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압박? 통신장비는 그래도 1등"...화웨이가 버티는 비결

머니투데이 차현아 기자 | 2021.12.23 06:03
화웨이가 올해 3분기에도 글로벌 통신장비 시장에서 1위를 기록했다. 미중 무역갈등 국면에서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중국에서조차 순위권 밖으로 밀려났지만 통신장비만큼은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버티는 모양새다. 화웨이는 장기화하는 미국 제재에 맞서 자체 생태계를 만들고 기술 자급력을 키운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전략으로 화웨이가 내년 통신장비 시장에서도 우위를 지킬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델오로에 따르면 화웨이는 올해 3분기 기준 광대역 접속, 무선 랜(RAN) 등 통신장비 시장에서 1위(29%)를 차지했다. 뒤이어 노키아와 에릭슨(15%)이 공동 2위를 기록했으며, ZTE(11%), 시스코(6%) 등의 순이었다. 삼성전자(3%)와 시에나(3%)는 공동 5위를 기록했다. 화웨이의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초(32%)보다 3%포인트 떨어졌지만 미국 제재 국면에서도 큰 변동없이 1위를 이어간다.
/사진제공=델오로
일각에서 미국의 제재로 2, 3위 노키아와 에릭슨이 반사이익을 누릴 것이라는 예상과 다른 결과다. 미국 정부는 2019년부터 화웨이 공급망 마비를 노린 제재를 가동했으며, 지난해 9월부터는 수위를 높였다. 그럼에도 아직 공동 2위인 노키아와 에릭슨의 점유율을 합쳐야 1위 화웨이에 미치는 수준이다. 오히려 노키아 점유율은 꾸준히 하락세이고 에릭슨은 2014년 이후 16% 안팎에 머물고 있다. 제재 이후 빠진 소폭의 시장점유율을 ZTE와 시스코, 삼성전자 등이 나눠갖는 구도다.

반면 화웨이는 스마트폰 시장에선 전 세계는 물론 내수 시장에서조차 미국 제재 이후 맥을 못 추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 글로벌 수출길은 물론 구글의 운영체제(OS), 구글모바일서비스, 반도체 공급이 끊겨서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의 조사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중국 스마트폰 시장 내 화웨이 점유율은 8%로 6위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엔 30%로 중국내 1위였다. 화웨이의 3분기 실적 역시 스마트폰 등 소비자 사업부문이 주춤하며 전년 대비 38% 줄어든 1354억위안(25조2845억원)에 머물렀다.


기술력·가격경쟁력 무기..."자체 생태계로 미중 갈등 파고 넘을 것"


스마트폰과 달리 통신장비 분야에서 화웨이가 우위를 점하는 것은 B2B(기업 간 거래) 사업 특성 때문이다. 통신장비는 일반 소비자 대상 스마트폰보다 교체주기가 길다. 한 번 특정 사업자의 통신장비를 채택하면 기기 간 호환성 때문에 바로 타사 장비로 교체하기도 어렵다. 화웨이가 가격 경쟁력과 기술력을 앞세워 5G 통신장비 시장을 선점한 결과 미중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버틸 수 있었던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로 독일 특허정보 분석업체 아이피리틱스에 따르면 화웨이는 5G(5세대 이동통신) 유효 특허부문에서 전세계 점유율 15.93%로 1위에 올랐다. 영국 비즈니스신용카드 업체 캐피탈온탭(Capital on Tap)의 조사에서도 화웨이는 올 한해 세계에서 가장 많은 특허를 낸 기업으로 꼽혔다. 화웨이가 출원한 특허건수는 9739건에 달한다. 또 화웨이는 매년 연 매출의 15%를 R&D(연구개발)에 투자한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발표한 '2021 산업 R&D 투자 스코어보드'에 따르면 화웨이는 전체 글로벌 R&D 투자 순위에서 알파벳에 이어 2위(174억6010만유로, 23조4700억원)를 기록했다.

/사진=AFP,뉴스1
앞으로 화웨이가 미중 갈등의 파고를 넘을 수 있을지도 업계 관심사다. 6G 시대를 선점하려는 미국과 중국 간 기술 패권경쟁이 이어지면서 양 진영 간 경제·기술 생태계가 아예 분리되는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도 예견되고 있다. 영국 등 유럽 일각에서는 기존 중국 통신장비를 교체하려는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화웨이는 이에 맞서 자체 기술 생태계와 공급망을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또 반도체 수출 제재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소프트웨어 역량을 강화하고 반도체와 같은 미세공정 기술 의존도가 낮은 산업을 발굴할 계획이다. 지난해 개발한 자체 운영체제(OS) 하모니OS가 대표적 사례다. 칼 송 화웨이 글로벌 대외협력 및 커뮤니케이션 사장은 "글로벌 반도체 산업은 미국의 제재로 큰 타격을 입었다"며 "글로벌 공급망의 신뢰 회복과 협력을 재건하는 것이 필요하며, 화웨이는 꾸준히 개방하고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화웨이는 가격 경쟁력과 표준기술 선점 등을 통해 통신장비 시장 우위를 점해왔다"면서도 "전세계적인 탈동조화 흐름에 화웨이가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향후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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