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승리소감이 부끄럽지 않으려면[광화문]

머니투데이 배성민 기자 | 2021.12.23 03:45
(산티아고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35세 가브리엘 보릭 칠레 대통령 당선인이 19일 (현지시간) 산티아고에서 결선 투표서 승리를 한 뒤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C) AFP=뉴스1

대통령선거의 계절이다. 정부가 무슨 일을 하든 후보가 무슨 말을 하든 선거와 연결짓기 마련이다. 우리나라만의 일일까? 그렇지 않다.

#대한민국과 지구 정반대라는 칠레에서는 최근 35세의 좌파 대통령(가브리엘 보릭)이 탄생했다. 보릭 당선인은 공공정책 개편 등으로 사회안전망을 확장하고 보다 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기업 등에 대한 세금인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해 지지를 이끌어냈다. 학생운동권 출신이지만 극단의 정치성향을 띠지 않고 상대적으로 중도적인 농촌지역 유권자들을 끌어들인 것이 승인으로 꼽혔다.

이번 선거는 수도 산티아고 지하철의 50원 안팎의 요금인상이 촉발한 대규모 시위가 칠레 전역으로 확산한 지 2년 만에 치렀다. 당시 시위는 대통령 탄핵 등을 요구한 한국의 촛불시위와 비교됐다.

내년 4월에는 프랑스에서도 대통령선거가 치러진다. 당초에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재선 가도에 문제가 없다고 봤지만 최근 상황이 달라졌다. 2017년 중도를 기치로 승리한 마크롱은 당선된 뒤에는 우경화 행보를 보이며 인기가 식어간다. 자연스레 야당의 움직임도 바빠졌고 최근 발레리 페크레스 일드프랑스 주지사(공화당(중도우파))가 결선투표를 치를 경우 마크롱을 이긴다는 예측이 나왔다. 정책대결도 치열해 해외로 빠져나간 기업들을 다시 불러들이기 위한 현금지원 등 제조업 부활을 통한 '경제주권 회복'이 쟁점으로 떠올랐고 원전을 해상풍력으로 어느 정도 대체할 수 있는지도 관심사다.

#시선을 국내로 돌려보자. 대장동 의혹에 덧붙여 사생활 등 각종 논란에 시달리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맏아들의 불법도박 문제가 불거졌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이른바 '본부장'(본인, 부인, 장모) 의혹에서 헤어날 줄을 모른다. 특히 부인 김건희씨의 이력 포장은 윤석열 후보의 트레이드마크라는 '공정'의 덫에 걸렸다.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는 정책을 내놓고 공약을 발표하지만 사람들의 시선을 끌지 못한다. 서민들의 삶과 직결되는 소상공인들의 코로나19 거리두기 피해보상 규모와 재원을 두고서 벌어진 논쟁은 허탈하기까지 하다. 너나없이 50조~100조원을 언급할 때는 논쟁의 진전을 기대했지만 국민의힘 쪽에서 선거에서 이긴 뒤에나 구체화될 수 있는 것이라며 발을 뺐다. 여당도 규모확대를 언급할 뿐 정부와 청와대를 설득하지는 못하고 있다.


정책적으로도, 국제적으로도 꽉 막혀있기는 마찬가지다. 국회 상임위에 계류돼 있는 수소산업 육성을 위한 법안이 대표적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독려로 2019년 수소경제 로드맵이 완성됐는데도 최종 입법단계인 본회의는커녕 국회 상임위 문턱조차 넘지 못 하고 있다. 특별한 여야 쟁점보다는 대선 후보 수행, 관련 회의 등 의원님들의 바쁜 일정이 지연의 원인으로 거론되는 것은 더 뼈아프다. 여야 주자들은 혈맹이라는 미국의 주한대사가 거의 1년째 공석인데도 이렇다 할 목소리도 내지 않는다.

승리만이 목표라는 대선판이라지만 적어도 칠레와 프랑스에서는 이른바 운동권 출신이라는 신임 대통령의 사상 검증이나 24세의 나이차를 극복하고 학창시절 선생님과 가정을 꾸렸다는 대통령의 신변 등은 중요 쟁점이 아니었다.

사실 대선주자는 누구나 당선 이후의 세상을 꿈꿀 것이다. 선거 역사상 최대의 이변이라고 꼽힌 2016년 미국 대선의 패자 힐러리 클린턴이 감춰놨다 이달 들어 공개한 당선에 대비해 준비한 메시지는 "가치를 지켜냈고 (미국의) 민주주의가 강건하다는 것을 전세계에 드러냈다"는 것이었다.

한국의 대선주자들은 민주주의와 가치를 지키고 있는가. 스스로에게 자문해볼 일이다. 대통령선거일 3월9일이나 취임일 5월10일이나 서민들에게는 크게 다르지 않은 하루하루인데 말이다.
배성민 경제에디터 /사진=임성균 기자 tjdrbs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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