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엔솔- SK온 두 라이벌의 다른 선택 "IPO 빨리" VS "서둘지 않는다"

머니투데이 김도현 기자 | 2021.12.22 05:12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 부회장

배터리업계 라이벌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이 기업공개(IPO) 전략을 놓고 상반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 권영수 부회장이 대표로 취임한 LG에너지솔루션은 정체됐던 IPO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최재원 수석부회장과 지동섭 사장의 각자 대표이사 체제로 전환한 SK온은 기존 방침대로 IPO를 당분간 실시하지 않을 계획이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내년 1월 상장을 위한 사전작업이 한창이다. 다음달 18~19일 일반청약을 거쳐 27일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을 '내년 최대어'라 평가한다. 시가총액이 70조원에 달할 전망이어서 상장하자마자 코스피 시총순위 3~4위에 오를 전망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12월 LG화학으로부터 물적분할돼 설립됐다. 당초 올 하반기 상장을 목표로 준비했으나, LG 배터리가 탑재된 제네럴모터스(GM) '볼트EV' 대규모 리콜 영향으로 계획이 순연됐다. 지난 8월 LG에너지솔루션은 "연내상장 여부를 포함한 IPO 추진계획을 10월까지 재수립하겠다"고 밝혔다. 상장 시기를 다소 늦추더라도 시장 안팎에서 불거진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해소하겠다는 취지였다.

유예됐던 IPO는 지난 7일 금융위원회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면서 본격화됐다. 지난달 1일 대표직에 취임한 권영수 부회장이 가장 시급한 당면과제로 IPO 재개를 지목하면서 속도를 낸 것으로 전해진다. 권 부회장은 증권신고서 제출 직후 "이번 IPO를 통해 급성장이 예상되는 시장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세계 최고 수준의 품질과 경쟁력을 갖춘 세계 최고의 이차전지 제조업체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지동섭 SK온 대표이사 사장

권 부회장이 IPO를 서두른 데에는 LG와 글로벌 배터리 1위 경쟁을 펼치는 중국의 CATL를 포함한 업계의 공격적인 투자확대를 의식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상장을 통해 12조7500억원을 마련한다. 확보자금은 국내외 배터리 생산시설 확충에 사용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글로벌 5각 생산체제를 구축했다. 한국(충북 청주)을 비롯해 글로벌 3대 전기차 시장인 북미·유럽·중국시장 대응을 위해 각각 미시간주 홀랜드, 폴란드 브로츠와프, 남경 등에 거점을 마련했다. 또, 글로벌 5대 시장으로 꼽히는 동남아시아 시장 대응을 위해 현대자동차그룹과 인도네시아에 전기차 배터리 합작사(JV)를 설립했다.

북미시장의 경우 GM과의 JV를 통해 오하이오주 로즈타운과 테네시주 스프링힐에 배터리 생산라인을 건설 중이며, 스텔란티스와도 JV설립해 2025년까지 총 160GWh 이상의 현지 생산 능력을 확보할 방침이다. 또, 유럽시장 대응을 위해 지속적인 공장 증설과 2공장 건립 여부를 고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LG에너지솔루션이 사업자금 확보에 속도를 내며 생산량 확대에 나선 것과 달리 SK온은 상장에 다소 신중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최태원 SK 회장의 동생이자 SK그룹 2인자로 꼽히는 최 수석부회장의 합류로 경영진을 보강한 SK온도 한때 IPO가 빨라질 것이란 분석이 나오기도 했으나, SK온은 "적어도 2023년까지 상장하지 않을 방침"이라며 선을 그었다.


SK온이 비교적 여유를 가질 수 있는 배경에는 SK이노베이션 사업부에 편입돼 있을 당시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SK온은 현대 충남 서산, 헝가리 코마롬, 중국 창저우 등에 생산설비를 마련했다. 북미의 경우 미국 조지아 1·2공장 가동이 시작됐으며, 3·4공장이 지어지고 있다. 이와 별도로 포드와의 JV를 통해 북미 및 유럽시장을 공동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LG에너지솔루션 글로벌 5각 생산체제

SK온은 공장설립과 배터리 수주확대 움직임을 병행하며 업계 최고 수준의 1.2TWh(테라와트시) 규모의 수주잔량을 기록하고 있다. 윤형조 SK온 배터리기획실장은 지난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 당시 "내년부터는 배터리 사업이 흑자로 전환할 것"이라고 시사하며 올해 SK온 매출을 3조원 초반대로, 내년 매출액은 6조원 중반대로 내다봤다.

SK온 관계자는 "배터리 사업에서의 유동성이 개선돼 IPO를 통한 자금확보가 시급하지 않다"면서 "이 같은 현금흐름과 프리 IPO, 투자금을 분담할 수 있는 JV 사업방식 등을 적극 활용해 시장에 대응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삼성SDI는 두 회사와 사정이 다르다. LG에너지솔루션·SK온 등은 별도의 영위사업을 보유한 모회사(LG화학·SK이노베이션)로부터 분사한 비상장사지만, 삼성SDI는 배터리 중심의 상장업체다. 배터리사업부가 회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사업부 분사 후 IPO를 통한 자금확보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

삼성SDI는 경쟁사들과 달리 연구개발(R&D) 투자에 공을 들이며 점진적인 성장세를 이어왔다. 올 연말 현금잔고가 2조원을 웃돌 것이 확실시되는 상황이어서, 배터리 사업을 통한 현금흐름과 탄탄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기존과 같은 사업 스탠스를 유지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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