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제 생각을 말하겠습니다. 두분의 전임 대통령이 수감돼 있는 사실은 국가적으로 매우 불행한 사태입니다. 두 분 모두 건강이 좋지 않다는 말도 있어서 걱정이 많이 됩니다만, 그래도 지금은 사면을 말할 때가 아닙니다. 대전제는 국민들에게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지 않는다면 사면이 통합의 방안이 될 수 없습니다. 국민 통합을 오히려 해칠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1월 신년 기자간담회때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국민 공감대가 우선이라며 지금은 때가 아니라고 '반대' 의견을 명확히 했다. 하지만 1년 가까이 지난 후 문 대통령은 박 전 대통령 사면을 전격 결정했다. 문 대통령의 마음은 왜 바뀌었을까.
김부겸 국무총리는 24일 특별 사면 대상으로 박 전 대통령과 한명숙 전 국무총리 등을 발표했다.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임시국무회의에서 " 이번 사면은 2022년 새해를 앞두고 코로나19(COVID-19)로 어려운 서민들의 민생안정과 국민 대화합을 이루고자 하는데 그 취지가 있다"며 "고령자나 중증환자와 같이 어려운 여건의 수형자분들도 인도적 배려차원에서 사면대상에 포함했다"라고 밝혔다.
청와대는 그간 박 전 대통령 사면에 대해 검토된 게 없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지난 20일 진행된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 1차 전체회의에서도 박 전 대통령의 사면 대상자 포함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구속 이후 박 전 대통령은 어깨·허리 질환으로 구치소와 외부 병원을 오가며 치료를 받았으며 지난달 22일부터는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최근엔 지병 외에도 치과와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받는 등 건강 상태가 급격히 악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민주당 안팎에선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 하루 뒤인 21일 열린 2차 사면위 회의 때 기류가 바뀌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박 전 대통령 측에서 형집행정지를 신청하지 않아 요건이 성립되지 않자 청와대가 사면 방침으로 내부 기조를 전환한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여권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의 건강 상태가 최근 급격히 악화하면서 결국 문 대통령이 사면을 결정한 것 같다"며 "건강문제로 박 전 대통령에게 무슨 일이 생길 경우 문재인정부에게 엄청난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민주당에선 문 대통령 임기 내에 한 전 총리 복권이 이뤄질 전망이 많았는데 야권의 반대가 심했다. 문 대통령이 이런 정치적 상황을 감안해 박 전 대통령 사면과 함께 한 전 총리 복권을 결정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때 박 전 대통령 사면에 대해 언젠가 적절한 시기가 오면 고민을 할 것이라고 했는데 지금이 국민통합을 위한 시기로 본 것 같다"며 "대선 국면을 앞두고 여러 정치적 상황도 감안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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