수식어들이다. 캘리포니아는 어떻게 이처럼 탄소중립을 선도하는 지역이 될 수 있었을까?

지난달 찾은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주 정부가 주도한 수소차와 전기차 '인프라'에 기업, 학교들까지 나서 친환경차 사용을 촉진시키기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었다. 이 인프라가 바로 캘리포니아의 청정에너지 사용률을 끌어올린 일등공신이다.



美 수소차는 모두 캘리포니아에…수소천국 될 수 있었던 이유


토요타와 혼다의 기부를 받아 만든 트루제로의 수소충전소/사진=최민경 기자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내려 기름을 충전하기 위해 들린 주유소에서부터 수소충전소가 눈에 띄었다. 기존 주유소 부지에서 수소충전소를 함께 운영하는 융·복합충전소. 기존 휘발유 충전소와 5m 이내에 무인수소 충전기가 있었다. 이 수소충전소는 세계 최대 수소충전소 운영 업체인 '트루제로(TrueZero)'가 제작한 것으로 일본 완성차 메이커 토요타와 혼다의 기부로 만들어졌다.

캘리포니아의 수소충전소 인프라는 미국 내에서 압도적이다. 2019년 기준 미국 내 수소충전소 44곳 중 43곳이 캘리포니아에 위치했을 정도다. 현재 캘리포니아에는 운영중인 수소충전소 45곳에 외에 건설 중인 곳도 9곳에 이른다. 3곳의 수소트럭 충전소도 지어지고 있다. 최근 현대차 미국판매법인도 로열 더치 쉘과 손잡고 캘리포니아 골든스테이트에 48개의 수소충전소를 구축한다고 발표했다. 캘리포니아주의 인구수는 약 4000만명. 1000만 명인 서울에는 아직 수소충전소가 4곳에 불과하다.

캘리포니아는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수소충전소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2014년 주 정부를 중심으로 2023년까지 123개의 충전소를 건설하고, 수소차를 최대 3만 대를 보급하겠다는 로드맵을 세운 뒤 착실하게 이행 중이다. 2030년엔 1000개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구글 지도로 검색한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 인근 수소충전소. 주요 도로를 따라 수소충전소가 설치돼있다./사진=구글맵 캡처

주 정부의 수소차 보조금 지원도 캘리포니아가 수소차 생태계를 갖추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캘리포니아 산 호세에 거주하는 수소차 이용자 유진우씨(25)는 "2020년 6월 토요타 미라이를 첫 차로 구매했다"며 "제조사의 공격적인 프로모션과 연방정부와 주 정부에서 제공하는 보조금 및 세금 공제 혜택, 연료비 보조 혜택을 알게 된 후 구매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토요타 미라이의 경우 출고 가격은 5만5000달러로 책정됐지만, 토요타에서 2만달러 정도 할인해주고 연방 정부에서 8000달러 정도의 세금 공제 혜택을 제공했다"며 "캘리포니아주에선 3000달러의 보조금을 지원하고, 3년 동안 유효한 1만5000달러 상당의 연료카드도 지원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캘리포니아의 연료비 지원 정책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수소차를 선택하는 추세"라며 "당장은 연료용 수소가 휘발유보다 가격이 비싸지만, 연료비를 보조함으로써 수소차를 보급하고, 그에 따른 규모의 경제 실현에 의해 연료용 수소의 가격 인하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기차 충전이 제일 쉬웠어요"…2030년 전기차 400만대 목표


캘리포니아 스탠포드 대학교 주차장의 지하1층은 전기차 충전기가 설치돼있는 자리가 대부분이다./사진=최민경 기자

전기차 충전소 인프라 또한 잘 갖춰져 있었다. 주 정부와 기업뿐 아니라 학교 등 지역 내 공동체에서도 적극적으로 전기차를 장려하는 분위기다. 캘리포니아 팰로앨토의 스탠포드 대학교 지하 주차장은 1층은 전기차 사용자를 위한 자리가 대부분이었다. 주차자리마다 전기차 충전기가 배치돼있다.

단독 주택이 많은 미국 특성상 자택에 전기차 충전소를 설치한 경우도 많았다. 현지 테슬라 매장에선 전기차와 함께 태양광과 에너지저장장치(ESS)를 연계한 가정용 전력장치 파워월(Powerwall)을 주력제품으로 판매하고 있었다.

박용민 코트라(KOTRA) 실리콘밸리 무역관장은 "캘리포니아 주 정부는 특히 전기차 충전소 지원정책에 있어서 다른 주보다 뛰어나다"며 "기업뿐만 아니라 개인이 전기차 충전소를 설치할 때도 설치 비용의 30%까지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캘리포니아는 전기차를 2025년까지 약 150만대로 늘리고, 2030년까지 400만대로 늘리는 것이 목표다. 이를 통해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의 40% 정도로 줄이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35년부턴 내연기관차 판매를 금지하기로 했다.



美 내 태양광 1위…석탄화력발전 0%에 수렴


캘리포니아주는 석탄화력발전소 등 탄소 배출을 줄이고 재생에너지를 늘리려는 노력도 지속 중이다. 2015년 주법을 개정해 미국 최대의 공적 연금인 캘리포니아 공무원연금(CalPERS)과 교직원연금(CalSTRS)이 석탄발전회사에 신규 투자를 하지 못하도록 막았다. 이미 실시된 투자도 2017년 7월까지 회수하도록 조치했다.

그 결과 2007년엔 캘리포니아 전력원 중 석탄화력발전이 차지하던 비중이 17%였지만, 2017년엔 4%까지 떨어졌다. 캘리포니아 에너지위원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캘리포니아 사용 전력 중 석탄화력발전 비중은 2.7%다. 천연가스 화력발전이 37%,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발전이 33%, 수력발전이 13.5%, 원자력발전이 9.3%를 담당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2025년이면 석탄화력발전 비중이 0%에 수렴하게 된다. 미국 전력원 중 석탄화력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이 30% 가까이 된다는 것을 감안하면 놀라운 수치다.

태양광 발전 등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미국 내에서 가장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캘리포니아는 2030년까지 60%를 재생에너지로 공급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캘리포니아 내 태양광 발전의 경우 2020년 기준 840만 가정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규모다.

박 관장은 "캘리포니아는 기업들도 친환경 관련 투자를 적극적으로 하는 편"이라며 "2012년 쯤 캘리포니아의 빅테크 기업들이 청정에너지, 클린테크(환경오염을 근본적으로 줄이는 기술)에 투자한 것이 현재의 결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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