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재영 질병관리청 대변인은 24일 코로나19 온라인 백브리핑에서 팍스로비드 국내 도입과 관련해 "당초 내년 2월 국내 도입 일정을 예정했으나 방역상황 상 1월말에 도입하도록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현재 화이자 치료제 7만명분에 대한 구매약관 체결을 완료한 상태로 해당 7만명분을 포함, 30만명분 이상 물량에 대해 추가로 화이자측과 실무협의를 진행중이다. 질병청 관계자는 "실무협의는 완료 단계"라며 "구체적 구매 규모는 식약처 긴급사용 승인 일정과 연계해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고 대변인은 "국내 긴급사용승인 시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정부가 모두 부담하도록해서 약제부담 비용은 없다"며 "상세한 내용은 식약처 긴급사용승인 일정과 연계해 향후 발표하도록 하겠다"고 추가 설명했다.
화이자의 팍스로비드는 바이러스가 증식하는데 필요한 효소를 차단해 증상이 악화하는 것을 막는 방식의 치료제다. 증상 발현 후 5일 이내 복용하도록 돼 있으며, 1회 3알씩, 1일 2회, 5일간 총 10회 복용한다. 코로나19 감염 환자의 입원과 사망 위험을 최대 89% 줄여준다는 임상시험 결과를 얻었다.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 긴급사용승인을 받았다.
화이자와의 협의 결과 내년 1월 치료제가 도입돼도 의미있는 물량이 재택치료 현장에 곧바로 적용 될지는 미지수다. 화이자 치료제가 개발된 미국에서도 내년 1월 공급물량이 25만회분으로 결정된 상태. 한국이 협의에 따라 30만명분 이상을 확보한다 해도 미국 수준의 물량이 곧바로 1월에 들어오기는 힘들다는 전망이 나온다. 물량은 순차적으로 들어올 것으로 예상된다.
화이자 외에 머크 치료제도 식약처에서 긴급사용 승인을 검토중이다. 머크 치료제도 화이자와 마찬가지로 미국 FDA 긴급사용 승인을 받았다. 정부는 현재 머크 치료제 20만명분을 구매계약한 상태다.
하지만 머크 치료제가 국내 규제당국의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도 지켜봐야 한다는 전망도 나온다. 낮은 치료효과와 부작용 가능성이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 지난 달 26일 공개된 미국 FDA의 머크 치료제 사전 검토자료에 따르면 해당 치료제의 입원 및 사망률 감소 효능은 기존 50%에서 30%로 수정됐다.
머크 치료제는 화이자와 다른 기전의 약품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 리보핵산(RNA)에 오류를 주입해 바이러스의 자가 복제를 막도록 설계됐다. 그런데 머크 치료제 주요성분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증식할 때 바이러스의 유전물질처럼 끼어들어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과정에서 사람의 유전자 발현에도 오류를 일으켜 암이나 기형아를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앞서 영국은 머크 치료제 승인 과정에서 임신부나 수유기 여성은 사용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입원·사망 예방률 50% 정도는 돼야 재택치료에서 유의미한 효과를 낼 것"이라며 "30% 정도의 효능은 상당히 부족해 보이며 현재 재택치료의 불안을 빠르게 걷어주긴 힘들 수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