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당 1만원'...대형마트 판매 햄스터는 왜 아파보일까요

머니투데이 이재은 기자 | 2021.12.25 06:00

[이재은의 '똑소리'] 대형마트 소동물 판매 여전…"유동인구 많은 곳, 동물 스트레스 취약"

편집자주 | 똑똑한 소비자 리포트, '똑소리'는 소비자의 눈과 귀, 입이 되어 유통가 구석구석을 톺아보는 코너입니다. 유통분야의 크고 작은 이야기들을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아 재미있게 전달하겠습니다. 똑소리 나는 소비생활, 시작해볼까요.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햄스터가 판매되고 있는 모습. /사진=이재은 기자

얼마 전 화병 구입을 위해 한 대형마트를 갔다가, 화병이 위치한 생활용품 판매 코너 바로 옆 '수족관 코너'를 구경하게 됐다. 화려한 관상어와 멋지게 꾸며진 수족관이 눈길을 잡아 끌었다. 수백 마리에 달하는 관상어가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문득 '이 관상어들이 전부 팔릴 수 있을까' '팔리지 못한다면 어떻게 될까' 등의 생각에 빠지며 착잡해졌다.

관상어를 한참 구경하다가 발길을 옆으로 돌리자 케이지(우리)와 새장이 눈에 들어왔다. 케이지엔 햄스터 수십마리와 고슴도치가 판매되고 있었다. 햄스터 몇 마리와 고슴도치는 케이지 내에 있는 은신처에 들어가 있었다. 햄스터, 고슴도치는 대표적 야행성 동물인 만큼 밝은 마트 내 조명을 피해 몸을 숨긴 것 같았다. 햄스터에는 '마리당 1만원' 가격표가, 고슴도치에는 '마리당 10만원' 가격표가 붙어있었다. '용품 구매시 (햄스터를) 할인' 판매한다는 문구와, '교환, 반품, 환불이 불가능하다'는 문구도 눈에 들어왔다. 살아있는 생물이 아니라 물건처럼 여겨지는 것 같아 기분이 이상했다.

그 옆엔 '유리를 두드리거나, 동물을 만지면 동물들이 스트레스를 받아 아파해요'란 문구가 있었다. 얼마나 많은 이들이 문을 두드리고 동물을 만지려 하는지 알 수 있는 주의 문구였다. 실제로 나이 어린 아동이 장난감을 휘두르며 새장과 케이지 사이를 가로질러 마구 뛰어다니고 있었다. 이 아동이 케이지에 부딪히면 케이지 속 동물들이 얼마나 놀랄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잉꼬새가 판매되고 있는 모습. /사진=이재은 기자
이 바로 옆 새장엔 잉꼬 2마리가 들어있었다. 잉꼬들은 좁은 새장에서 서로에게 의지하며 버티는 양 딱 붙어있었다. 잉꼬엔 '마리당 5만5000원'이란 가격이 붙었다.

동물단체에선 수년째 꾸준히 대형마트의 소동물 판매를 반대하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 2011년 동물자유연대는 대형마트 동물판매를 반대하며 대형마트 본사들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당시 동물자유연대는 "팔기만 하면 그만? 죽으면 반품 처리? 살아있는 동물은 생활 소모품이 아니다" "좁은 사육면적, 소음에 시달리며 구경거리로 전락" "책임감 없는 충동구매 조장, 제대로 된 관리 기준 없는 대형마트 동물 판매에 반대한다" 등의 주장을 했다.


녹색당 황윤 비례대표 후보 예정자가 20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대 걷고 싶은 거리에서 가로 1m, 세로 1m 케이지 안에 들어가 대형마트 동물판매 규제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2016.3.30/뉴스1
2016년 20대 총선 때는 녹색당 황윤 비례대표 후보가 "대형마트에서만이라도 동물을 판매하는 행위를 규제해야 한다"는 취지로 '사람 감금 퍼포먼스'를 벌여 화제가 됐다. 당시 황 후보는 "지금도 대형마트는 작은 케이지 안에 햄스터, 미니 토끼 등을 담아놓고 엘사 인형과 로봇 장난감과 함께 팔고 있다"면서 "생명 감수성이 배제된 동물 판매 행위는 지난 4년간 37만 마리의 동물이 버려지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비판이 꾸준히 이어지면서 점차 대형마트의 소동물 판매는 줄고 있지만, 그럼에도 아직 일부 매장에서는 판매가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나와 대부분 철수해 현재는 일부 매장에서만 판매가 이어지고 있다"면서도 "한번에 소동물 판매를 그만할 수 없는 건 입점 협력사와의 관계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형마트가 소동물을 직매입해 판매하는 게 아니고 협력사가 마트에 입점해 판매하는 구조인 만큼 갑자기 그만 판매하라고 강제할 수 없다"며 "동물권 침해 소지가 있다는 걸 우리도 인지하고 있으며, 꾸준히 줄여가겠다는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직원들이 최대한 동물을 열심히 케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햄스터가 판매되고 있는 모습. 햄스터 몇마리가 은신처에 숨어있다. /사진=이재은 기자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고슴도치가 판매되고 있는 모습. 야행성인 고슴도치가 은신처에 숨어있다. /사진=이재은 기자
동물단체들은 관련 법 제정이 필요하다면서도 소비자들의 인식 개선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본다. 동물자유연대 관계자는 "현재는 '동물판매업' 신고만 하면 동물을 판매할 수 있기 때문에 동물권이 침해될 소지가 많다"며 "관련 법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동물이 전시된다는 건 동물복지 측면에서 매우 좋지 않은데, 판매 자체가 잘 되지 않는다면 대형마트도 점차 판매를 줄여나갈 것이다"라며 "소비자들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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